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6기 동시정지 사태에 지자체-한수원 상반 입장

▲태풍 하이선 북상 때 월성원전 2기가 동시 정지했다.
▲태풍 하이선 북상 때 월성원전 2기가 동시 정지했다.

[이투뉴스] 제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으로 가동원전 6기가 동시 정지한 사건에 대해 8일 원전 주변 지자체들이 객관적이고 철저한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태풍 당시 강풍을 타고 발전소로 유입된 염분을 고장원인으로 지목하며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울산 중구·남구·동구·북구, 전남 무안군·함평군·장성군, 전북 고창군·부안군, 강원 삼척시, 경북 포항시·봉화군, 경남 양산시, 부산 금정구·해운대구, 대전시 유성구 등 원전 인근지역 16개 지자체로 구성된 전국원전동맹은 이날 '원자력 안전은 말 뿐인가'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에서 "지진도 아닌 태풍으로 원전 6기가 멈춘 사태에 대해 314만 국민들의 대표조직으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앞서 이달 3일과 7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북상 시 동시 정지한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월성 2,3호기 안전성을 우려하는 성명에서다. 이들 원전 가운데 경수로형 원전인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고리 1호기(영구정지), 고리 2호기(예방정비) 등 6기는 발전소 탈락 직후 디젤발전기를 돌려 원자로 냉각 등에 필요한 필수전력을 조달하고 있다. 

전국원전동맹은 성명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전국 원전에 대한 대대적 안전보강을 진행했지만 유사사고는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2003년 태풍 매미 때도 고리원전이 가동 중단된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태풍으로 원전 가동중단 사태가 반복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나 원자력 안전 등 각종 정책결정에서 원전 인근지역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며 ▶원전정책 결정 시 인근 기초지자체장 동의 의무화 및 원전동맹에 원안위 위원 추천권 부여 ▶원전 관련 모든 정보를 인근 지자체와 공유하고 고장 등 사고 발생 시 현장확인과 조사참여권 보장 ▶사고원인에 대한 원전동매 추천 전문가 조사와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 강구 등을 요구했다.

지역사회로 논란이 확산되자 한수원은 일단 고개를 숙였다. 한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비록 설비 이상 시 발전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설계대로 발전정지가 이루어졌으나, 원전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한수원은 "현재까지 추정 원인은 원전에 근접한 강력한 태풍에 의해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다량의 염분이 발전소 부지내 송수전 관련설비에 유입돼 고장이 발생, 이로부터 발전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동작해 정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재 고장설비 복구와 전력설비에 침적된 염분 제거작업을 수행 중으로 규제기기관 공식조사 결과에 따라 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 설명대로라면 이번 원전 동시 정지의 1차 원인은 한전 관할인 외부 송전선로가 아닌 한수원 자체 소내설비며, 그 원인은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된다. 아직 원안위 차원의 조사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특성에 비춰볼 때 원전 규제당국이 아닌 전력계통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가 필요하는 견해다. 

한수원은 염분유입에 의한 송수전 설비 이상을 원전 정지 사유로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한수원은 "장기적으로 한수원 모든 발전소 전력설비 진단을 통해 염분유입에 취약한 설비를 개선하는 등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 시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기록을 뛰어넘는 자연재해에도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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