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규용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신임회장
유류공동구매로 대항력 키우면 이익으로 돌아올 것

▲김규용 석유일반판매소협회 회장
▲김규용 석유일반판매소협회 회장

[이투뉴스] 최근 일반판매소는 급격한 도시화 등으로 기름보일러가 줄어들면서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15년 2527개소였던 석유일반판매소는 지난해 1925개소로 매년 100개소 이상 감소하는 추세다. 또 경영난에 못이겨 가짜석유 등 불법사업자에게 이용 당하는 등 일반판매소 운영은 험난하다.

이같이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11대 회장에 선출된 김규용 신임회장은 석유일반판매소를 '노인과 바다'의 노인에 비유하며, 사업자들 간 협업을 강조했다.

김규용 회장은 먼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모아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불황의 늪에서 어려움을 겪는 전체 회원사를 위해 성심을 다해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현재 일반판매소가 처해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협회 내부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대구, 경북 일반판매소의 정유사·대리점 유류공급가격은 서울, 경기, 충청보다 비싼 경향을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각 정유사별 정책차이와 유가변동으로 공급가격 차이는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이들 지역 간의 공급가격 격차는 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이익을 이겨내기 위해 김 회장은 최근 6년 동안 대구지회장을 맡아 공동구매를 추진해 대항력을 키워왔다. 대구지회 122개소 회원사 중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회원사는 35%인 43개소에 달할 정도로 유류공동구매 호응은 뚜렷했다.

노력의 성과로 유류 공급주체인 정유사, 대리점의 등유 현물가격은 매월 대구지회 공동구매 단가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 혜택은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회원사 뿐만 아니라 참여하지 않는 일반판매소에도 무형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위기없는 기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라며 “현재 우리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등유 구매력을 집중해 구매처를 일원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와 농협주유소가 시스템에 의한 구매 일원화로 경쟁력을 갖췄듯이 일반판매소 업계도 등유 구매력 강화로 경쟁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협회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재정충당 계획도 공개했다. 현재 일반판매소협회는 전국 2200개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대변·봉사하는 공동체지만 일반판매소 업역 축소와 불황으로 회비수입이 줄어 재정이 곤궁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지금껏 펼쳐온 여러 수익사업 경험을 살릴 계획이다. 유류 뿐만 아니라 일반판매소 영업을 위한 필수구매품을 공동구매해 회원사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협회는 공급처로부터 광고비를 받아 수익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고정비를 제외한 불요불급한 협회 지출도 막기로 했다.

▲김규용 회장은 석유판매업 지위를 일반판매소로부터 승계받아 등유를 차량연료로 상용하는 불법사업자를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은 등유 주유를 위해 불법개조된 탑차.
▲김규용 회장은 석유판매업 지위를 일반판매소로부터 승계받아 등유를 차량연료로 상용하는 불법사업자를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은 등유 주유를 위해 불법개조된 탑차.

◆업계의 화두, 불법사업자와 등유 개별소비세
일반판매소 업계 최대화두 중 하나는 석유 불법사업자와 등유 개별소비세 인하다. 현재 석유 불법사업자들은 일반판매소로부터 석유판매업 지위를 승계받아 보일러용 등유를 차량연료로 불법 상용하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협회가 운영하는 ‘석유유통질서감시단’의 단속을 제고하고 석유 및 대체연료사업법을 과감하게 손질해 폐업보상비 지원, 석유판매소 사업자 허가권 제한, 처벌규정 강화 등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같은 대책을 통해 가짜석유 사용으로 빠져나가는 수조원의 탈세를 막고 일반판매소가 불법사업자의 온상이 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협회의 우선목표로 등유 개별소비세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등유 개별소비세 완화는 조세정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은 등유에 리터당 90원의 기본세율을 책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농어촌이나 도심 달동네에서 사용되는 서민 난방연료인 등유세에 고가 사치품에나 매기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반판매소협회는 지난 십여년간 등유 개별소비세 폐지 및 완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국회에서 번번히 일몰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 회장은 “한 달 동안 주운 파지로 겨울철 등유를 구입하는 노인들에게도 등유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실정”이라며 “얼어죽지 않으려 가장 비싼 난방연료를 쓰는 서민들은 먹고사는 일에 쫓겨 부당함을 따질 여력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지회장으로 있는 대구시 가정의 6%만이 등유를 사용하고 정부정책에 따라 그마저도 LNG로 전환될 전망인만큼 등유 개별소비세가 폐지되더라도 일반판매소에 떨어지는 이익은 전혀 없다”며 “조세평등을 위한 등유 개별소비세 폐지로 정부가 조세정의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착에 다다른 업계, 협업으로 기회 잡아야
석유일반판매업계의 미래에 대해 묻자 그는 “수년 전부터 일반판매소업계에는 ‘언젠가 연탄장사 짝 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고 말했다. 석탄산업이 쇠퇴했듯이 일반판매소 쇠퇴는 거부할 수 없는 시장변화이며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보편적 삶이 기쁘고 즐거운 일들로만 채워질 수 없듯이 일반판매소 업계 또한 행복했던 시간을 떠내보내고 슬프고 우울한 시간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일반판매소가 처한 상황을 ‘업계의 종착’이라고 평했다.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막상 이르고보니 사투 끝에 하얀 뼈만 가지고 돌아온 ‘노인과 바다’ 주인공의 허망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김규용 회장은 “저는 협회장으로서 전국 2200여 회원사에게 실현불가능한 기대와 허황된 희망은 주고싶지 않다”며 “하지만 오래 전에 본 팔없는 사내와 눈없는 사내가 허허벌판에서 느티나무 숲을 일궈내는 다큐멘터리처럼 모든 회원사와 협업해 이 기회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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