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관공 등 사업과 상당부분 겹쳐

에너지재단이 사업 계획 중인 에너지홍보, 에너지전문인력양성 등이 에너지관리공단과 산업자원부 내 각 부서에서 이미 실시 중이거나 내년도 예산 확보를 통해 실시할 예정이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에너지복지정책이라는 설립 목적과도 상충한다.

 

그러나 에너지재단은 현재 사업을 포기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결국 중복 투자를 통한 예산낭비 또는 에관공 등 기존 사업추진기관의 사업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에너지재단 사업계획=산자부는 지난달 20일 에너지재단 설립추진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당시 산자부는 에너지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다"며 "개별 추진과 한시적 사업으로 인한 재원부족 등 현행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NGO도 지난해 7월 촛불화재로 인한 단전가구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기본권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만큼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에너지재단은 에너지복지사업, 홍보 및 문화 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에너지재단 관계자는 "수행 가능한 소규모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인원확보 인력양성 및 국제협력사업 등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 에너지재단은 저소득층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과 저소득 가구의 주거 난방시설 교체·보수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에너지 홍보 전반에 대한 기본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에너지 소비문화사업, 환경단체와 협력사업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약 관련 TV프로그램 제작 지원, 외국의 에너지 소비 문화 사례 국내 소개,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기업의 에너지 절약 실적을 평가후 성과 발표 등 세부 안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에너지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올해부터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학술진흥사업 15억원, 장학 연수사

업 2억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에너지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건전한 에너지 소비 문화정착 및 홍보사업 ▲에너지전문인력양성 등은 이미 타부서에서 이전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향후 추진을 위해 세부 계획을 마무리하고 예산확보도 마무리한 상황이어서 중복 투자에 따른 예산낭비가 예상된다.

 

한편 에너지재단은 사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공기업과 민간기업으로부터 자발적 출연금 등을 포함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6억원만 확보했다. 산자부가 '저소득층 에너지시설 효율개선' 사업을 위해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100억원으로 운영해야할 판이다.

 

◆중복 투자?=실제로 에너지 소비 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사업은 '에너지절약 홍보 및 교육'이라는 명칭으로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1980년 7월 설립된 이후로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저감시키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에관공은 에너지관련 홍보를 위해 연간 ▲기획(특집) 홍보 133회 ▲매체활용 홍보 7007회 ▲전력수요관리 홍보 890회 ▲에너지절약 행사 97회 ▲에너지관련 (순회) 전시회 12회 이상 등 우리나라 에너지절약 홍보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인영 에관공 부이사장은 "에너지재단이 현재 출범하지 않아 실체가 없지만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조만간 에너지재단과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에관공은 자체 사업계획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에관공은 2007년도 '홍보 및 교육'사업을 위해 올해보다 4억2900만원이 증액된 81억9700만원을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상태다.

또 산자부는 에너지전문인력양성을 위해 올해 46억원을 투입하고 내년에도 51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산자부는 2015년까지 에너지분야 전문인력 8만3500여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연차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에너지산업 발전에 부합되는 핵심전문인력 육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에너지재단이 추진하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과 저소득 가구의 주거 난방시설 교체·보수 지원사업도 논란이 예상된다.

 

산자부가 '저소득층 에너지시설 효율개선 사업'을 위해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100억원의 예산 운영 주체가 에너지재단인 것. 이 경우 에너지재단은 출연금을 통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에너지복지정책 추진이라는 애초 설립목적과 다르게 결국 정부 예산을 통해 사업을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세중 에너지재단 이사장은 "재단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조만간 이사회에서 구체화된 사업계획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재단의 차기 이사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에너지재단과 에관공, 산자부가 이대로 사업을 펼쳐 나간다면 예산과 인력의 중복투자로 결국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있던 사업을 설립목적과 다른 에너지재단이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총장은 "에너지재단이 전문인력양성이나 홍보사업 등 본래의 취지와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조직의 규모만 키우는 것"이라며 "자칫 낙하산 인사 등을 불러 일으켜 정부의 고위 인사들의 자리보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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