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뉴섬 주지사에 120쪽 분량 보고서 전달돼

[이투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8월 폭염기간 발생한 순환 정전의 원인이 기후 변화와 구식 정책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상고온을 감안한 예비력 확보와 수요예측 실패가 20년만의 정전을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전달된 121쪽 짜리 해당 보고서에는 전력 공급력이 줄어드는 때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 순환 정전이 시작됐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와 캘리포니아 공공전력위원회,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사 등 3개 기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정부의 졸속적인 정책이 전력시스템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여러 요소들이 혼합돼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우리 책임이며 그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전은)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점차 흔하게 발생하고 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전력망의 80%를 관리하는 캘리포니아주 ISO는 지난 8월 기록적인 고온 현상으로 냉방 이용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PG&E와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 등 전력회사들에게 약 330만 가구 소비자들의 전기공급을 1~2시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2000년과 2001년 에너지위기 이후 순환정전을 실시한 것은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뉴섬 주지사는 "순환 정전이 왜 필요했는지 미리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분개했다.

그는 “이번 정전은 사전 통보나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없이 발생한 일이었으며 미국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캘리포니아주에 걸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순환정전의 원인 규명을 지시했으며, 전력소비자들과 사업자들의 절전을 요청했다.

아울러 수자원관리위원회에게 더 많은 수력발전을 실시할 것을 명령했다.

보고서는 에너지거래시장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전 하루 전 수요 예측에 실패했으며, 충분한 공급력을 미리 매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캘리포니아주 전력 시장이 실제 공급 상태를 면밀히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도 이번 정전 사고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네일 채터지 위원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가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에너지전환을 하는데 적절한 계획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는 일부 가스발전소를 폐쇄하고 배터리시스템 등에 의지하고 있으나, 충분히 가동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스발전소처럼 하루 종일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 부족 우려가 높아지자 올해 폐쇄 예정인 노후발전소 운영도 연장키로 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와 전력회사들은 더 많은 배터리를 설치할 방안을 찾고 있다.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전력망에 전력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주택 냉·난방에 전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내연기관차량 퇴출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전력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최근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를 금지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향후 청정 전력으로의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어떻게 실현할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세계 각국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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