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업계, 정몽준 현대重 회장에 진입철회 탄원
제2의 GS바이오 탄생 위기감…현대선 '검토한 적 없다'

[이투뉴스] 최근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디젤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오에너지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사업자가 겨우 지탱해 나가고 있는 바이오디젤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시장파괴와 함께 기존 중소업체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시장 진출을 검토한 적 없다며 일축해 양측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현대오일뱅크의 신규 바이오디젤 추진계획에 대해 업계 전체가 사활을 걸고 강력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바이오디젤은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산업자원부는 정유업계에 바이오디젤을 자체생산해 경유와 혼합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정유업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유사 이외의 업체를 중심으로 바이오디젤 보급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현재 4대 정유사 중 하나인 GS칼텍스가 GS바이오를 설립해 바이오디젤을 자체 생산, 자사가 출하하는 경유에 혼합·판매하고 있다.

협회는 당시 GS칼텍스가 대기업이 가져야 할 동반성장·상생 원칙을 위반하면서 기존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의 몰락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GS바이오는 바이오디젤 업계와 상생하겠다며 출범했으나 압도적인 유틸리티를 기반으로 저가 입찰·단가 등 시장상황을 왜곡해 입찰참여자들의 출혈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GS바이오 인허가 당시 GS칼텍스 바이오디젤 소요량의 50% 이내로만 공급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했으나, 현재는 소요량의 80% 이상을 공급해 기존 GS칼텍스 바이오디젤 납품업체 중 한 곳은 도산했다고 밝혔다.

바이오디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디젤 사업참여가 제2의 GS바이오와 같은 길을 걸어 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 사업에 뛰어들지 않던 현대오일뱅크의 태도변화가 바이오디젤 업계에 날벼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디젤 사업에 진출한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10년경 시장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를 타 기업과 공동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바이오디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플랜트 건설업체 수소문에 들어갔다”며 “플랜트는 공정과 용도에 따라 구조와 비용이 바뀌기 때문에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플랜트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오일뱅크 내부에서는 이전부터 '왜 우리 기름에 남이 만든 것을 쓰느냐'는 의견이 팽배했다”며 “투자가 확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계획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바이오디젤 업계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현대오일뱅크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회장과 현대오일뱅크 사외이사들에게 바이오사업 참여계획 철회를 건의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바이오에너지협회는 “현대오일뱅크가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들 경우 이미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기존업계 생태계를 완전히 붕괴시켜 관련 종사자와 가족의 생존은 불가능해진다”며 “기업윤리를 망각하고 업계가 일궈온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은 거대기업이 하지 말아야 할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가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추구함에 있어서 이러한 사업계획은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바이오디젤 신규사업을 추진할 경우 업계는 사활을 걸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외부에서 그에 대한 질문을 접한 적은 있지만, 회사는 바이오디젤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축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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