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SM규제 2라운드에서도 ‘LPG’ 쓴 맛
[이슈] PSM규제 2라운드에서도 ‘LPG’ 쓴 맛
  • 채제용 기자
  • 승인 2020.09.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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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硏 ‘저장탱크 LPG공급 안전성 담보 못해’ 결론
도시가스는 완화 성과, LPG는 현행규제 유지로 엇갈린 승패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연료인 도시가스와 LPG가 PSM 규제 측면에서 희비가 엇갈리며 경쟁력 간극이 더욱 벌어지게 됐다.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연료인 도시가스와 LPG가 PSM 규제 측면에서 희비가 엇갈리며 경쟁력 간극이 더욱 벌어지게 됐다.

[이투뉴스] ‘저장탱크가 사업장에 있는 경우 LPGLNG보다 위험도가 좀 더 높고 ALARP(As Low As Reasonably Practicable) 영역에 위치한다. 따라서 LPG는 현행 규정량대로 유지하는 것을 권고한다. 다만 사업장 내에 저장탱크 없이 저압으로 외부 배관으로부터 공급받아 연료로 쓰는 LPG에 한해서는 도시가스와 동일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의뢰를 받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넉달 간 용역을 진행한 연료용 액화석유가스의 공정안전관리 규정량 조정에 대한 안전성 연구보서의 최종 결론이다. ALARP는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도를 낮춘다는 의미다. ALARP 영역은 대응하는 감소조치를 취하는 것을 전제로 해 허용 가능한 영역으로, 일정한 감소조치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허용이 가능하지 않은 영역이다.

결과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공정안전관리제도(Process Safety Management) 개정과 관련해 저장탱크를 이용한 LPG공급은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도시가스업계가 PSM 상의 규제완화 성과를 거둔 반면 LPG업계는 재산정을 촉구하며 규제완화의 물꼬를 트려했던 2라운드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위탁 수행한 이 용역은 PSM 상의 취급규정량 적용기준을 두고 규제가 완화된 도시가스와 형평성을 내세우며 이의를 제기한 LPG업계 의견을 고용노동부가 수용해 이뤄졌다.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통해 LNG와 마찬가지로 LPG의 규정량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공정안전관리제도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중대산업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사업장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제도이다. 중대산업사고는 유해·위험물질의 누출·화재·폭발로 근로자 및 인근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사고를 말한다. 원유정제처리업, 기타 석유정제물 재처리업, 석유화학계 기초화합물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물질제조업, 질소·인산 및 칼리질 비료 제조업, 복합비료 제조업, 농약원제 제조업, 화약 및 불꽃제품 제조업 등 7개 업종 외에 인화성가스, 인화성액체, 메틸 이소시아네이트 등 51개의 유해·위험물질을 규정량 이상 제조·취급·사용·저장하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 같은 PSM 규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1996PSM제도가 도입된 이후 산업 환경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됐지만 공정안전관리 대상물질별 규정량은 한 번도 재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와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제도개선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유해·위험물질 51종에서 18종은 취급규정량을 상향조정하고 18종은 하향조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그동안 취급규정량이 하루 5000(저장 20)을 적용받던 사업장의 연료용 도시가스는 취급규정량이 5kg으로 조정됐다. 종전보다 10배 늘어난 수준이다. 그만큼 도시가스사는 대규모 수요처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한층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도시가스업계가 한국도시가스협회를 주축으로 산업용 도시가스 PSM 규제완화를 위해 고용노동부 및 안전보건공단과 협의를 진행하며, 학계 등 연구기관의 용역을 통해 제도개선에 나선지 4년 만의 성과다.

당혹스런 LPG업계연구용역 및 4개 단체 공동건의

반면 대형 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연료시장에서 경쟁관계인 LPG업계는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규제가 대폭 완화된 도시가스와 달리 기존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경쟁력 유지는커녕 더욱 열세에 처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PG업계는 도시가스와 동일한 유틸리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는 것을 물론 제도적 측면에서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고용노동부에 재산정을 촉구했다.

LPG업계를 대표하는 대한LPG협회, 한국LPG산업협회, 한국LP가스판매협회중앙회, 한국LPG배관망사업단 등 4개 단체도 공동으로 PSM 규정량을 도시가스와 같이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LPG안전관리에 특화된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및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관련 기술코드를 통해 LPG저장시설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고, 최근 8년간 가스사고 사례 조사결과 저장능력 3톤 이상의 LPG저장탱크 및 저장시설의 시설미비, 설비고장, 열화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또한 LPG PSM 규정량 조정을 위한 LPG 저장시설의 안전성 제고 방안을 제시하며 지하매몰식 저장탱크의 경우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지하탱크실 설치 및 모래 충진 등으로 만약의 주변 화재나 폭발에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LPG저장시설을 설치한 사업장의 조업 특성 및 현장 여건 등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안전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에 의뢰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3조의6 1, 2항의 해석과 관련한 법률의견을 받아 제시했다.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예외 시설을 나열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3조의6 21 ‘6.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른 LPG충전저장시설의 의미를 충전과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설로 해석해야 하는지, 아니면 충전과 저장 중 어느 하나의 역할만 수행하는 시설도 이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다. 또 만약 LPG저장탱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49조의2 1, 동법 시행령 제33조의6 1, 동법 별표 10에 따라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규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면 LPG저장탱크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10에 따른 저장설비의 규정량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취급설비의 규정량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해당 법무법인은 법제처 설명자료, 관련 판례, 관련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충전과 저장 중 어느 하나의 역할만 수행하는 시설도 LPG충전저장시설에 포함되므로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예외 시설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또 인화성 가스와 관계된 사업장 내의 LPG저장탱크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10 중 인화성 가스의 저장설비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취급설비 규정량이 아닌 저장설비 규정량이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연구기관 안전성 용역결과 LPG규제완화 좌초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제시되는 LPG업계 의견을 수용한 고용노동부는 전문연구기관의 객관적 데이터를 통한 법적 근거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연료용 LPGPSM 규정량 조정에 대한 안전성 연구용역을 맡겼고, 이를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위탁받아 검증에 나섰다.

입수된 최종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위험성 비교 결과 LPGLNG보다 위험성이 높으나 전체 연료용으로 사용되는 다른 여타 물질들

과 함께 비교하면 두 종류 모두 하위 수준으로 묶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을 등급별로 위험군을 분류하는 다른 대부분의 방법론에서도 메탄과 프로판을 비슷한 위험성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질의 위험성 자체는 프로판이 높다고 할 수 있으나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닌 것이다.

안전성 비교 검토에 초점을 맞춘 영향평가에서는 LPG 저장탱크의 최악의 시나리오인 10분 전량방출 또는 블리브 영향을 제외하면 비슷한 조건에서 두 물질이 매우 유사하다. 즉 배관만을 사고시나리오로 가정해 비교한다면 사고 시 영향거리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 위험도 및 사회적 위험도에서는 LPGLNG 모두 위험성이 높지는 않지만 저장탱크가 사업장에 있는 경우 LPGLNG보다 약간 높고 ALARP 영역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LPG, LNG가 사업장 외부로부터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경우의 위험성 평가 결과에서는 영향범위 및 위험성이 모두 유사하게 나타났다. 사업장의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형태로 사업장 내에 저장탱크 없이 저압으로 배관을 통해 공급받아 연료로 쓰는 LPG의 경우에는 도시가스와 같이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LPG의 경우 PSM 취급량을 현행 규정대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저장탱크를 통한 LPG공급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용역보고서가 이런 권고를 제시함에 따라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가 이를 무시하고 LPG업계의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은 입장이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 결과의 최종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LPG업계의 대안제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결론이 난 것을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가 좌절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독자적인 연구용역을 통해서는 PSM규제와 관련해 연료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시가스업계와 LPG업계가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게 됐다. 물리·화학적 특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도시가스와 LPG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형평성을 갖춘 정책을 주장했던 LPG업계가 제2라운드에서도 쓴 맛을 본 셈이다. LPG업계가 이대로 손을 놓을지, 아니면 또 다시 긴 호흡으로 PSM 규제완화를 이루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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