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산 한양대 교수 ‘전기료 정상화’ 토론회서 지적
"모든 부분이 경쟁화, 소매부분 혁신과 개방 시급"

▲김영산 한양대 교수(왼쪽 단상)가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과제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왼쪽 단상)가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과제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투뉴스] 전력 소매(판매)를 한전이 독점하고 그 요금을 정부와 정치권이 결정하는 현행 구조 탓에 전기요금의 공정성과 효율성 달성이 갈수록 요원해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전기료 원가구성에서 소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그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전기료 원가 구성에서 소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2014년 한전 자료기준으로 전체 종별 평균요금 kWh당 114원에서 소매는 2원이다.

하지만 소매는 전력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역할이 지대하다. 비용유발 소비자에게 그에 상응한 정확한 요금을 부과하고, 비용부담 생산자에 정확한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소매는 100% 한전 독점이며, 소매요금 역시 정부나 정치권이 결정할 정도로 ‘정치화’ 되어 있다.

김 교수는 “요금 결정원칙은 한전이 이사회 의결로 요금조정안을 신청하면 산업부와 기재부가 인가해 전기위원회가 의결해야 하지만, 실제는 정부나 정치권이 결정해 내려 보내는 식”이라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관 역할이 약화돼 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와 요금결정 방식은 전기요금 설계의 원칙을 위배, 공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우선 요금조정 경직성으로 한전의 원가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고, 용도간·용도내 교차보조와 취약계층 및 산업 보조를 명분으로 비용유발자 과금 원칙이 경시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 선택 제한과 다양한 상품개발 유인 저조, 수매 부문 혁신동력 위축, 가격기반 수요자원 개발 불가, 도매시장 발전의 장애 등을 유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기는 특성과 기술적 면에서 과거보다 차별화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으나 우리는 제도적·경제적 이유로 부진하다”면서 “독점과 규제 제도로 공정성과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소매부문 혁신과 개방을 택한 해외사례를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2000년 초고압(산업)부터 소매를 개방해 2016년 저압(주택)까지 시장을 완전 개방했고, 유럽은 오랜 전력자유화 역사를 통해 다양하고 차별화 된 소매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본도 처음엔 잘 되겠냐고 했지만 예상 외로 저압까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모든 방향이 경쟁으로 가고 있다. 소매부문 혁신과 개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김영산 교수, 윤순진 서울대 교수(좌장),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선교 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 이시영 산업기술대 교수
▲(왼쪽부터)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김영산 교수, 윤순진 서울대 교수(좌장),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선교 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 이시영 산업기술대 교수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문제 인식을 같이 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요금은 일종의 가격신호로, 그 신호에 따라 생산량과 수요를 결정하는데 우리는 총괄원가 보상제도 원칙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고 시장 자원배분 기능이 완전 상실된 상황"이라며 "신호등이 고장나면 아무리 도로를 닦아도 무슨 소용인가. 우리 전력시장의 현황이 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전기료는 전력공급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비용절감과 설비투자 유인, 생산과 소비의 적정성이 고려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전기료에 반영될 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요구가 증가할 것이어서 요금 조정 최종결정을 정치권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현행 한전 독점체제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전문위원은 "그린뉴딜 등 각종 녹색정책이 나와봐야 '두레박의 법칙'처럼 국가 독점전력시장이 정하는 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현행 전기료와 한전 체제에 대해 정확히 문제를 제기해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재생에너지나 기후변화 얘기를 해봐야 (소비자에게)잘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령 농사용(을) 전기의 경우 지역토호나 지방의회처럼 영향력이 막각한 극소수 다소비 기업농이 전체 농민을 대표하고, 아무런 영향이 없는 농사용(갑)그룹이 대리인으로 나서 개선을 저지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제주의 경우 경영주 기준 276명의 양식업주들이 제주 전력소비량의 16%를 소비하고 있다. 이런 구조를 놔두고 카본아일랜드를 외쳐봐야 사상누각"이라고 지적했다.

한전 출신의 김선교 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도매든, 소매든 자생력이 있거나 경쟁력이 있는 체계로 보기어렵다"고 직격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나 한전 등 일부에 권한과 역할이 편중돼 있는 현행 체계는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더 이상 단계적, 부분적, 실용적이란 말로는 안된다. 과감하고 전방위적인 논의가 없다면 1년 뒤에도 같은 얘길하게 될거다. 일본과 유럽의 선행적 변화를 우리가 빠른 속도로 추격할 차례"라고 역설했다.

이시영 산업기술대 교수는 한전의 전기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다. 이 교수는 "가구당 스마트폰 요금이 30~40만원에 달하지만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 정도가 크기에 받아들인다. 에너지전환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인 전력망 투자비용과 탄소비용, 원전폐기물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 안다면 상대적으로 덜 반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모든 제도의 마지막 귀결은 전기요금으로 RPS(신재생공급의무화), ETS(배출권거래제), 생산비 등 도매시장은 많이 민주화 됐으나 소매는 여전히 100% 규제"라면서 "우리나라는 소비자들도 똑똑하고, 생산자들도 똑똑하다. 전력생산부터 소비까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전력산업 전반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은 "소매시장 혁신개방 필요성에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소비자 측면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한전 수익보전이 아니라 소비자 전기사용 행동을 합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 도입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 및 홍보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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