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LPG가격 등락 불구 유통비용은 6년간 상승곡선
미국산 비중 93%지만 조정 주요인은 사우디 CP 의혹

[이투뉴스] 매월 사우디아람코로부터 통보받는 국제LPG가격(Contract Price)과 환율 변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국내 LPG가격체계의 투명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자단체가 가격결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6년간 국제 LPG가격은 등락을 거듭했지만 단계별 유통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온 데다 사우디로부터 도입하는 LPG물량이 전체 LPG물량의 1%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가격조정의 주요인이라는 게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LPG가 우리나라 약 411만 가구가 취사용 및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민연료임에도 국제 가격 변동이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국제거래 정보가 충분히 공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주경순) 물가감시센터는 국내 LPG유통비용, LPG수입사 재무제표, LPG수입물량 등을 검토한 바 지난 6년간 국제 LPG가격이 등락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비용은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 프로판은 31.9%, 부탄은 44.8% 올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YMCA전국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부인회총본부, 대한어머니회중앙회가 모인 단체다.

이에 따르면 LPG유통단계는 생산국, 수입사(정유사), 충전소, 판매소, 소비자로 이어지는 4단계 유통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최근 6년간 판매소 가격과 LPG공급사 가격 차이의 추이를 살펴보면 평균 38.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판은 2013873원에서 2019년에는 1151원으로 278원 올라 31.9% 상승했고, 부탄은 2013701원에서 20191016원으로 314원 올라 증가율 44.8%를 기록했다. 반면 LPG수입사가 국내 LPG가격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CP2013년부터 2019년까지 반등·하락을 반복했다. CP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하락세를 탔고 2016년부터 2018년에는 상승세를 타다가 2019년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LPG판매소 가격과 LPG공급사 가격의 차이는 변함없이 상승곡선을 유지했다.

LPG판매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공급업체끼리 여전히 분위기를 살펴가며 눈치보기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LPG 시장점유율은 2개 수입사가 약 7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LPG시장은 과점형태다. 이들 LPG수입사의 최근 4년간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SK가스는 20162.8%에서 20193.9%로 증가했고 E120161.9%에서 20193.0%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SK가스와 E1 모두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각각 2.4%p, 2.8%p 증가해 괄목할만한 영업성과를 거뒀지만 가격경쟁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20188월 가격동결 방침을 공식화했던 E1은 그 다음날 SK가스가 20원 인하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입장을 변경해 SK가스와 동일하게 20원 인하를 결정했으며. 올해 6월에는 SK가스가 55원 인상을 결정하자 E1도 곧이어 가격 인상에 합류했다. LPG수입사 2개와 정유사를 포함한 국내 6LPG공급사들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LPG 판매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여전히 시장 안정화라는 명분을 내걸며 눈치보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게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의 판단이다.

LPG수입사는 국내 LPG가격을 결정할 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사 매월 고시하는 CP를 지표로 삼는다. 그러나 최근 6년간 전체 LPG수입량 중 국가별 LPG 수입물량을 살펴보면 미국산 비중은 20131.6%에서 201993.3%91.7%p 늘어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산은 201315.6%에서 20190.7%14.9%p 감소했다. 미국산과 사우디산의 가격 차이가 미미하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국내에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해 오는 미국산 가격도 사업 보고서의 주요 원재료 및 가격변동 추이공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LPG 시장이 과점인 상황에서 소비자는 국내 LPG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이 LPG공급사가 공시하는 CP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복잡한 유통단계 속에서 매년 상승하는 유통비용을 감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가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과다한 유통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LPG가격 결정과정을 수면 위로 이슈화하면서 앞으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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