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착상태' 독일 에너지전환, 돌파구 마련될까
[특집] '교착상태' 독일 에너지전환, 돌파구 마련될까
  • 조민영 기자
  • 승인 2020.09.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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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지수 20위로 하락, 해상풍력 등 확대에 어려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늘린 법개정안 통과, 기대는 엇갈려

[이투뉴스] 그동안 앞서간다는 평가가 많던 독일의 에너지전환(Energiewende)이 최근 실패 위기에 봉착했다는 대내외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115개국의 에너지시스템과 탄소배출량 변화를 조사한 ‘에너지전환지수 2020’에서 독일은 전년도 17위에서 20위로 3계단 하락했다. 독일은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를 꾸준히 추진하면서 동시에 수소 등 미래 청정연료로의 전환에 앞장서고 있으나,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 정부가 20년 전 처음 도입한 재생에너지법을 수정, 보완한 개정안을 최근 공개했다. 독일 남부 지역에 더 많은 풍력발전소를 세우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노후화된 터빈에 대한 기준 등을 담았다. 이 개정안은 23일 내각 장관들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파리 기후협약 목표를 준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목표 비율을 현재 50%에서 65%로 확대키로 했다. 세부적인 확대 방법은 2023년 재정립될 예정이며, 재생에너지 발전비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2년마다 목표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2030년까지 태양광 설치용량을 현재보다 두 배 가량 늘려, 현재 연간 4GW에서 4.6~5.6GW 가량 확대시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상가나 공장 등 대형 지붕형 태양광시스템은 입찰에 부쳐진다. 해상용 풍력발전 분야의 경우 연간 2.9GW 대신 4GW가 경매에 부쳐진다.

육상용 풍력에너지는 최근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독일 에너지전환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지역 당국의 지나친 관료주의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9년에는 약 1GW의 육상풍력만이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여러 장벽들을 제거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대표적으로 한 지역에 추가될 풍력터빈의 특정 용량만을 허용했던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향후 지역당국에게 신규 풍력터빈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을 할 예정이다. 신규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많은 법정소송에 대응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노후화된 터빈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도 남아있다. 설치된 지 20년이 넘은 터빈은 재생에너지법에 따른 자금에 신청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전소의 운영을 돕고 전력 판매 허락을 받기 위한 법 개정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독일 남부 지역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풍력발전 건설반대가 심한 곳이다.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에 대한 엇갈린 반응
이번 재생에너지법 개정안 발표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가 미지근하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환경행동(UBA)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아까운 시간이 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재생에너지협회도 재생에너지 확대 용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정부가 제안한 것보다 두 배 이상 용량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사회당 의원들도 실망감을 표시했다. SPD의 니나 쉬어 의원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않은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목표 점유율을 최소 75%로 확대하고 경매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발전소 운영자들은 지역 경매에 참여할지, 발전차액제로 변제 받을지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반면 지방 기업 협회들은 이 개정안이 65% 목표 달성에 맞춰진 알맞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심지어 일부 산업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개정안의 엄격한 규제 계획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BDEW 에너지산업협회는 개정안이 청정에너지 사업비용을 더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20년된 재생에너지, 보조금 삭감 논란
빌프리드 하스 씨(62세)는 1992년부터 독일에서 3kW급 태양광발전소를 소유, 운영하고 있다. 그는 소형 발전사업을 통해 독일의 석탄과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정부 보조금이 삭감되면서 하스 씨의 고민이 깊어졌다.

하스 씨와 같은 수 천 명의 소형발전사업자들이 보조금 없이 발전사업을 유지할 지 기로에 섰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2021년 한 해에만 4개 원전 발전량에 해당하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을 잃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왔다. 소규모 사업자들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끊기면서 생길 전력부족 현상을 어떻게 메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스 씨는 20년 전 재생에너지법 통과와 함께 발전차액제 혜택을 받았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면서 kWh당 50센트를 받아왔다. 보조금 혜택이 없으면, 전력 도매가인 2~4센트 밖에 벌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는 소형 발전사업을 계속 운영하길 희망하지만, 고장난 발전기 수리라도 하면 비용 감당이 어려워 사업을 그만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4.5GW 용량에 달하는 약 6000개의 풍력터빈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75MW 상당의 1만8000개 태양광발전소들도 현재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조만간 불투명한 미래에 부닥칠 예정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들은 독일 전체 발전용량 222GW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을 53%까지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유럽내 경제 2위국인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의 2배가 넘는다. 

독일내 최대 노동조합인 IG Metall의 볼프강 렘 위원은 “우리가 여태 이룬 것을 잃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래된 발전소를 경제적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일 재생에너지 위기 경고
2011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재생에너지 미래를 위해 원자력발전 퇴출을 발표했다. 역사적인 사건이고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수십억 유로가 투입됐으나 진전은 예상보다 더디었으며 반대 저항은 극심했다.

독일의 전력 대부분은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소로 공급되고 있으며, 수 백만개의 석유와 천연가스 난로가 독일 건물 지하에 설치돼 있다. 도로 위에는 여전히 디젤과 휘발유 차량이 활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이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패로 쓴 맛을 맛보고 있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독일 에너지전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맥킨지는 “스스로 세운 목표에서 동떨어져 있다”며 비관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연방법원 감사원은 이 정책실패에 대해 더 솔직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지난 5년간 최소 1600억 유로가 투입됐으나 지출에는 심한 불균형이 있었으며, 정책 실패로 인해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전히 에너지전환 정책은 환경 리더십이라는 독일 정체성의 주요 요소다. 그러나 풍력발전소 확대와 태양광발전 확대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정책이 길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전선과 에너지 저장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며, 정치적 의지와 효과적인 관리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메르켈 총리 임기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현재 그의 정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기후정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에너지부를 세우는 대신 총리와 환경부, 경제부가 에너지전환 업무를 나눠 일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행할 추동력이 부족했다. 그로 인해 독일 전력망 확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10년 전 고압 송전선 건설을 진행하기 위한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필요한 7700km 가운데 950km만 지어졌다. 2017년 한 해동안 30km의 송전선이 건설된 적도 있었다. 달팽이가 1년간 움직이는 거리라고 이를 풍자한 논평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님비 저항에도 지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송전 타워나 풍력터빈이 세워지는 곳에서 어김없이 항의 시위자들과 부딪힌다. 그 결과 더 값비싸고 시간이 더 소요되는 지하에 설치하는 방법으로 일이 진행되거나 무산되기 일쑤였다.  

2018년에는 신규 건설사업이 크게 줄어 전년보다 1000건이 줄어든 743개 풍력터빈이 추가됐다. 제조사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독일의 풍력 붐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는 향후 3년 내 폐쇄될 예정이다. 첫번째 석탄화력발전소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그러나 독일의 에너지 소비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용량이 빠르게 확대되지 않을 경우 전력부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교착상태에 빠진 독일 에너지전환의 전환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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