교차보조로 인한 100억원대 회사간 수익편차 부작용 개선
기금 조성, 조정계수 보다 추가 수익분 ‘별도 재원’에 비중

[이투뉴스] 그동안 총괄원가방식으로 공급비용을 산정해오던 서울시의 도시가스요금 책정 시스템이 대거 개편된다. 지난 십수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은 교차보조에 따른 회사별 수익편차의 부작용을 일부나마 해소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도와 인천시도 단계적으로 도시가스 요금체계를 개편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도시가스요금 조정 시즌이 되면 공급비용 산정을 놓고 인상인하 폭이 최대이슈였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도시가스 최종소비자 요금은 원료비와 한국가스공사의 도매공급비용을 더한 도매요금에 도시가스사의 소매공급비용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구성비는 원료비 81.7%, 도매공급비용 7.8%, 소매공급비용 10.5%이다.

올해 서울시 권역 도시가스사의 소매공급비용은 판매량 및 투자비 등 정산분과 사회적 배려대상자 지원금 등을 반영하고, 여기에 기본요금 수입금을 차감해 지난해 57.88원 보다 2~3원 오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교차보조에 따른 회사별 수익편차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제도 도입이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추가 수익분에 대한 기금 조성, 회사별 공급환경을 고려한 조정계수 도입, 추가 수익분의 별도 재원 조성을 통한 적정 배분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최종 결정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공급권역 내 도시가스 5사의 합의가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찾는 게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가 수익분에 대한 기금조성의 경우 행정적으로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근원적으로 교차보조에 따른 수익편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행에 무리가 따른다. 조정계수를 통해 교차보조의 50% 정도를 보완하는 방안은 동일 공급권역에서 다른 요금을 부과할 경우 소비자 저항이 뻔해 지자체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공동기금 조성이나 조정계수 도입방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법적 타당성과 소비자 민원 우려 등으로 이들 두가지 방안에 대해 재검토 방침이 내려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따라 소비자 민원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교차보조로 인한 수익편차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추가 수익분의 별도 재원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 중간보고와 실무진 회의에 이어 조만간 서울시가 도시가스 5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최종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용도별 요금 조정은 원가회수 한계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따라 소매요금을 총괄원가평균방식으로 산정한 단일요금이 적용되면서 회사 간 수익구조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적게 한 곳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이득을 얻는 부작용이 크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권역 도시가스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 서울도시가스, 대륜이엔에스, 예스코, 귀뚜라미에너지 등 5사의 교차보조로 인한 수익편차는 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도시가스공급을 위한 총괄원가는 3052억원 수준. 이를 총평균방식의 단일요금을 적용하면서 S사는 58억원의 손실을 본 반면 K사는 46억원의 손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경영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이외의 고정적 비용에 대한 원가회수에 왜곡이 빚어진 셈이다.

총괄원가평균방식을 통한 도시가스 용도별 판매마진 산정은 사업자의 원가절감이나 판매 증진 노력을 유인하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주어진 용도별 요금에서 도시가스사의 평균 소매마진과 인정공급비용 간 차이가 발생하면 어떤 회사는 도시가스를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원가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또 다른 회사는 경영적인 성과와는 무관한 초과이윤을 얻는 부작용이 빚어진다. 요금 결정방식을 보완하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 같은 요금체계 개선 필요성에는 지자체와 도시가스 5사 모두 공감하고 있으나 각사별 셈법이 다르다보니 해결책이 쉽지 않다. 그동안 손익을 거둔 회사라 해도 새로운 시스템이 운용되면서 손익규모가 줄면 상대적으로 손실 체감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사별 원가회수 차이에 따른 초과이익 또는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괄원가평균방식의 변경과 함께 용도별 판매마진 조정이 이뤄져야 하나, 현행 용도별 요금체계에서 이를 통해 만족할만한 수준의 수익편차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서 모색된 방안이 공동기금 조성, 조정계수 도입, 추가 수익분의 별도 재원마련이다. 하지만 전력사업기반기금의 사례와 같이 요금 이외에 일정액을 부과금 형태로 징수한 재원을 활용하는 공동기금은 관리주체, 활용방안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갖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원가회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된 것이 조정계수 도입이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인프라 투자 등 선제적 투자를 촉진하거나 서비스 향상에 대한 비용 등을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이다. 평가지표에 따른 인센티브 개념으로 조정계수를 통해 공급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교차보조의 50% 정도를 회수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방안 또한 수요자 수용성 확보가 걸림돌이다. 같은 서울시에 거주하는데 동 단위로 각각 다른 요금이 부과되는 것에 대한 소비자 이해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동일 행정권역 임에도 요금이 차등화 될 경우 소비자 민원이 이어질 것이 뻔해 요금 승인권자인 지자체로서는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교차보조에 따른 초과 수익분을 별도 재원으로 만들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스템 아래 적정한 수준으로 배분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내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실효성이 입증된 방식이다. 서울시내 60개가 넘는 버스운송회사마다 노선에 따라 손익손실 격차가 발생하는데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 수익을 운송협의체를 통해 별도 재원을 조성, 적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경기도, 인천시도 단계적 제도개선 행보

도시가스 공급비용의 경우에도 초과 수익분을 별도 재원으로 조성해 조정계수를 도입하려는 취지와 동일하게 교차보조에 따른 손실규모를 50% 정도 보완하는 방안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적다. 서울시가 별도 재원이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시가스 5사에 해당 제도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집행방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국 34개 도시가스사 가운데 총괄원가방식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수도권에서 서울시가 공급비용 조정체계를 바꾸게 되면, 똑 같은 상황인 경기도와 인천시도 유사한 방식으로 요금체계를 바꿔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의 경우 교차보조에 따른 수익편차가 서울시 공급권역 도시가스사보다 더 크다. 회사별 수익편차의 부작용이 더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경기도 권역 도시가스공급사는 서울권역의 서울도시가스, 코원에너지서비스, 예스코, 대륜이엔에스 이외에 삼천리, 인천도시가스가 더해져 모두 6곳이다.

이들 도시가스사의 교차보조에 따른 손익손실 격차는 2018년에는 130억원을 넘었으며, 지난해는 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S사가 32억원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본데 반해 또 다른 S사는 62억원의 가장 큰 손익을 기록했다. 공급비용 산정 시스템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배경이다.

올해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과 관련해 연구용역 중간보고를 마친 인천시는 서울시가 펴는 행정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도시가스 공급비용을 조정하고, 한달 뒤에 이를 백지화시켜 비난을 산 경기도도 요금체계 개편의 당위성에 공감하며 추후 단계적으로 이를 모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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