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 조기폐지 불구 1조2천억원 투입
남부발전은 옥내화방식 놓고 감사원 감사

▲남부발전 하동화력 전경. 노천에 쌓아놓은 유연탄(오른쪽 아래 검은색 부분)을 옥내화 하는 공사를 2022년말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E2NEWS DB
▲남부발전 하동화력 전경. 노천에 쌓아놓은 유연탄(오른쪽 아래 검은색 부분)을 옥내화 하는 공사를 2022년말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E2NEWS DB

[이투뉴스] 발전소당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발전공기업 5개사(남동·중부·서부·동서·남부발전) 저탄장 옥내화(屋內化) 사업이 갈피를 못잡고 헤매고 있다. 규제부처인 환경부는 2024년말까지 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발전사들은 석탄발전 감축정책과 옥내화 효용성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3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각각 5~6GW 내외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이들 발전5사는 작년 상반기 공포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발전연료인 유연탄을 쌓아 놓는 옥외저탄장을 옥내화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분진이나 비산먼지가 바람에 날려 발전소 인근 주거지나 농경지에 주는 피해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남동발전 영흥화력, 중부발전 보령화력, 서부발전 태안화력, 동서발전 당진화력, 남부발전 하동화력 등 5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발전사들은 공사기간이 채 5년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조바심을 내고 있다. 발전소 크기의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해야 하는데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발전소 가동과 건설공사를 동시에 수행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서다.

우선 남동발전은 2024년말 준공을 목표로 저탄용량 90만톤 규모 영흥화력 옥내저탄장을 내년초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3200억원 내외이며, 구조는 대형 실내체육관과 유사한 대공간형이다. 기존 옥외 저탄장에 쌓인 유연탄을 서서히 비워가며 옥내시설 부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영흥화력은 인천 옹진군 영흥면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의 석탄분진 민원이 많아 옥내화를 더 미룰수도 없는 처지다.   

중부발전은 사방을 막는 트러스형태의 철골 옥내저탄장을 짓기로 했다. 저탄장 건립공사에 2600억원, 상부 태양광발전설비에 600억원 등 모두 32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저탄장을 건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2024년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공기간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부발전은 태안화력 5~8호기용으로 저탄용량 60만톤, 사업비 1300억원 규모 옥내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며, 동서발전은 당진화력 1~8호기용으로 발전사 중 가장 규모가 큰 132만톤급 옥내저탄장을 짓기 위해 현재 설계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비는 3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발전의 경우 사업비 1600억원을 투자해 2022년말까지 60만톤급 하동화력 옥내화 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들 발전공기업 5사의 전체 저탄장 옥내화 사업비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동서발전 당진화력 옥내저탄장.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올렸다. 옥내화 저탄장은 석탄비산과 수분투입 예방측면에 유리하지만 자연발화 화재와 막대한 건설비가 단점으로 꼽힌다.
▲동서발전 당진화력 옥내저탄장. 상부에 태양광 설비를 올렸다. 옥내화 저탄장은 석탄비산과 수분투입 예방측면에 유리하지만 자연발화 화재와 막대한 건설비가 단점으로 꼽힌다.

미세먼지와 비산먼지 감축 정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발전사들은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노후석탄 조기폐쇄가 결정된 일부 발전사는 막대한 건설비를 투입해 옥내저탄장을 지었다가 훗날 시설을 놀리거나 몇년 사용하지 않고 철거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소를 가동하면서 2024년까지 옥내화 공사를 완료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문닫을 발전소를 위해 큰 비용을 들여 저탄장을 건설한 뒤 몇년만 사용한다면 예산낭비"라면서 "발전소는 고철으로라도 재활용하지만 저탄장은 활용도가 없다. 건축폐기물을 양산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그 비용으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든지 발전소 환경설비를 강화하는 게 낫다. 환경부가 정책 실효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각사별 여건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사업 추진여부나 규모 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장 실무자 입장에선 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이 자꾸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작년 11월 부처합동 발표를 통해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일환으로 2024년까지 석탄발전소 저탄장 옥내화를 완료하겠다고 했었다.

사업 착공을 앞두고 제기된 비위의혹으로 좌불안석인 발전사도 있다. 업계에 의하면 남부발전은 이 사안으로 지난 6월 산업부 자체감사를 받은데 이어 조만간 이를 넘겨받은 감사원 감사까지 받게 될 처지다. 남부발전이 하동화력 옥내화 공사를 통상적인 벽체 방식 대신 막구조(천막) 방식으로 추진하는 배경이 신정식 사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회사 때문이란 투서가 사정기관에 접수된 것이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관련 감사 인지 여부를 묻는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6월 자체감사를 하던 중 감사원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3,4분기 발전공기업 대상 감사계획이 있다며 이첩을 요청해 왔다"고 답했다. 정부도 전·후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감사한다는데 (거론하기)그렇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전혀(문제 될 게 없다), 한마디로 그냥 다 조사하면 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신 사장은 28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업이란 게 1부터 100까지 원칙이 있는데, 그런 구설이 나와 예상밖"이라면서 "감사를 아주 성실하게 받으란 게 (회사에 주문하는)원칙이다. 의문이 있다면 당연히 조사를 받고 해명할 것은 할거다. 그냥 담담히 (결과를)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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