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알뜰 수준으로 가격 올려도 알뜰-일반 주유소 모두 혜택
도로공사 평가기준이 과도한 가격경쟁 유발 원인…개선 필요

[이투뉴스] 2011년 알뜰주유소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알뜰주유소(ex-oil)로 주변의 일반주유소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고속도로알뜰주유소가 최저가 전략을 계속 펼치면서 주변주유소들도 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속도로알뜰주유소가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을 일정수준까지 인상한다면 주변 일반주유소와 함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유소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과도한 최저가 전략에서 벗어날 경우 알뜰주유소는 마진이 늘고, 일반주유소는 가격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등 상생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한국도로공사 상생협의회는 최근 고속도로알뜰주유소 실태와 주변주유소와의 상생협력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및 주변주유소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동안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에 대해 정부 및 공공기관이 시장경제에 개입한 것은 물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행위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도로공사가 재계약을 빌미로 고속도로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가격에 압력을 행사해왔으며, 정유사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한 석유제품을 염매(Dumping)해 석유유통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법적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2015년 주유소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하기도 했으나 "공정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중 알뜰주유소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조문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번에 나온 알뜰주유소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숫자는 1997년까지 급속하게 늘었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1년 알뜰주유소 정책시행 이후 주유소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 1만2901개소였던 국내 주유소 숫자는 지난해 9.2% 감소해 1만1556개소까지 떨어졌다. 반면 2012년 792개소였던 알뜰주유소는 지난해 1178개소를 기록해 48.7%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2007년 4.5%에 달했던 주유소 영업이익률 역시 2011년 2.2%로 급격히 감소해 2018년 1.8%까지 떨어지는 등 알뜰주유소가 출범한 이후 일반주유소 사업환경이 매우 어려워졌다. 특히 기업정보 종합포털 KISLINE과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2018년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8%지만 상품 재고확보를 위한 이자비용 등 영업외 비용을 제하면 순이익률은 0.7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업계는 가정용 연료소매업의 평균이익률인 5.2%, 가정용 액체연료 소매업의 3.4%와 비교해도 열악한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주유소의 최소 수익확보를 위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과점양상을 보이는 주유업계 내부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에 따라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 평균판매가격보다 리터당 30~35원 낮은 판매전략을 초창기부터 이어오고 있다.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은 고속도로알뜰이 가장 낮고, 이어 자영알뜰과 농협알뜰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속도로알뜰은 알뜰주유소 중에서도 최저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수익성이 가장 낮았다.

주유소 사업자 동의를 통해 확인된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고속도로알뜰과 주변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최소 2배에서 최대 7.2배까지 벌어졌다. 고속도로알뜰의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지난해 월평균 73만여리터까지 늘어 갈수록 주변주유소 경영난을 불러 오고 있다는 것이 주유소업계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국내 주유소의 최소 수익확보를 위해서는 알뜰주유소 판매가격 인상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알뜰 가격인하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고속도로알뜰의 최저가 판매정책을 농협알뜰 수준으로 조정해 국내 주유업계 경영정상화를 통한 상생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휘발유 리터당 1434원을 기록한 지난해 고속도로알뜰 판매가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만약 알뜰주유소가 휘발유가격을 20원 인상했다면 평균매출도 295만원(0.7%)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주변주유소 역시 매출이 157만원(2.0%) 증대된다. 만약 40원 인상하면 고속도로알뜰은 580만원(1.3%), 주변주유소는 315만원(3.9%) 늘어난다. 판매량은 소폭 줄지만 판매가격 향상으로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도로공사의 고속도로알뜰주유소 운영서비스 평가기준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속도로알뜰은 2년 연속 서비스평가 최하위 등급을 기록하면 계약이 해지된다. 서비스평가 중 판매가격부문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선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단가대비 50원 낮아야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다. 결국 이같은 구조가 고속도로알뜰 사업자는 물론 주변주유소까지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고속도로알뜰의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농협알뜰과 동일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을 농협알뜰과 동일하게 설정하더라도 정유사폴과 알뜰주유소 전체의 평균 가격차이는 리터당 27원이 낮은 만큼 알뜰주유소와 주변주유소 모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알뜰과 주변주유소가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격조정 이외에도 석유매입·주유소 운영·주유소 판매서비스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주유소의 전반적인 운영현황에 대한 정기적인 진단과 종합계획 수립으로 미래환경에 대응하는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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