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손실 1조2천억원, 정부출자 10조원도 바닥나…자체개선 불가능

[이투뉴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잇단 실패로 부채가 급증하고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국석유공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순손실 규모 1조2000억원에 정부가 출자한 10조원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자체개선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석유공사를 다른 기관과 통·폐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병)은 20일 국정감사에서 6월까지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공기업의 해외사업 누적손실액이 20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각 공기업 별로는 ▶석유공사 8조4316억원(캐나다 하베스트 외 29개 사업) ▶한국가스공사 8조6714억원(호주GLNG 외 20개 사업) ▶한국광물자원공사 2조4307억원(멕시코 볼레오 외 11개 사업) ▶한전 및 자회사 5162억원(호주 바이롱광산) 등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심각하다. 김 의원이 공개한 ‘석유공사 2020년 상반기 연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기순손실 1조1826억원을 기록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규모의 손실이다. 자본총계 역시 5566억원 적자를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로 돌아섰다. 대규모 해외사업 투자를 위해 과도하게 차입해 매년 수천억원대의 이자비용도 계속 발생할 전망이다. 석유공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5714억원인데 반해 지난해 이자비용은 4745억원에 달해 한 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빚갚는데 써야하는 처지다.

석유공사의 상황은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월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20~2024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의하면 석유공사 부채규모는 20조원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 의원은 석유공사 자본잠식의 이유로 위기의식 부족을 들었다. 세계 석유·가스수요가 2040년까지 현재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해외사업을 이어나가는 등 기후위기에 따른 시장전망이 매우 안이했다는 설명이다.

세계최대 에너지기업인 BP의 ‘에너지전망 2020’ 보고서 중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030년부터 석유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점과 극명히 비교된다. 최근 메이저 글로벌 정유사들은 ‘탈석유, 친환경 종합에너지회사로 전환’을 위해 750억 달러(약 90조원)의 석유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저탄소·재생에너지에 투자 중이다.

김성환 의원은 “이미 알려진 대로 2008년 이후 추진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당시 정부가 공기업 등을 앞세워 이른바 VIP(대통령) 치적쌓기와 정권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고, 석유공사를 비롯한 공기업들이 이에 호응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3일 만에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를 결정하는 등 졸속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하고 “해외자원개발 후유증으로 10년 연속 적자, 누적 12조2000억원의원의 손실을 기록한 석유공사가 결국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이상 다른 기관과 통·폐합 등 전면적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당시 관계자들은 현재도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지만, 우리 당과 정부는 어떻게든 수습할 것”이라며 “이른바 ‘MB의 비용’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석유공사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회 다른 의원들도 의견을 함께 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나주 화순)은 “저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매각대상 자산의 시장가치가 크게 하락했을 뿐 아니라 재무여건이 악화된 E&P 기업의 저가매물 증가로 매수자 우위시장이 형성돼 매각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석유공사는 이자비용 규모를 줄여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 자산관리 효율성을 증대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 역시 “석유공사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서는 우량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차입금 이자만 4000억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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