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폭 오른 CP와 하향세 환율로 당초 동결에 무게
공격적 가격 마케팅보다 경영성과에 비중 분석도

▲9월 국내 LPG가격이 동결될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나 ㎏당 20원 인상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국내 LPG가격이 동결될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나 ㎏당 20원 인상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투뉴스] 지난 8월 동결에 이어 9월에도 동결이 점쳐지며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LPG가격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측을 벗어나 9월 국내 LPG가격이 20원 인상됐기 때문이다.

당초 9월 국내 LPG가격은 가장 큰 조정요인인 국제LPG가격(CP)이 소폭 오른데 그친데다 또 하나의 요인인 달러당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띠며 인상요인을 상쇄하면서 동결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그동안 수요처의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해왔던 LPG공급사의 성향에 더해 도매요금 인하로 도시가스요금이 평균 10% 이상 내린 상황에서 서민연료인 LPG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더해졌다. 9월 국내 LPG공급가격이 동결되면서 보합세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졌던 배경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이 무색하게 LPG수입사인 SK가스, E1을 비롯해 정유사 등 LPG공급사들은 9월 수요처에 공급하는 LPG가격을 20원 인상했다.

SK가스는 91일부터 주요거래처에 적용하는 LPG공급가격을 프로판과 부탄 모두 20월 올렸다. 이에 따라 충전소 및 도시가스사에 공급해 일반소비자가 취사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가정상업용 프로판은 kg766.36원에서 786.36, 산업체에서 연료 등으로 사용하는 산업용 프로판은 866.36원에서 886.36원으로 조정됐다. 수송용 부탄은 kg1157.96원에서 1177.96원으로 인상됐다.

또 다른 LPG수입사인 E1도 수요처에 공급하는 9LPG가격을 20원 올렸다. 이에 따라 주요 거래처에 공급하는 프로판은 가정상업용이 764.8원에서 784.8, 산업용 프로판은 771.4원에서 791.4원으로 조정됐다. 수송용 부탄은 1156.96원에서 1176.96원으로 올렸다. 리터로는 675.66원에서 687.34원으로 인상돼 공급된다.

정유사인 GS칼텍스도 9월부터 거래처에 공급하는 LPG가격을 kg20원 올렸다. 가정상업용 프로판은 kg767.40원에서 787.40, 산업용 프로판은 kg770.00원에서 790.00원으로 인상돼 공급된다. LPG충전소에 공급하는 수송용은 kg1159.00원에서 1179.00원으로 조정됐다.

이번 국내 LPG가격 인상을 놓고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환율은 안정세를 나타내지만 그동안 오른 CP의 인상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데 따른 누적 미반영분이 여전하다. 여기에 가정상업용과 수송용 등 기축수요 감소세까지 더해지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가 오기 전에 누적된 인상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이어지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이달 말 LPG공급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더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큰 조정요인인 CP의 경우 7월에 프로판이 350달러로 톤당 10달러 오르고 부탄은 330달러로 10달러 내리면서 제자리걸음에 멈췄으나 9월 국내LPG가격에 반영될 8CP는 프로판이 톤당 360달러, 부탄이 340달러로 각각 전월보다 10달러 오른데 이어 10월에 반영될 9CP는 프로판이 365달러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이며, 부탄이 355달러로 10달러 인상돼 평균 5달러 올랐다.

달러당 기준 환율은 31186, 41219, 51224, 61227원으로 오름세를 나타내다 71216원으로 내림세로 전환한 이후 81200, 91189원으로 하향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기축수요인 가정상업용 프로판 수요와 또 다른 한축인 수송용 부탄 수요 감소세가 여전한 것이 발목을 잡는다. 수요 증가세를 시황에 따른 변수가 큰 석유화학용이 수요를 주도하면서 전체적인 수요는 늘어나는 양상지지만 기축수요로 LPG수요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가정상업용은 전년동기대비 5.2%, 4분의 1이 넘는 수송용은 11.6% 줄었다.

그동안 수요 확보 측면에서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공격적으로 가격마케팅을 펼쳐온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경영실적에 비중을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어하는 LPG관련업계와 LPG자동차 운전자 등 소비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소비처인 택시의 운행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음식점 매출이 바닥을 칠 정도로 어려운 영업환경에 처한 LPG소비자들이 공급가격 인상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SK가스와 E1 모두 지난해 상반기에 부과된 수백억원 규모의 국세청 벌금과 헷지용 파생상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손익이 반영된데 따른 숫자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상반기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SK가스는 영업이익은 11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7억원 보다 111.5% 늘어났으며, 순이익은 1664억원을 거둬 전년동기 324억원 보다 413.5% 증가했다. E1은 영업이익은 825억원을 달성해 전년동기 349억원 보다 111.5% 늘었으며, 순이익은 373억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 305억원의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연료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도시가스에 대한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도매요금 인하로 도시가스요금이 평균 13% 내린 상황에서 LPG공급가격은 오히려 3% 가까이 오르면서 경쟁력지수는 더 떨어졌다.

산업체별 공급단가 등 수요처 여건에 따른 공급가격이 제각각이지만 도시가스(LNG)와 오피넷을 기준으로 한 LPG집단공급의 비교지수를 보면 이 같은 정황이 확연히 드러난다. 8월말 기준으로 소비자가격의 경우 일반용 도시가스가 MJ16.5, 공급열량을 1177로 적용해 당 공급가격은 773, 1000당 공급가격은 76원이다. 반면 LPG집단공급가격은 117원으로 공급열량을 12050로 적용해 당 공급가격은 1172, 1000당 공급가격은 97원이다. 도시가스(LNG) 열량 대비 단가 비교지수는 도시가스:LPG100:78에 불과하다.

채제용 기자 top27@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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