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나라 상수도 관망은 최고 수준의 공급능력 및 품질을 자랑하는 전력망과 비견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307만명의 인구 중 5265만명이 상수도를 사용하는 등 보급률이 99.2%(2018년 기준)에 달하며, 상수관망 총연장이 22만km에 이를 정도로 구석구석 뻗어있다. 한 마디로 여느 선진국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좋은 평가에도 국내 상수도는 두 가지 측면에선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좋은 수돗물을 만들어도 이를 직접 마시는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들은 수돗물에 대해 90% 이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음용은 꺼린다. 조사 때마다 일부 달라지지만 전반적으로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절반 정도(2017년 수돗물홍보협의회 조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돗물을 마신다고 응답한 국민 중에서도 대다수가 음식물을 조리할 때나 커피·녹차·보리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일 때가 대다수로, 실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응답한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의 수돗물 음용률이 9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애써 만든 수돗물이 낡은 수도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10% 가깝게 버려지는 누수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10년 전인 2009년 11.4%이던 누수율은 가장 최근 통계치인 2018년 기준으로 10.8%로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10년 동안 노후상수도 배관망 교체 등 많은 투자에도 불구 여전히 10% 언저리의 누수율을 기록한다는 것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중후반 이후 우리나라 상수도가 외형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 아래 질적 전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노후수도관 및 노후정수장 교체·신설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매년 수 조원을 쓰고 있다. 모두 수돗물 음용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누수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수돗물 음용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의 아리수처럼 생수병에 담아 공급 내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에 나서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 수돗물을 다시 끓이거나 정수해서 먹는 이중투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전국에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는 수자원공사는 최근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신뢰를 높여 2030년까지 음용률을 유럽수준인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지역을 비롯해 강화, 시흥, 화성 등 경기 서부권 일부 가정의 수돗물에서 살아 움직이는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유충 사태가 수돗물 음용 노력을 10년 가량 퇴보시킬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관리부실을 질타했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이 아무리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기술, 그린, 스마트 등 그럴싸한 명칭을 단 상수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외쳐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헛일이다. 요란한 구호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현장을 최대한 반영한,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수돗물 관리가 절실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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