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소년은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결국 절실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아무리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이미 여러번 불신을 얻으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이번 발전산업노조의 파업이 이 같은 선례를 남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국전력 산하 중부ㆍ남동ㆍ동서ㆍ남부ㆍ서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로 구성된 발전산업노조가 4일 오전 1시30분경 파업에 돌입한 지 15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경 파업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로써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발전노조는 5개 발전회사의 통합을 주장하며 파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그들의 강행은 법의 선을 넘어선 행보였다. 지난 3일 11시경 중앙노동위원회는 발전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다. 직권중재에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15일 동안 파업이 금지되고 노사가 중노위의 중재안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발전노조는 애초 4일 오전 7시로 예정했던 파업을 오히려 서둘러 강행했다.

이 때문에 우려했던 전력대란이 오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부와 산업계,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물론 국민도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지난 2002년 38일간 발전노조 1차 파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동쟁의는 노동자의 신성한 권리다. 쟁의를 통해 수많은 비리와 불합리를 바로잡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쟁의가 없었다면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권리는 국민은 물론 쟁의 주체인 노동자의 지지를 받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번 발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는 물론 국회도 노조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한나라당도 이번 파업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만이 정부가 나서서 이번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며 국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 눈에 비친 파업도 동정표를 얻기엔 역부족이었다. 발전사 통합은 노사간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타기관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는 발전사 직원이 처우개선 등을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한 주요인으로 보인다.

 

춘투(春鬪)니 하투(夏鬪)니 때만 되면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노사분규가 이미 저생산성과 고비용, 원화가치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쟁에 대한 손실은 고사하고 기업과 자본의 해외유출을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인가. 또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던 외국자본의 결손을 어디서 하소연할 것인가.

 
국민의 안전과 희생을 볼모로 삼는 쟁의는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다.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보다 노동자가 ‘양치기소년’으로 비칠까 더 걱정스럽다. 국민이 한두 번은 이해하겠지만 명분 없는 쟁의가 계속 이어질 경우, 정말 절실한 쟁의에 박수를 보낼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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