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논의 창구 비판 불구 위원 및 논의안건 '깜깜'
비영리민간단체 정보공개 청구로 실체 드러날까

[이투뉴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 폭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확산일로에 있던 각종 재생에너지사업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신사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가운데 2012년 RPS(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 시행 이후 줄곧 비공개로 운영돼 온 RPS운영위원회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RPS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할 위원회가 관(官)주도 밀실논의 창구로 활용되면서 되레 시장을 교란하고 대정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RPS운영위원회는 신재생에너지법 제12조9 등의 규정에 따른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제42조)'을 근거로 2011년말 출범해 지금까지 운영해 왔으나 위원진 구성과 위원회 논의사안은 지금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나 전기위원회 등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위원회가 위원명단과 상정안건을 공개하고, 간략하게라도 논의결과를 사후공개하는 것과 비교된다.

RPS라는 중요 에너지정책과 REC라는 핵심 정책수단을 다루는 논의기구임에도 그 실체나 역할이 여지껏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관련 규칙을 살펴보면 위원회는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이 RPS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 등을 위촉해 구성·운영하며 자문과 검토, 의결 기능을 갖는다. 위원진은 산업부 공무원과 신재생센터 임직원, 전력거래소 임직원, 관련 전문가로 구성하며 위원 임기는 2년에 연임도 가능하다.

하지만 2011년 출범 이래 지금까지 위원회 면면이나 논의 안건 및 그 결과 등이 공개된 적은 없다. RPS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공정성을 해칠 소지가 있는 안건이 논의·의결되더라도 외부서는 그 내용을 일절 알 수 없는 구조다. 주무부처와 핵심 당국자가 다수 포함된 운영위원회 역할과 기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RPS제도는 폐쇄적 시스템과 거버넌스 구조, 발전공기업 중심 제도운영으로 각종 입찰결과나 REC가격을 놓고 투명성 시비가 끊이질 않아왔다.

이미 불신은 표면화 된 상태다. 발전사들과 관련기업 사이에선 "운영위에 포함된 민간관계자가 특정기업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거나 "필요에 따라 RPS제도와 REC가격에 임의로 개입하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하다. 위원회가 관치를 위한 밀실창구로 운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다.

익명을 원한 민간기업 관계자는 “새만금 태양광사업처럼 굵직한 사업 입찰 때 컨소시엄 참여 발전공기업들을 (운영위원회로)호출해 국산 기자재 사용여부를 물어볼 정도로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꼭 필요한 역할과 기능이 있다면 정부직할 자문기구로 운영하면 될 일인데, 시장에 직접 관여하면서 굳이 지금처럼 하위기관(신재생센터)에 은폐하듯 위원회를 두고 운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정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막 뒤에 가려진 RPS운영위원회 실체를 밝히려는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인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지난달 9일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에 RPS운영위원회 명단과 운영규정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신청한데 이어 같은달 30일 에너지공단에 위원회 운영회의록 공개를 요청한 상태다. “위원회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그 내용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결정되는지 알고자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단은 이달 10일자 회신에서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이를 거부한 상태다.

공단 RPS사업실은 답변에서 “명단공개는 개인정보와 법인의 경영·영업비밀 정보에 해당돼 비공개 처리한다”며 “RPS운영위원회는 예외적 상황에 대해 자문, 검토 및 의결하며, 비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위원명단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했다. 앞서 공단은 해당단체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위원회는 논리적·합리적 의사결정보다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민원의 소지가 크다. 대다수 민원인들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아 문제제기가 들어오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본지는 공단측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운영위가 전략적 판단을 내린다면 더더욱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들이 그런 권한을 갖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민원이 발생할까봐 공개를 못하고, 민원인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적합한 답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단은 이 단체의 이의신청에 대해 28일로 예정됐던 당초 결정기한을 내달 6일로 연장한 상태다. 향후 위원 및 회의록 공개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는 “국가나 공공기관의 위원회는 구성원이나 협의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RPS 위원회도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자문단에 불과한 RPS위원회에 공정성·객관성을 부여하고 정책실패 등 그 책임을 떠 넘기려는 시도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국민도 모르는 위원회, 알고 싶어도 비밀을 취급하는 전략위원회라 공개가 불가하다는 신재생에너지센터, 이것이 지금의 산업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수립의 실체"라고 직격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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