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문가들 ‘가동중 환경영향조사결과 객관·공정’…긍정적 평가
주민대표는 여전히 반대의견, 매립 아닌 에너지화 정책지원 공감

[이투뉴스] 환경영향조사 결과 모든 부문에서 법적 기준치를 만족한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나주 SRF(폐기물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설단계서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시설가동 과정에서의 환경조사를 실시한데 따른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더불어 주민들에 대한 건강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나주SRF가 정상 가동돼 폐기물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모범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나주지역 주민대표는 환경영향조사가 법적 기준치를 만족시켰다 하더라도 이는 건강위험을 모두 제거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나주 SRF열병합 연료인 SRF가 광주를 비롯한 타 지역 쓰레기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주민을 제외한 소통구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환경영향조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최근 민관협력거버넌스위원회가 승인한 환경영향조사의 추진배경 및 조사결과 공표와 함께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관리를 위한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한 가운데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환경영향조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관리를 위한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한 가운데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환경영향조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건설과정 아닌 가동 중 환경영향 검증사례 드물어
이날 간담회에선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환경영향조사를 담당한 도화엔지니어링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영향조사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전남도,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 주민대표 등이 참가한 민관협력거버넌스위원회에서 합의한 것으로, 주민들이 제기하는 제반 사항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특히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환경조사는 주민참여형으로 주민대표가 모든 조사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환경영향조사 결과 대기를 비롯한 수질, 악취, 소음, 연료 등 6개 분야 66개 항목 전 부문에서 법적 기준치를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SRF 열병합발전시설 가동 시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데이터로 나주지역 환경영향을 예측한 결과 대기질은 환경기준 대비 항목별 기여율이 최저 0.0001%, 최고 0.14% 수준으로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복합악취 영향예측결과 기여율은 0.01∼0.12%로 악취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이며, 소음은 최대 39.6데시벨로 일상 생활소음과 비교하면 조용한 주택의 거실 수준이라고 조사기관은 밝혔다. 이밖에 주민들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한 다이옥신을 비롯한 중금속류 역시 대부분 법적기준치의 10분의 1 수준에 못 미쳤으며, 불검출도 많았다.

조사결과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요구한 항목 대부분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조사·분석한 결과로 판단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건설과정에서의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건설을 마친 후 가동 중 검증 차원의 환경조사를 실시한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추후 폐기물 에너지화에 대한 모범사례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부에선 사전조사 측면의 건강영향조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가동을 전제로 한 환경영향조사가 아니었던 만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경훈 산업부 분산에너지과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영향평가와 상관없이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권과 건강권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환경영향조사”라고 강조하며 “환경영향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결과를 참고해서 이 발전소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대안으로 갈 것인지와, 만일 연료전환을 하게 되면 발생하는 손실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최종결론을 이끌어 낼 것”고 말했다.

오세천 공주대 교수 역시 “환경영향조사를 4계절에 걸쳐 실시하지 못한 점과 주민들이 연료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LNG보일러와의 비교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최초 합의 이후에도 주민들이 요구하면 받아들여 모두 66개로 조사항목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측정횟수는 물론 측정기기, 방법 등에서 주민의견 수렴과 합의가 이뤄졌고, 결과 역시 전문가들의 전원 합의가 도출된 상황”이라고 신뢰성을 평가했다.

반면 범시민대책위원회 대표로 참석한 김용인 회장은 “환경영향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담배가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법적기준치를 만족해도 주민들의 환경권과 건강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나주 SRF 열병합이 하루 440톤의 연료를 쓰는데 이중 나주와 화순 물량은 13톤에 불구하고 대다수는 광주를 비롯한 타도시에서 가져오는 쓰레기”라며 “정부에 속은 만큼 주민들은 분개할 수밖에 없다. 향후 주민투표를 해서 SRF 가동할 것인지 아니면 대안으로 갈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폐기물 에너지화는 필수, 정책지원 나서야
전문가들은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와는 별개로 폐기물 에너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 공감을 표시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정책지원을 촉구했다. EU 등 선진국도 폐기물 에너지화를 통한 매립-제로화를 꾀하고 있는 등 후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매립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재 폐기물 문제가 풍선에 바람을 너무 많이 넣은 것처럼 어느 순간 터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주민 소통 및 주민 참여를 통한 폐기물에너지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용칠 연세대학교 교수는 “폐기물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풍선에 바람이 계속 들어가고 있어) 언젠가 풍선이 터질 것”이라면서 “에너지화는 필수다. 현재 폐기물 에너지시설은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서 빠지면서 경제성이 약화됐고, 많은 민원도 쏟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못잖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교수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의 경우 연성이 떨어져 사업자들이 재활용을 기피한다. 화학적 재활용까지 한 이후 나머지는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폐기물 처리 차액 지원 등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폐기물 에너지사업 역시 주민참여형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또 가능하다면 정부가 정한 품질기준보다 사업자가 자체기준을 더 강하게 해서 배출 및 연료품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민이 수용가능한 수준의 강력한 환경규제와 함께 연료품질 향상, 건강영향조사 강화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법적으로 제외돼 있는 오염물질에 대한 배출기준 마련과 함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연료품질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업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영향을 조사,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예방함과 동시에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홍영습 동아대 교수는 “법적인 기준은 환경치 이하인데 문제가 있느냐 할 수 있지만, 지역에서는 발전소 존재 자체가 심리적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사회적-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녹지공간 확보, 완충지역 확보, 심리적 안정 방안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기명 서울연구원 부원장도 “SRF는 품질확보와 함께 연중 고르게 일정수준 이상 가동해야만 설비의 정상작동이 가능하다. 굴뚝에서 나오는 것이 수증기를 없애기 위해 가열하는 등 낭비적 요소도 있지만, 지역주민의 심리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차량운행(주간 or 야간) 등까지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경부 역시 폐기물 에너지의 중요성과 정책지원 방안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연구용역 및 관련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책방향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강준구 국립환경과학원 박사는 “2018년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후속법령을 준비 중이며, 환경부에도 폐자원에너지과가 있을 정도로 폐기물 에너지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수용성 확보는 물론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혜택이 없어진 만큼 인센티브제도 등을 위한 연구용역과 포럼 등이 마무리되면 정책 및 제도개선 방향에 대한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와 환경부를 비롯한 주요 패널들이 폐기물에너지 정책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를 비롯한 주요 패널들이 폐기물에너지 정책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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