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이어 태양광 발전제약 착수
3 HVDC로 육상송전해도 남부 旣포화
발전사업자·NGO "선보상방안 세워야"

▲육상~제주간 전력 융통을 위해 건설된 제1, 제2 연계선과 건설예정인 완도변환소~동제주변환소간 96km 해저케이블(제3 연계선) HVDC 노선도
▲육상~제주간 전력 융통을 위해 건설된 제1, 제2 연계선과 건설예정인 완도변환소~동제주변환소간 96km 해저(제3 연계선) HVDC 노선도

[이투뉴스] 태양광·풍력으로 만든 재생에너지가 국내 최대 섬 제주도에 갇혀 사면초가 신세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존 전력망과 발전원, 기술·제도로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빈번하게 초과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를 해소할 대책이 마땅치 않아서다.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 없는 섬(CFI, Carbon Free Island)으로 만들겠다는 ‘CFI 2030’의 전면 보완은 물론 제주사례 분석을 통한 국내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의 선제적 전략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력당국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 제주지역본부는 29일부터 이틀간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 태양광 출력 원격제어 후보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연다. 전력거래소가 제주지역 전력계통 현황을, 한전이 비상 시 발전력 차단방법을 각각 설명할 예정이다.

이미 당국은 설명회 ‘안내문’을 통해 태양광 출력제한(Curtailment) 배경과 방법 등을 설명하는 등 사업자 반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전은 "올해 3월 2일의 경우 제주지역 풍력발전 출력제한 시 제어량(발전중지량)이 풍력발전량의 최대 90%에 달했다"면서 "풍력발전 출력제어만으론 전력망 수급조절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전력계통은 발전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거나 넘치면 주파수와 전압 등 전기품질이 떨어지고 급기야 대정전이 발생하므로 수급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제주는 앞으로 전력수요가 적은 시기에 이를 장담할 수 없으므로 미리 태양광 출력제어를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전력당국은 전기사업법과 신뢰도 고시, 송배전 전기설비 이용규정 등의 관련 조항 및 한전 손해배상 면책 규정 등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가 불가피하며, 사업자 발전손실에 대한 배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정책 이후 당국이 전력수급 균형을 이유로 태양광 직접 출력제한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예고 없던 출력제한 소식에 현지 발전사업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지역은 잦은 태풍과 강풍, 변덕스런 기상으로 다른 곳보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터라 반감이 더 큰 상황이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서귀포 소재 1MW급 A발전소 재무제표를 보면 201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이듬해부터 4년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해 작년말 현재 2억800여만원 적자상태(REC 가중치 0.7, 1년 거치 11년 분할상환, 2015년 기준 대출원금 18억3400만원 조건)다.

발전소 5년차부터 증가하는 각종 기자재 교체비용과 유지보수비를 감안하면 앞으로 현금흐름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발전사의 하소연이다. A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주태양광 사정이 유사하다. 보상대책도 없이 발전량부터 제한한다니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도 선제적인 보상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위한 출력제한에 대승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업자들 손실에 대해선 정부나 한전이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 어느나라도 보상방안 없이 출력을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제주의 경우 육지와 달리 강한 바람 탓에 구조물 투자비가 높고 유지관리비도 더 든다"면서 "재생에너지는 보조금 체계로 수익성을 확보하므로 사업주 손실을 초래하는 정책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선보상책 마련 후 출력제한 원칙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 소재 한 태양광발전소. 제주는 기상변화가 잦아 예상보다 발전량이 적고 태풍과 강풍에 대비한 구조물 투자로 수익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서귀포 소재 한 태양광발전소. 제주는 기상변화가 잦아 예상보다 발전량이 적고 태풍과 강풍에 대비한 구조물 투자로 수익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전력당국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뾰족한 수도 없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에 의하면 제주계통의 재생에너지 부하분담률은 최대 51.8%까지 상승해 이미 태양광·풍력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상태다. 작년 연평균 신재생전원 점유율은 25.6%에 달한다.

한 당국자는 “이런 상황에 연평균 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전력수요가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2.5% 이상 감소하면서 영향이 훨씬 커졌다”면서 “아무런 고려없이 허가를 계속 내준 지자체(제주도)와 속도조절이 없는 정부의 경직적인 RPS 보급정책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속도조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발전사업 수요를 조사해 각 지역별로 진입할 양을 미리 검토하고, 실시간 시장에서 변동성에 대응하는 자원들이 충분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전압형 HVDC(초고압직류송전) 연계선로로 제주 잉여전력을 육상으로 송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으나 실효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전은 현재 2022년말 완공을 목표로 완도와 동제주를 잇는 제3연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연장 96km의 이 선로는 양쪽 변환소 공사를 ABB가 수주했고, 케이블공급 및 포설공사는 두 차례 유찰 후 재공고 중이다. 전체 사업비가 500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선로가 예정대로 완공되어도 제주에서 보낸 전력을 수용할 남부지역 역시 재생에너지 자원 집중으로 계통이 이미 포화상태다.

한전 한 관계자는 "전국 재생에너지 보급량의 40%가 호남지방에 몰려 있는데, 이 지역 자체수요는 12%에 불과하다"면서 "제주서 보낸 전력을 받는다면, 다시 이걸 수요지로 송전할 별도의 송전선로를 추가건설해야 한다. 비용이나 국민 수용성 측면에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분산화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3 연계선을 완공할 때 까지라도 제주지역 추가 발전자원 진입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전은 경제성 저하로 현재 가동하지 않는 변전소내 주파수조정용 ESS 가운데 40MW를 제주계통으로 이전 설치해 제약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HVDC 추가건설이나 배터리기반 단주기ESS(BESS) 확충만으론 제주 재생에너지 수급불균형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력계통분야 한 현직 전문가는 "근본적 답은 (수요이상의 전력을) 육지로 빼는 것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기술적 특성상 제주~육지 3개 선로로 보내거나 받을 수 있는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일각에선 BESS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당장 몇년 얘기다. 계속 늘어나는 설비량을 감당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계통 상황에 밝은 또다른 당국자는 "실질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전면적 제약이 불가피하다. 현실과 괴리가 큰 CFI를 고집할 것인가,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만큼만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일 것이냐 기로"라면서 "가능하다면 소규모 양수발전 등 장주기ESS를 확충하고 전기차 보급을 지속 확대하는 게 현실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래도 어렵다면 연계선(HVDC) 추가 건설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투자비와 유지보수비를 잘 따져봐야 한다"며 "일부서 주장하는 재생에너지 수소화도 별도 저장시설 건설과 얼마되지 않는 제주내 수소수요, 육지수송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제주의 모습이 10년 안에 육지에서 나타날 모습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능하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계통이 무너지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라며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 기술을 고려한 속도조절, 배전망의 선진화, 실시간 전력시장에서의 보상 정상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제주 풍력발전기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출력제한이 일부 태양광발전기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진은 상명풍력 발전단지
▲제주 풍력발전기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출력제한이 일부 태양광발전기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진은 상명풍력 발전단지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