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위원회 위원장 재선출 불구 다수위원 사퇴 파행
시민사회단체 "실패 교훈 삼아 원점서 다시 시작해야"

▲시민참여단이 탑승한 버스가 26일 장소를 옮겨가며 워크숍을 강행하려다 시민사회단체와 충돌하고 있다.
▲시민참여단이 탑승한 버스가 26일 장소를 옮겨가며 워크숍을 강행하려다 시민사회단체와 충돌하고 있다.

[이투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수립한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기본계획을 재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가 잇따른 졸속 공론화 논란과 위원장 사퇴로 사실상 원점 회귀하고 있다.

재검토위는 1일 재적위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를 열어 김소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를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실패했다"며 정정화 위원장이 사퇴한 지 엿새 만이다.

하지만 재검토위는 이미 재건이 어려운 난파선 상태다. 현 정부가 임명한 정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5명이 공론화 과정을 문제 삼아 물러났고, 일부 위원들은 작년말부터 지속 불참하고 있다.

지역실행기구가 주도하는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공론화도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11월 발족한 지역실행기구는 주낙영 경주시장이 위촉한 위원 11명이 참여하는데, 모두 친(親)원전 인사여서 대표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지역실행기구는 정정화 위원장이 사퇴한 이튿날에도 장소를 옮겨가며 시민참여단 사전워크숍을 강행했다.

시민참여단은 지난달 지역실행기구가 찬·반 여부를 불문하고 동경주 지역주민 100명, 경주시내권 주민 50명으로 구성했다. 이달 18일부터 이틀간 숙의토론을 거쳐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최대 이해당사자인 지역사회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 공론화를 재현하고 있다며 공분하고 있다.

최해술 경주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정정화 위원장이 경주지역 의견수렴이 공정하지 않다며 사퇴한 마당에 반성없이 경찰병력을 대거 동원해 워크숍을 강행했다. 이는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맥스터를 무조건 건설하겠다는 의지표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위원장도 사퇴결심을 굳힌 배경을 설명하면서 "지난 4월 재검토위가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한 설문문항을 만들었는데, 지역실행기구가 위원회와 상의도 없이 설문 문항을 모두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론화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것을 보고 사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 해산 등 공론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장 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와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경주시민대책위는 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실행기구는 주민과의 소통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시민과의 소통 의지가 전혀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지역실행기구가 강조하는 경주지역의 특수성은 한수원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이지 경주시민 권익과는 무관하다"면서 "향후 1년이 더 필요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한수원 일정에 얽매여 민주적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수원 아무리 늦어도 내달 맥스터 증설 공사를 착공해야 월성원전 2~4호기 가동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했었다. 

시민대책위는 "재검토위원회는 이미 정당성과 기능을 상실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원점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역실행기구가 맥스터 증설 추진 기구가 아니라면 하루빨리 해산하고 주민 의견수렴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