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전력판매자 다수여야 온전한 시장"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투뉴스] 에너지전환정책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는 드물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사진·58>는 “세계적 추세인데다 기후협약에 참여하고 있어 갈 수밖에 없다”는 쪽이다. 단서는 있다. 효율과 공평, 그리고 선제적 제도개선이다. 정부 (정책)선택에 의해 누군가 손해를 보거나 횡재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눈앞 목표 때문에 서두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17일 한양대 경제연구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예금만 있던 금융시장에 개인 주식거래가 가능해진 수준의 변화”라면서 “정부 규제 아래 증권사 한 곳이 모든 걸 다한다면 금융시장이 발달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여기서 단일 증권사는 한전을 말한다.


-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나름 전력산업 구조 개선논의가 있었으나 현 정부는 그렇지 않다.

“정권의 문제라기보다 노조의 이해, 현실에 안주하고 새 변화를 두려워하는 공무원들의 태도 때문이다. 상당히 큰 틀에서의 의사결정이 있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왜냐면 모든 변화는 당대에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진정한 효과는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난다. 누가 짧은 임기 중 나서려 하겠나. 장기적인 일을 용기 있게 나서 할 수 있는 사회 전체 시스템과 구조가 있나. 누군가 책임지고 당장은 어렵더라도 하자고 하는 건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큰 틀의 의사결정 주체는 누구인가?

“정치권이다.”

-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에너지전환은 세계적 추세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후협약에 참여하고 있고, (온실가스 감축이)약속이라 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전환은 시장만으론 어려우니 정부가 개입해 지원도 할 수밖에 없는데, 효율적이고 공평한 방법으로 가야 한다. 누군가 손해를 보면 보전해주고, 그 부담을 전 국민이 나눠져야 한다. 또 시장이라면 원래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는 게 없지만 정부가 선택하고 소위 승자를 가리다보면 누군가는 혜택을 보게 된다. 100% 그걸 막을 순 없지만 최소화 해야 하고, 누군가가 그 기회를 통해 횡재를 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정부는 할 일은 표준화라든지 기초연구개발연구다. 승자를 선택하는 건 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요소가 개입되고 정치화 된다. 에너지정책은 뭐든 10~20년을 간다. 한번 단추를 잘못 꿰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미래에도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계획을 잘 짜서 가야한다. 당장 눈앞에 목표 때문에 서두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공평은 금세 이해되는데, 효율적인 건 어떤 건가

“별개가 아니다. 비용유발자에게 비용을 부과하고, 혜택을 보는 사람에게 그만큼 보상을 받아내는 게 공평이다. 공평한 건 동시에 효율적인 거다. 비용유발자에게 그걸 부담시키지 않으면 낭비가 지속된다. 가치를 누려야 할 사람이 과도한 가격으로 그걸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비효율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정말 전망이 밝은 기술에 투자·지원하는 건 공정하고 효율적인 거다. 반대로 경제성도 없는 기술을 지원해 쓰지도 못하는 건 공정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일이다.”

- 에너지전환과 산업구조 개선, 어떤 일이 우선인가

“같이 가야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제도를 선제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전문기관들이 계속 보고서를 내고 준비한다. 우린 그런 일을 누가하나. 정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들이 예측하고 인지하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계획을 미리 준비해 최적경로로 가는 것과 준비하나 없이 가다가 그때그때 대응하는 건 다르다. 1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2년만 본다.”

-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전원믹스만 바꾸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전력계통이 완전히 바뀌면 유연성 자원들이 역할을 많이 해야 하므로 그런 자원들에 대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투자를 장려할 동기구조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게 없다. 예를 들어 양수발전 같은 경우 계통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 다 적자를 보고 있다. 정말 유연자원이 필요할 때 이대로 보상을 안하고 가면 어떻게 계통을 끌고 갈 수 있겠나.”

- 전력산업 자체는 더 이상 임기응변이 안 통하는 지경이다.

“다른 나라는 모두 선도시장, 실시간시장, 보조서비스시장 등 5~6개 시장으로 운영한다. 우리만 하루 전 시장 하나로 운영한다. 변동비반영시장(CBP)의 한계에 다다른 거다. 계통이 단순할 땐 괜찮았지만, 에너지전환으로 앞으론 어렵다.”

- 첫 단추를 어디부터 꿰어야 하나. 소매부터 손대야 하나

“조금씩 진화를 해왔다면 문제가 안되는데 한꺼번에 하려니 너무 어렵다. 일단 도매시장부터 고쳐야 한다. 실시간시장과 보조서비스시장은 필수다. 실제 그 전력이 갖는 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매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용기반이 아니라 가격기반으로 갈 수 있다. 또 그렇게 가기 위해 수요독점을 고쳐야 한다. 수요독점 횡포를 막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구매를 대행하고 있지만 완전 중립적이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나 한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도매시장은 양방향이 되어야 한다. 구매자도 여럿이고, 판매자도 여럿이어야 한다. 양쪽이 다수여야 온전한 시장이 가능해진다. 원래 구조개편의 방향이 그랬다.”

- 재생에너지만이라도 발전사 직접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소매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계획대로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그렇게 하더라도 나머지를 한전이 모두 쥔 상태에서 얼마나 활성화가 될지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라도 문을 열어놓으면 사업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뭔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않겠나. 지금은 아예 봉쇄돼 있다. 제도적으로 벤처나 창의적 사업자가 첫걸음을 뗄 수 없는 구조다.”

- 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직접 하겠다는데

“그렇다면 판매를 내놓아야 할거다. 나름 한전 논리도 있지만 부작용이 더 많으니 내놓고 균형을 맞춰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

▲김영산 한양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 우리보다 앞서 간 일본의 선례가 시사하는 바는

“유럽과 미국은 우리와 여건이 많이 다르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 가장 유사하다. 고립된 계통이고 전원구성도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이미 기간사업자가 10개로 나뉘어 있었고, 우린 줄곧 하나였다. 그래서 일본이 그나마 더 쉬웠다. 물론 저항도 꽤 심했다고 들었다. 그러다 후쿠시마 사고로 추진력과 속도가 더 붙어 이제 거의 완성단계다. 기존 사업자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여러 결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가스와 통신사업자까지 들어와 그야말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와 출발시점은 차이가 없는데 훨씬 앞서 나가 있다. 그들의 시행착오까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국민들은 싸고 안정적으로 한전 전기를 잘 쓰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당장은 그렇지만 지속가능한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단계다. 배출권 비용과 RPS비용을 한전이 그냥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시장으로 간다면 정부가 설득할 필요도 없다. 석유시장을 보라. 왜 오를 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느리냐 정도의 불만이지 정부더러 책임지라고 하지 않는다.”

- 전력시장 플랫폼으로서 전력거래소는 잘하고 있나

“애를 쓰고는 있지만 한계를 많이 느낄거다. 현 제도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예를 들어 CBP제도 하나로 모든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할 일은 쌓이는데 공구 대여섯개로 할 일을 드라이버 하나로 하는 식이다. 그러니 여기저기 땜질을 해야 하고, 제대로 하기도 어렵고, 비난도 많이 받을거다.”

- 요금규제를 놓으려면 시장으로 가야하고, 그렇게 가려면 독립된 규제기관이 필요하다

“전기, 가스, 열을 두루 볼 통합 규제기관이 있어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 갖춘 조직이어야 하며, 위원 몇몇이 아니라 내부에 기구를 두고 정책연구개발이 가능해야 한다. 정부가 바로 요금을 놓지 않아도 된다. 일본의 경우 올해까지만 규제요금을 두기로 했다가 좀 더 가져가기로 했다고 들었다."

- 과도하게 정쟁화 됐지만, 어쨌거나 재생에너지가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도 한 때 더 이상 시장이나 산업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었다. 얘기해봤자 실행되지도 않고, 동조하는 이도 없었다. 그러다가 에너지전환이 되면서 위기감이 생겨 다시 이런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과거 국내 금융시장에 주식투자란 게 없었다. 돈이 생기면 다 저금만 했다. 그 시절엔 금융이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다 똑같은 은행이율, 모두가 관치였다. 그러다가 주식시장에 개설됐고, 지금은 예금의 비중이 더 적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예금만 있던 금융시장에 개인 주식거래가 가능해진 것 수준의 변화다. 그렇게 됐을 때 은행 한 곳이 정부 규제 아래 모든 걸 다한다면 금융시장이 발달할 수 있겠나. 재생에너지는 굉장히 다양하고, 구매자와 판매자도 여럿이어야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있을 수 있다. 그야말로 창의력과 민첩한 시장대응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은행 하나로 되겠나."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김영산. He is…] 1963년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산업조직과 독과점, 지배구조.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로 4년을 근무하다 1997년 한양대로 적을 옮겼다. 경제금융대 학장, 산업조직학회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전기요금 개선 TF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와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이다. 슬하에 대학, 대학원생 딸 둘을 두고 있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