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원자력이나 대형 석탄화력 발전소가 사고로 일시 정지되면 전국의 수많은 태양광 발전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력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보완작업이 시급하다.

최근 대한전기학회 보고에 따르면 대용량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전력망 주파수가 정상값(60.0 Hz)을 벗어나면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 인버터(전력변환기)가 이를 보호신호로 받아들여 사전 입력값에 따라 전력생산 중단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 중단상태가 벌어지면 주파수가 일정수준(59.0Hz) 이하로 하락, 한전이 전국적인 블랙아웃(대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각 변전소에 설치한 저주파 계전기(UFR)가 자동 동작함으로써 지역단위 대형 정전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28일 신보령 1호기(석탄화력, 805MW)가 불시정지하자 10초 뒤에 계통 주파수가 59.8Hz로 떨어졌고 이를 태양광 인버터들이 저주파수로 판단해 정지하면서 약 10여초 뒤 전체 계통 주파수가 59.6Hz까지 추가 하락했다.

이처럼 주파수가 떨어지면 발전소 터빈 회전속도가 느려지고 전동기 등 전기설비도 정상운전이 어려워져 전체계통이 위험에 처한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60Hz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0.2Hz만을 변동범위로 허용하며 그 이상은 신뢰도 기준 위반으로 간주한다.

이는 미국 기준에 따라 2005년부터 입력 기준값을 설정했기 때문으로 59.8Hz에 발전을 중단하는 인버터만 전체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 8만여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방문해 인버터마다 일일이 설정값을 바꿔줘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에는 무려 2년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든다. 엄청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도 큰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며 결국은 한전이 부담하는 방법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파생되는 문제지만 정부 당국이나 한전 등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미국 기준에만 그대로 의존한 게 화근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태양광 발전소는 더욱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

이를 당장 해결하지 않을 경우 2011년 발생한 9.15 순환정전보다 2배 수준으로 광범위한 대형 블랙아웃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밖에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소재를 따지기 전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국의 태양광발전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가능한한 빠른 시간 안에 입력값을 바꾸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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