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불합리"
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불합리"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0.10.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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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감사요구 386일만에 판단유보 보고서 제출
▲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
▲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

[이투뉴스] 원전 당국 의뢰로 수행된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가 계속가동 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제대로 경제성을 따져봤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번 감사로 원전 조기폐쇄 결정 자체나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을 판단할 순 없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정치 쟁점화를 고려해 한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원자력계는 "이런 결과를 내려고 감사를 1년 이상 끈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20일 감사원이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특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 용역을 수행한 A회계법인은 2018년 5월 4일 한수원에 향후 4.4년간 월성1호기 이용률 85%를 적용한 경제성 평가결과를 제시했다가 같은날 당국 면담 후 이용률을 70%로 변경했다.

이어 같은달 11일 산업부 및 한수원 회의를 거쳐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다시 낮췄고, 그달 20일에는 이용률을 낙관(80%), 중립(60%), 비관(40%) 등 3개 시나리오로 설정해 그 중 중간값인 60%를 기준으로 수행한 수정안을 한수원에 제출했다.

한수원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작성된 최종안을 토대로 그해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중립적 이용률 60%에서 계속가동이 즉시 가동중단 대비 224억원 이익이지만, 향후 이용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계속가동의 경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이용률은 발전소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강화된 규제환경으로 원전 이용률이 매년 지속 하락했고 ▶2018년 상반기 이용률이 58% 수준이었으며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상황 등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중립적 이용률 가정 60% 그 자체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에 적용된 한수원 원전 전망단가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한수원 전망단가는 원전 이용률(한전의 원자력 구입량)과 역의 관계를 보이는데, 실제 원전 이용률은 대부분 한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시 적용한 원전 이용률보다 낮아 전망단가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원자력 판매량 산정 시 정부정책 변화 및 안전규제 강화를 이유로 월성1호기 이용률을 85.8%에서 60%로 낮추어 적용하면서도 판매단가로 사용한 한수원 전망단가 산정 시에는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원전 이용률을 당초 예측했던 84%를 낮추지 않고 그대로 적용함에 따라 전기판매수익이 불합리하게 과소 예측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 당시 확인 가능했던 월성1호기 소내 전력률(3.7%)을 25개 전체 원전의 평균 소내 전력률(4.8%)로 회계법인에 제공해 수익을 낮췄고,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 비용을 과다하게 추정해 결과적으로 최종안에서 계속가동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원전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 판매단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신규원전전 평가 지침은 있으나 계속가동과 관련되 평가에서는 적용할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면서 향후 계속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설정해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원전 조기폐쇄 정책 등을 진두지휘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일부 고위관료,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을 겨냥해선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징계나 주의통보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에 대해 "외부기관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 산업부 직원들이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부 모 국장과 직원 등은 작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한수원이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음에 따라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하게 했다고 추궁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현 산업부 장관에게 "백 전 장관의 비위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위배된 것으로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지만 2018년 9월 퇴직해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재훈 사장에 대해선 "월성1호기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가동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거나, 한수원 직원들이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과정에 부적정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엄중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특히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함으로써 감사를 방해한 산업부 관료들에 대해선 경징계 이상 처분을 주문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원자력계는 "감사원이 정부 눈치를 보며 이도저도 아닌 결론을 냈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자력계 한 인사는 "경제성 평가에 큰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면서 판단이 어렵다는 중언부언"이라면서 "이런 결과를 내려고 감사를 1년 이상 끈 것이냐. 눈치보면서 적당히 결론을 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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