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등 태양광 수입의존율 증가 등 상황변화
사업규모 따른 인센티브 차이로 사업자 간 유·불리

[이투뉴스]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인 태양광 탄소인증제에 대해 업계 내부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탄소인증제 취지는 공감하지만 도입을 발표한 지난해와 달리 국내에서의 소재·부품 생산이 갈수록 힘들어져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곳이 늘면서 인증제 도입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기 때문이다. 

탄소인증제는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강화방안의 주요과제 중 하나다. 산업부는 당시 재생에너지설비의 생산·운송·설치·폐기까지 전주기에서 온실가스량을 계량화해 탄소배출량이 적은 설비에 REC 가중치를 우대하는 등 탄소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태양광 분야에 우선 탄소인증제를 도입하기 위해 정책연구용역과 태양광업계 의견수렴 등 제도설계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저탄소 태양광모듈 제품 지원에 관한 운영지침을 고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태양광 탄소인증제에 대해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경쟁력강화방안을 발표할 당시에는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국내기업이 있어 저탄소제품 생산과 국내기업 경쟁력강화 및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탄소인증제가 도움이 됐지만, 현재는 기업이 원자재 사업을 철수하거나 법정관리 신청을 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경쟁력강화방안을 발표하고 1년이 넘으면서 탄소인증제를 적용하려던 태양광시장 상황이 변했다”며 “시장상황이 변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탄소인증제를 당장 제대로 적용하기에도 애매해진 상황”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탄소인증제는 저탄소 태양광제품 확대를 위한 것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등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웨이퍼 생산이 국내에선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셀과 모듈 생산과정에서만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한 설계·조달·시공(EPC)이 모두 가능한 기업들과 태양광 셀을 수입해 모듈을 제작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탄소인증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EPC를 갖춰 자체적으로 셀과 모듈 생산이 가능한 기업과 중국 등 해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하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셈이다.

특히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모듈 생산으로 바로 활용해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의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해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서 모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탄소인증제에 따른 인센티브가 클수록(국산제품 비중이 늘어날수록)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부 태양광모듈 생산기업들은 인센티브 적용 기준에 조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업계도 탄소인증제 도입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는 만큼 도입 자체를 반대하진 않고 있다. 최근 모듈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셀·모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태양광사업에서 철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내 태양광시장 보호장치 역할을 할 탄소인증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도 탄소인증제와 관련 업계의견을 조율하며 빠른 시일내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공단 역시 일부 모듈기업에서 인센티브와 관련한 이견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공급선을 바꾸기 쉽지 않고 또 자재를 바꾸면 KS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공단에서도 이를 반영해 태양광산업협회를 비롯한 업계 의견을 반영해 탄소인증제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인증제의 도입 취지는 저탄소제품 확대가 목적이지 제품의 원산지를 따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현재 탄소인증제는 산업부에서 탄소인증제 관련 내용을 담은 고시를 낸 후 업무기준과 매뉴얼을 정하는 단계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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