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속도도 빨라, 21세기말 강원도서 귤 재배
환경부·기상청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 발간

[이투뉴스] 우리나라의 기온 및 해수면 상승속도가 지구 평균치의 2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세기말 강원도에서도 귤 재배가 가능해지는 한편 폭염일수가 3.5배 증가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여타 국가에 비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환경부(장관 조명래)와 기상청(청장 김종석)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근거, 영향 및 적응 등의 연구결과를 정리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공동으로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된 19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 연구결과를 분석·평가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연구동향과 전망을 집대성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분야별 전문가 120명이 참여했으며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기상청, 워킹그룹1)’와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환경부, 워킹그룹2)’으로 구분해 발간했다. 이번에 나온 평가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관측·예측·영향·적응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기후변화 백서의 일종이다.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나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분야별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연구의 신뢰도를 ‘견고한 동의’ ‘중간적 동의’ ‘제한적 동의’ 3단계로 평가해 제시했다. 견고한 동의는 관련 분야 논문의 수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은 물론 전문가 의견이 일치해야 하고, 중간적 동의는 일부 소수의 다른 의견이 있는 경우, 제한적 동의는 아직 신뢰도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워킹그룹1)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이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 및 장기적 기후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1880∼2012년 동안 0.85℃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동안 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21세기말(2071∼2100)에는 온실가스 대표농도경로(RCP) 4.5의 경우 2.9℃, 대표농도경로(RCP) 8.5의 경우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RCP 시나리오는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 중 온실가스로 인해 2100년까지 추가적으로 지구에 흡수되는 에너지양(W/㎡)으로 나타낸 온실가스 변화농도를 말한다.

우리나라 강수량은 1912∼2017년 동안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여름철 강수량 증가경향이 뚜렷한(+11.6mm/10년) 반면 가을과 봄철 및 겨울철은 변화경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또 해양표면 수온은 지난 30년(1984∼2013년) 동안 연간 0.024℃ 올랐고, 해수면은 지난 29년(1989∼2017년) 동안 연간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후변화는 생태계 분포와 종 변화, 재배작물의 변화, 질병발생 증가 등 우리나라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RCP 8.5) 벚꽃의 개화시기는 2090년에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며, 소나무숲은 2080년대에 현재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1세기말 우리나라의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는 것은 물론 사과의 재배 적지는 사라지고, 감귤은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더불어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크게 증가하며 온도상승에 따라 동물 매개 감염병, 수인성 및 식품 매개 감염병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물관리, 생태계, 농수산, 건강, 산업 등 사회 전부문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올해 하반기에 수립 예정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년)’을 비롯해 각 분야의 적응정책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흥진 기상청 차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현상들의 원인과 특성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과학적 근거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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