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ISO 사전 예방 미흡" 지탄…일각선 태양광 편중 지적도

▲캘리포니아 ISO CAISO의 20일 수요전망
▲캘리포니아 ISO CAISO의 20일 수요전망

[이투뉴스] 최고 54℃를 넘나드는 기록적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순환정전 책임공방으로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으로 자택 실내활동이 늘어난 수십만 가구가 전력공급이 끊긴 채 무더위를 버텨야 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리뉴이코노미> 등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전력계통운영기관인 CAISO는 지난 14일 41만 가구를 대상으로 순환정전에 들어간데 이어 이튿날에는 20만 가구의 전력공급을 1시간 가량 중단했다.

폭염으로 냉방기 가동이 늘어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최악의 광역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지역의 전력을 강제 차단한 것이다. 순환정전 당시 캘리포니아주 전력공급을 담당한 에너지기업은 퍼시픽가스&전력(PG&E)과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 샌디에고 가스·전력 등 3개사다.

캘리포니아주가 3단계 비상 전력사태를 선포한 건 19년만이다.

CAISO는 예고된 폭염에 대응해 적절한 공급대책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으며, 현재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1차적 원인은 폭염이지만 사막지역에 구름이 많이 끼어 태양광이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 것이 이유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까지 파악된 사실은 일몰 이후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태양광 공백이 발생하는 저녁까지 에어컨 가동이 지속됐고, 순환정전 당시 인근 서부 주(洲) 역시 폭염으로 전력이 충분치 않아 캘리포니아가 부족한 전력을 조달할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 정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태양광 의존도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정부는 캘리포니아 공공전력위원회(CPUC)와 CAISO에 철저한 원인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에너지 부족 사태를 예상하고 이를 준비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정전 사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미국에서 최고 혁신적인 주에 걸맞지 않은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버버리치 CAISO 전 최고경영자는 주 전력위원회에 공급부족을 경고해 왔다는 입장이다. 그는 “에너지 프로그램을 크게 수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전을 앞두고 에너지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불만과 민원을 피하기 위해 미리 경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PG&E는 발표문에서 "우리를 비난하지 말라. 캘리포니아주 3개 전력회사들은 대부분 발전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송전 문제를 관리하지 않는다"면서 "순환정전은 CAISO 지시에 의한 것으로 더 큰 정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요금 전문가인 아마드 카로퀴 배틀그룹 대표는 이번 순환정전 사태가 시장수요와 공급간 통합 실패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에너지위기가 있었던 2001년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은 이미 끊어졌다. 소매가격이 전혀 변동이 없는동안 도매가격은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본요금제와 가변적 가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캘리포니아 민간발전사들은 기본요금제와 이용시간에 따른 가격 책정(TOU) 정책을 채택했다. 

파로퀴 대표는 “캘리포니아주가 현재 필요한 것은 가변적 가격 책정을 기본 요금제로 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전력도매가격은 MWh당 30달러에서 400달러까지 치솟았다. 태양광 중심 전원구성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풍력협회 캘리포니아 지부는 최근 성명서에서 캘리포니아는 태양광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의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태양광은 해가 비칠 때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한다"면서 "저녁시간 대에도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2년부터 전력 전문가들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따라 가팔라지는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을 우려해 왔다. 덕 커브는 전력수요 곡선이 낮에는 태양광으로 꺼진 것처럼 나타나다가 일몰 후 급상승해 흡사 오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캘리포니아는 2001년을 마지막으로 대형 정전사고를 겪어본 적이 없다. 남호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는 가운데 CAISO가 이 문제를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데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이번 정전사고는 천문학적 산불피해 보상금으로 파산상태에 몰린 PG&E 등 전력회사의 부실 송전망 문제와 재생에너지 대체 전원인 가스발전 설비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CAISO의 전날 수요예측 실패와 예비력으로 확보했던 가스발전기들이 제때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결합된 것이지 정전 문제를 태양광 비중으로만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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