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순위서 석탄발전 제치고 6.7GW 잠식
SMP 1분기 80원대서 50원대로 끌어내려

[이투뉴스] 석탄발전의 입지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정부 차원의 탈석탄 정책 때문이 아니다. ‘게임체인저’는 민간발전사들의 직도입 천연가스다. 아직 경제급전 원칙이 우선인 도매 전력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원자력발전 바로 다음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환경급전을 가스시장 부분개방 정책의 결과물인 직도입가스가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일 본지가 입수한 ‘9월 기준 발전기 급전순위표’에 따르면 GS당진복합 4호기(900MW)와 포스코복합 3,4호기(각 480MW), SK 광양복합 1,2호기(각 570MW), 신평택복합(1030MW), 위례열병합(447MW), 파주문산복합 1,2호기(각 900MW), 안양열병합(500MW) 등의 급전순위는 나란히 상위 25~34위다. 가동원전 24기(1~3위 23.7GW) 다음 영역 6.7GW를 이들 직도입가스 발전기가 점유하고 있다.

일명 ‘메리트 오더(Merit order)’로 불리는 급전순위는 200여기의 중앙급전 발전기를 한계가격이 저렴한 순서대로 정렬한 표를 말한다. 변동비반영시장(CBP)의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통상 원전-석탄-가스-석유발전기 순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하지만 민간발전사가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입한 저렴한 천연가스가 석탄발전보다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면서 국내서도 이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달 기준 직도입발전기 발전단가는 kWh당 최저 30.28원(당진 4호기)으로, 가장 최근 건설된 석탄발전기인 신보령 2호기 발전단가(44.97원)보다 14원 이상 저렴하고 당진‧태안 소재 기존 석탄화력보다는 20원 이상 경제성이 앞선다. 반면 가스공사로부터 연료를 조달하는 기존 LNG발전기들은 직도입가스 다음 순위를 점유한 석탄화력(약 32GW)에 밀려 급전순위 100위 전‧후에 대거 포진해 있다.

35GW에 육박하는 이들 가스발전기는 가스공사와 체결한 장기수급계약에 따라 아무리 국제 LNG시세가 하락해도 직접 연료를 들여와 쓸 수 없다. 현행 직도입발전기 수준으로 값싼 LNG를 확보해 이를 사용할 수 있다면 기존 석탄화력 자리를 가스발전이 모두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스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화력의 3분의 1수준이며, 대기오염물질도 현격하게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이제 가스가 비싸다는 건 옛말이다. LNG가격이 크게 떨어져 인위적으로 환경급전 신호를 주지 않아도 가스발전의 석탄대체는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다만 직도입발전기는 변동비가 30원대라 계속 20원 이상의 마진을 보겠지만, 가스공사 연료를 쓰는 한계발전기들은 워낙 전력시장가격(SMP)이 낮아져 가동에 따른 실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직도입가스 확대는 전력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SMP(육상 가중평균)는 kWh당 56.12원으로 1분기 80원대 대비 크게 하락했다. 2분기까지 하락세를 유지한 국제 석유‧가스가격이 시차를 두고 SMP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kWh당 30원 이상 마진을 챙겨야 투자보수율을 맞출 수 있다는 신규석탄은 물론 가뜩이나 REC가격 하락으로 울상인 재생에너지발전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제약발전으로 기동·정지나 출력감발이 부쩍 증가한 석탄발전은 연료이용효율 하락과 저(底)SMP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석탄발전사 한 관계자는 "석탄비중이 높은 남동발전의 경우 지난해 제약발전으로 3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면서 "머잖아 석탄발전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란 하소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기존 신재생발전사업도 수익은 커녕 부채를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수준으로 SMP가 낮아졌다"면서 "정부는 SMP가 떨어지면 REC가격이 올라간다고 했지만 그런 논리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신재생 프로젝트는 금융권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직도입가스발전을 경직적인 국내 에너지시장 재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간기업 에너지시장 전문가는 "직도입가스가격이 파격적으로 떨어졌는데 우린 아직 전력수급계획과 가스공사를 통한 LNG조달 등 관치체계에 머물러 관행대로 전력시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결국 세계 LNG시장 변화에 동조해 갈 수밖에 없다. 한전이나 가스공사를 위해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더 경제적이고 유연하면서 효율적인 수급으로 그 편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시장체제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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