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아니 초고유가 시대를 넘어 석유위기시대에 돌입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허버트 경의 종 곡선 이론에 따른 오일 피크(석유생산량이 정점에 이른 시점)가 어쩌면 2~3년전 지나갔다는 의견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오일 피크가 지났다면 세계의 원유생산량은 줄 수밖에 없고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유가는 수직상승 밖에 도리가 없다.

 

과거 1973년과 1979년의 1, 2차 석유파동 당시는 유가가 몇배씩 뛰어오른뒤 나중에는 다시 원상태로 내려갔다. 그러나 근년들어서의 고유가 행진은 최근 5년간 수직상승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전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 이내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안에 150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석유위기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 우리는 그에 따른 준비를 철저히 해오지 못한게 사실이다. 지난해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아직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에너지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저 단편적으로 원자력의 비중을 높이겠다들지, 에너지 절약에 보다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국가 에너지전략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먼저 밖으로 보이는 현상만을 보지 말고 뿌리부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툭하면 원자력비중을 발전량 기준으로 현재 36%인 것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도 유한한 화석 에너지원이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석유나 가스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따라서 단순한 원자력발전의 비중 확대 차원에서 더 올라가 사용후 핵연료의 재사용 등 보다 원천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엽말단적인 대책에 그치지 말고 본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석유로 이룩한 지난 300년간의 산업 혁명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열어야 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표피적이고 단편적인 방안을 탈피하고 먼 장래를 보면서도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에너지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비록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해서는 상당히 늦었다. 늦었다고 해서 졸속으로 국가의 에너지 전략을 마련한다면 또 한번의 큰 실책이다. 서두르지 않되 한없이 늦춰서도 안된다. 정부와 산업계는 물론이고 학계까지 총동원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가 에너지 전략을 새로 세워야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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