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흔히 사람들이 짐작한대로 서울 도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관악산 주변 등 외곽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닥따닥 붙은 고층건물이 열을 내뿜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변두리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서울대 기후융합과학연구실이 작년 5월 서울시 온실가스 모니터링 및 연구를 위한 협약을 맺고 추진한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도심이 외곽지역에 비해 여름철에는 27ppm, 겨울철에는 20ppm이 더 높았다. 도시 내부의 자체 배출로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를 말하는 ‘도시증가분’을 국내 최초로 규명한 것.

연구진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시내 4곳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한 바에 따르면 용산 관측지에서는 가장 높은 448ppm을 나타냈고 해발 630미터의 관악산 정상은 423ppm으로 최대 25ppm이 높았다. 전체적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용산 448ppm, 남산 하층부 444ppm, 남산 상층부 434ppm을 각각 기록했다.

이같은 도심 이산화탄소 농도는 LA(30ppm), 베이징(28ppm)보다는 낮았지만 파리(7ppm), 보스턴(16ppm)보다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도심과 외곽지역의 이산화탄소 농도 차이는 도심에 밀집해 있는 건물 난방 및 교통이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달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도시 달성을 목표로 건물, 교통, 숲, 에너지, 자원순환 등 5대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담은 ‘2050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상승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적은 그리 순탄하게 나오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비협조, 중국의 산업발달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등으로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책임을 놓고 선진국은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성장으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개도국들은 지금까지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 것은 선진국들의 책임이라고 떠넘기는 등 공방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30년까지 실제예상량(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실지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올들어 장기간의 장마와 집중호우가 모두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현실을 직시하면 온실가스 감축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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