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전력이란 재화는 그 특수성으로 인하여 그 거래방식이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력의 거래방식은 산업구조와 요금규제에 따라 그 성능이 좌우된다. 일례로 전력의 소매시장에서 판매자가 많아 경쟁이 활성화되어 있을 경우 요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기본요금이 비싸되 사용량요금이 싼 요금제와 반대로 기본요금은 싸고 사용량요금이 비싼 요금제 중에서 또는 이들의 적절한 조합을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유형에 맞게 유리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판매 경쟁이라는 산업구조가 다양한 요금제와 소비자의 편익을 높여준다. 

우리 전력시장은 판매가 독점이고 요금제가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다. 그 결과 판매사업자인 한전에게 손실과 이익이 이상하게 나타난다. 한전은 전력을 많이 팔았던 작년에는 적자를 보았고 코로나와 긴 장마로 전력수요가 떨어진 올해에는 오히려 흑자를 보았다. 작년에는 유가가 올해보다 높아 구입전력비용이 컸던 반면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려주지 않아서 손해가 컸지만 올해에는 반대로 구입전력비용이 작았고 전기요금은 그대로여서 판매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본 것이다. 요금규제의 경직성으로 많이 팔았을 때는 손해 보고, 적게 팔았을 때는 이익을 보게 되었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무엇인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전력의 도매시장은 소매시장보다도 인위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매시장과는 달리 안정적인 전력계통의 운영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시장운영규칙이 있다. SMP도 있고 CP도 있으며 발전기에 대한 제약도 여러 유형이고 그 때마다 지불하는 돈도 다르다. 전력계통에 대한 응급조치의 보답으로 보조서비스도 있고 이에 대해 보상도 해준다. 자연 발생적인 시장은 자율조정 기능이 있어서 시장참여자에 대한 보상도 적정수준으로 수렴해 간다. 문제는 우리 도매전력시장이 지나치게 상세한 인위적 설계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산업구조가 경쟁적이면 도매전력시장은 큰 틀에서 조절되어 간다. 예를 들어 판매사업자가 많거나 다수의 대형 소비자가 여러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있다면 직접거래와 장기계약이 개략적인 적정수준의 전력거래 가격에 대한 좌표를 찍어준다. 그래서 도매전력거래 현물시장의 단점을 보완해 주기도 하며 상한과 하한의 폭을 좁혀 줄 수도 있다. 도매전력시장이 크게 적정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장기계약과 장외시장이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전력시장에서 판매가 독점이다. 대형소비자도 발전사업자와 직거래할 수 없다. 그 결과 도매전력시장의 설계 미흡과 운영의 한계가 갖는 충격은 그대로 발전사업자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소매요금 규제로 소비자에게 오는 충격은 오지 않게끔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발전량과 전력 판매량이 적을 때에라도 연료비가 낮다면 발전사업자가 손해의 폭이 클 필요는 없다. 적게 발전했지만 연료비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히려 전력망을 소유한 송배전사업자겸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이익을 보고 애꿎은 발전사업자가 손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전력망이라는 고정설비를 가진 사업자는 돈을 벌고 전력망으로 구성된 전력계통을 지탱해야 하는 발전사업자는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이는 도매전력시장에서의 보상체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력망 소유자는 전력판매가 부진할 때 전력망이라는 고정설비를 유지하고 떠안는데 따른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를 발전사업자들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산업구조가 독점적이며 요금규제가 경직적인 우리 전력시장은 제대로 된 시그널을 시장참여자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시그널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 공기업, 전력거래소 등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다. 각종 계획과 규제와 공기업에 대한 명령과 통제로 제대로 작동 안 되는 전력시장을 붙들고 있다. 우리 전력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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