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용 요 및 피치 드라이브 국내 유일 생산, 우림기계
값싼 중국산 제품에 맞서 국산 풍력부품 활성화 방안 필요

[이투뉴스] 경상남도 창원시 상남동 시내를 지나 남쪽 성산구로 내려가면 대한민국의 기계산업을 책임지는 창원 국가산업단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기계기어 및 동력전달장치를 생산하고 있는 우림기계 본사와 생산공장이 있다. 우림기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풍력발전에 필요한 요(Yaw)드라이브와 피치(Pitch)드라이브를 양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18일 찾아간 우림기계 1공장은 납품을 앞둔 풍력발전 부품을 검사하고 페인트작업을 마무리하는 직원들로 활기가 넘쳤다.

▲우림기계 공장 내부 모습. 이곳에서는 납품을 앞둔 풍력핵심 부품의 최종검사가 이뤄진다.
▲우림기계 공장 내부 모습. 이곳에서는 납품을 앞둔 풍력핵심 부품의 최종검사가 이뤄진다.

 ◆국내 유일 요·피치드라이브 개발…국산풍력 밸류체인 유지
우림기계는 40년 동안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어 및 동력전달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풍력발전사업은 어느덧 우림기계의 주력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12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풍력 관련 국책과제에도 참여하며 풍력산업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자본 868억원 중 부채 비율은 13%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림기계가 풍력발전 분야에서 생산하고 있는 부품은 요와 피치 그리고 풍력증속기(Gear Box)다.

▲한우진 전무가 요드라이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보여준 요드라이브는 두산중공업 납품을 앞두고 부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었다.
▲한우진 전무가 요드라이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보여준 요드라이브는 두산중공업 납품을 앞두고 부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 절차와 페인트칠을 거치고 있었다.

공장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요드라이브였다. 요드라이브는 풍력발전의 머리에 해당하는 나셀(Nacelle)의 방향을 바꾸는 부품이다. 선풍기 회전모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부품은 풍력발전의 최대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바람 방향에 맞게 나셀 각도를 조절한다. 이날 우림기계 1공장에서는 두산중공업 5.5MW급 풍력발전에 들어갈 신규 요드라이브가 납품을 앞두고 점검 중이었다. 한우진 우림기계 전무는 “요드라이브 밑에는 톱니바퀴 같은 슬로잉 베이링(Slewing bearing)을 설치해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나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드라이브를 점검하는 곳 바로 맞은편에는 5.5kW 피치드라이브도 납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게 530kg의 이 피치드라이브는 풍력발전 블레이드 각도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풍속에 따라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해 태풍이나 강풍이 불 경우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블레이드를 안전하게 보호하거나 풍력발전의 효율을 끌어낸다. 피치드라이브는 해상풍력 블레이드에 6개가 들어간다. 공장에는 두산중공업 납품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피치드라이브 54개를 시험 및 점검하고 있었다.

▲한우진 우림기계 전무가 두산중공업 풍력발전 납품을 앞둔 피치드라이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게가 530kg인 5.5 피치드라이브는 블레이드의 각도를 조절해 풍황에 따라 발전을 할 수 있게 돕는 부품이다.
▲한우진 전무가 두산중공업 풍력발전 납품을 앞둔 피치드라이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게가 530kg인 5.5kW 피치드라이브는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해 바람상황에 따라 발전을 할 수 있게 돕는 부품이다.

피치드라이브 옆에는 거대한 풍력증속기도 보였다. 증속기는 슬로잉 베이링에 맞물려 블레이드에서 발생한 회전력을 발전용으로 쓸 수 있도록 고속회전으로 바꾸는 부품이다. 풍력발전에 설치할 신규 부품으로 나가는 요드라이브와 피치드라이브와 다르게 이날 본 증속기는 부품에 이상이 있는지 성능시험을 하고 있었다. 한우진 전무는 “공장에 있는 증속기는 1MW급 이상으로 부품 구성 전체를 다시 점검하는 오버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수리 중인 풍력증속기. 증속기의 경우 크기가 크기 때문에 3차원 측정기를 이용해 부품 변형을 확인 후 정상적인 부품으로 재조립한다.
▲부품 수리 중인 풍력증속기. 증속기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3차원 측정기를 이용해 부품 변형을 확인 후 정상적인 부품으로 재조립한다.

우림기계는 오버홀 과정에서 3차원 측정기를 이용한다. 증속기가 크기 때문에 파란색 껍데기에 포인트를 찍어서 어떤 부품이 변형됐는지 측정한다. 한 전무는 일일이 수동측정을 하면 정확하게 부품의 어느 곳이 변형됐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먼저 부품을 3차원 측정기로 검사를 하면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어 대형증속기 수리에 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은 우림기계가 국내에서 가장 수준 높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변형된 부품을 정상적인 제품으로 교체하고 재조립 후 정상 가동되는지 확인한다. 

3차원 측정기를 보러가는 길에는 증속기 및 드라이브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슬로잉 베어링을 가공하는 기계도 보였다. 이빨모양으로 정밀하게 커팅 중인 슬로잉 베어링은 수년간 드라이브와 증속기 등 부품을 만들며 쌓인 우림기계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우림기계의 3차원 측정기. 수동으로 점검하면 대형 증속기의 부품 변형을 정확히 이뤄지지 않지만 기계를 이용하면 포인트를 집어 변형된 부분을 찾을 수 있어 수리가 수월하다.
▲우림기계의 3차원 측정기. 수동으로 점검하면 대형 증속기의 부품 변형 확인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지만 기계를 이용하면 포인트를 집어 변형된 부분을 찾을 수 있어 수리가 수월하다.

공장에서 생산된 요드라이브와 피치드라이브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에도 들어가며 일본·미국 등 해외 사업장에도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 생산공장 및 본사가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 등 사업서비스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도 우림기계의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최적화 된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 한 전무는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풍력산업 국산화 밸류체인 중 하나를 이루고 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요와 피치를 생산하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한우진 전무가 현재 풍력산업에 대한 애로사항과 앞으로 국내 풍력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우진 전무가 풍력산업에 대한 애로사항과 앞으로 국내 풍력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타업체 대부분 포기…국내업체에 인센티브 줘야
한우진 전무는 현재 국산 풍력이 중국산을 위시한 외산 제품에 가격경쟁력으로 밀리고 있는 것에 대해 R&D를 대규모로 추진하거나 테스트베드 및 실증단지를 확대하는 등 국산 부품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 년동안 내수시장 확대가 지연되면서 부품 생산량이 많지 않자 자국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풍력시장을 점유하고 국내 풍력산업도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한 전무는 “이전엔 국내에서 풍력산업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에 밀려 다른 기업이 사업을 철수해 현재는 요와 피치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나마 두산중공업 등 풍력터빈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이 국산 부품을 우선 구매하고 정부가 7월 해상풍력발전방안을 발표하며 핵심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값싼 외산과 비교하면 국산 제품의 전망이 마냥 밝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산 제품을 활성화하고 외산의 가격경쟁력에 대비하기 위해 국산 제품을 쓰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풍력건설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운영할 방법도 필요하다. 한 전무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외산과 다르게 제품 판매 후 유지보수도 유리하기 때문에 업체선정 평가에서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무는 “요·피치드라이브 같은 경우 이제 기술력 차별화를 내세우는 시기가 아닌 제품 일반화에 가까운 상태이며 원가절감 등을 고려하면 물량 공급을 앞세운 중국산이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국내에서 부품을 양산한다는 것이 고객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을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과 유지보수가 외산보다 유리하다는 점에서 서비스 역량 정량화 등 국산 제품에 차별성을 둘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진경남 기자jin0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