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양수는 복구불능 침수·삼랑진은 공사지연
청송양수까지 불시고장…전문가 "예견된 사고"

▲누수사고로 지하발전소내 발전기가 완전침수된 예천양수발전소 상부저수지 ⓒ한수원 제공
▲누수사고로 지하발전소내 발전기가 완전침수된 예천양수발전소 상부저수지 ⓒ한수원 제공

[이투뉴스] 하계 전력수급대책기간에 발생한 양수발전소 공백으로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양수발전소 7곳 4700MW(설비용량 기준) 가운데 3곳 2000MW가 사고·정비·고장 등으로 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소는 전력계통 주파수조정과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불시 발전기 고장이나 전력수요 급증·급감 때 기능하는 원조 에너지저장장치(ESS)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600MW급 삼랑진양수가 작년부터 시작한 현대화 공사 중 납기지연이 발생한 가운데 예천양수는 지난달 9일 발생한 원인불명 누수사고로 800MW급 설비(발전기) 전체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600MW급 청송양수마저 설비이상으로 긴급보수에 들어가면서 올여름 재가동이 불투명한 상태다. 가용가능한 국내 양수발전설비 용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상황이 가장 위중한 곳은 예천양수다. 지난달 9일 오전 2시께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저수지로 펌핑하는 과정에 배수관로로 추정되는 부위서 누수가 발생해 폭 25m, 높이 54m, 길이 129m 지하발전소(지하 5층~지하 1층)가 완전 침수됐다. 배수관로는 양수(펌핑), 또는 발전(낙차가동) 시 초당 수십톤의 물이 지나는 관이다. 지하에 고인 십수만톤의 물을 빼내는 작업이 지체되면서 핵심기기가 한 달 넘게 잠겨있다.

현재로선 누수원인이나 지점, 발전기 재사용 여부 등도 알 수 없다. 양수발전소 침수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에도 산청양수(700MW)가 화재로 냉각파이프가 파손되면서 발전소 지하3층까지 침수됐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특수요원까지 투입한 누수차단작업으로 가까스로 발전기 침수를 막았다. 하지만 이번 예천양수 사고는 삽시간에 상황이 악화돼 대처할 겨를조차 없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한국수력원자력 당직자들에 의하면, 지하 5층 지점에서 최초누수가 확인된 건 9일 오전 2시 6분경이다. 동원된 직원들이 각종 조치를 취해 봤으나 워낙 누수량이 많아 저층부부터 빠르게 물이 차올랐다. 결국 이들은 인명사고를 우려해 도착 1시간여 만인 오전 4시께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면 감전사고나 익사사고 등 인명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고 한다.

예천양수는 유효저수량 607만톤 규모 대형양수발전소다. 2004년 착공해 8년여의 공사 끝에 2011년 12월 준공했다. 설계용역은 삼안, 토건은 대림산업 삼환기업 풍림산업이 각각 맡았고, 주기기는 알스톰과 두산중공업이 공급했다. 남동발전 소유일 시절 착공해 완공 직전 정부의 양수 통합운영조치로 한수원이 넘겨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전체 사업비는 7470억원이며, 발전기 비중은 10~15% 내외다.

▲양수발전소 운영 개요도. 전력수요가 적거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공급력이 많을 때 하부저수지 물을 상부로 펌핑했다가 전력피크 때나 다른 발전소 고장, 송전망 운영이 필요할 때 이 물을 하부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양수발전소 운영 개요도. 전력수요가 적거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공급력이 많을 때 하부저수지 물을 상부로 펌핑했다가 전력피크 때나 다른 발전소 고장, 송전망 운영이 필요할 때 이 물을 하부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가장 최근 완공한 양수발전소에서 사상 최악 침수사고가 터지자 한수원 측도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발전소는 사고보험에 가입된 상태지만, 배수작업과 침수피해를 입은 주기기를 지하에서 들어내 새 발전기를 설치하기까지는 아무리 서둘러도 1년 반 이상이 족히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봉원 예천양수발전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력거래소로부터)급전지시를 받아 정상적으로 기동(펌핑)하던 중 누수사고가 발생했는데, 특별히 운영상 실수나 관리에 실책이 있던 것은 없다"면서 "당일 현장에 출동해 뭔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보려고 2시간 가량 엄청 노력했지만, 이미 터진부위가 물에 잠겨 아무것도 손쓰지 못했다. 전기설비까지 침수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철수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양수발전 전문가들은 부실설계나 주기기 하자 가능성과 더불어 최근 들어 빈번해진 발전기 기동·정지에 주목하고 있다. 예천양수 착공 당시 현장을 방문해 기술자문에 참여한 A씨는 "해외 일부 전문가가 현장을 확인한 뒤 '발전소가 얼마 안가 터질거다. 베어링도 약하다. 10년 안에 터진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면서 "국내 설비 절반 이상이 같은기기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가격과 기술력이 뛰어난 발전기를 선정하는 게 입찰목적인데, 기술보다 가격을 중요시하고 제작사가 제출한 문서로만 기술을 평가하다 보니 비양심적인 회사의 허위가격과 성능에 속아 발전사업자만 곤란한 경우가 많다"면서 "발전설비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현재 입찰 평가기준을 바꿔 신뢰성, 기술력 등을 중요하게 보고, 중대사고·계약불이행 제작사는 입찰에서 배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봉원 예천양수발전소장은 "최근 들어 하루에도 5~6번씩 기동정지를 반복할 정도로 양수발전소 가동이 부쩍 늘었다"면서 "모든 발전소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처럼 기동정지 때 가장 큰 부하를 받는다. 7개 양수 중 가장 최근에 완공한 발전소라고 했었는데, 사고가 터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전력당국도 이번 양수발전소 동시가동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력피크기간은 양수발전 효용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현재 삼랑진양수는 현대화 공사 중 제작사 납기지연으로 전체 공기가 차일피일 연장되고 있다. 청송양수는 최근 발생한 설비 이상으로 긴급 보수에 착수했다. 이 발전소는 하계피크기간 재가동이 불가능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전체 양수설비 4700MW 중 2000MW가 셧다운 상태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올여름은 공급력이 뒷받침 돼 비상사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양수발전 자체가 가장 응동성이 빠른 속응성 자원이라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선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만일 이 상태에서 추가로 속응성 자원이 준다면 긴급상황으로도 갈 수 있다"면서 "(양수발전이)총제적으로 관리가 안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일 한수원 측은 "청송양수 2기중 1기(300MW)가 오늘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이에 따라 가동불능 양수비중은 전체 설비용량의 36%, 1700MW로 감소했다"고 밝혀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남부권 양수발전소 위치도와 건설예정 양수위치도
▲남부권 양수발전소 위치도와 건설예정 양수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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