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희토류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여러 첨단기술에 유용하게 쓰이는 광물이다. 예를 들어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정한 5대 희소금속(코발트, 리튬, 텅스텐, 니켈, 망간) 중 지난해 수입량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리튬의 경우 휴대전화 및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 반도체 및 항공기 소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돼 '백색 황금'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배터리산업은 2025년 반도체산업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광물인 리튬은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중 8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은 이전부터 지속제기돼 왔다. 정부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다면 국내 소재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재산업 종속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가 짜낸 대응책은 일본의 벤치마킹이다. 2010년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수출 중단조치로 발을 뺐던 일본이 2018년 영해에서 1600만톤 가량의 희토류가 매장됐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희토류무기화 정책에 제동을 건 것처럼 우리도 희토류를 생산해낼 수 있음을 과시해 자원무기화 위협을 덜어내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이 반도체 관련 품목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공고하면서 산업소재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점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강원도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생산해내겠다는 ‘강원도형 그린뉴딜 신산업 발전방안’을 공개했다. 지질자원연구원과의 협업으로 도내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생산해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원업계 일각에서는 강원도가 내세운 신산업에 대해 실망섞인 감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탄재를 전부 그러모은다는 전제부터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어찌어찌 석탄재를 모아 미량의 희토류를 분리해낸다고 해도 대부분의 석탄재는 처치곤란한 상태로 그 자리에 남을 따름이다.

과거 지자연이 해수에서 리튬을 분리해내기 위해 만들었던 '옥계 해수리튬연구소'가 결국 6일에 1kg의 리튬 분리에 그쳐 2018년 사업을 종료했던 일을 상기시킨다. 예산 따먹기로 이해를 하더라도 실현가능성이 어느정도인지는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희토류광산을 직접 운영해 광해문제가 불거지지는 않더라도 희토류분리를 위해서 필요한 화학약품 처리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분리해내는 것은 실험실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석탄재 재활용 방안은 커피찌꺼기와 섞어 연필이나 만드는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분리해내겠다고 밝힌 당사자인 지질자원연구원 역시 가능성 여부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지, 이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눈치다. 지자연 관계자는 분리해낸 희토류의 품위나 채산성은 미지수이며 어떤 종류의 희토류를 분리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물론 앞으로도 국내 희토류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희토류 R&D를 멈춰 세워선 안 된다. 다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연구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프랑스, 미국, 대만 등 이미 희토류를 생산하고 있는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희토류 확보전략을 명확한 청사진 없이 추진하다가는 석탄재로 연필 만들기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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