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 담보 부담…명분ㆍ여론 밀려

한국전력 산하 중부.남동.동서.남부.서부 등 5개 발전회사로 구성된 발전노조가 파업 시작 15시간만인 4일 오후 4시30분 전격 파업을 철회한 것은 명분과 여론에 밀렸기 때문이다.

 

발전노조가 지난달 말 파업을 선언할 당시부터 발전회사 통합과 노조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걸고 국가 핵심동력인 전력과 국민 생활, 국민 경제를 담보로 파업을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발전회사의 노사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한 170개 사항 중 마지막까지 타결되지 않고 남은 ▲발전 5사 통합 ▲해고자 복직 ▲교대근무 4조3교대에서 5조3교대로 확대 ▲노조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 7개 사안은 정부 정책 등과 관련된 것으로 회사측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특히 노조가 전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내세운 발전 5사 통합은 전력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에서 의결.공포돼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해고자 복직은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왔거나 법원 계류 중인 사안들로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또 높은 임금수준과 민간회사보다 긴 정년(58세), 현장 근무자에 대한 사택 제공, 대학까지 자녀 학자금 무상 제공 등 높은 복지수준을 누리면서 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과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불법파업을 강행한 데 대한 여론의 질타도 이어졌다.

 

노조는 발전회사가 분리돼 민영화되면 전기료가 인상돼 서민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주장했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서민 생활에 당장 불편이 발생하는데도 불법파업을 한 것은 오히려 서민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발전회사 민영화는 먼 훗날의 얘기지만 전력대란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불편과 충격은 당장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국민을 협박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노조의 행동은 너무하다"거나 "파업으로 전력 생산을 중단하면 국가적 손실이 어마어마한데 누가 책임지는가"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며 "임금이 밀려도 노동부를 찾아가 하소연하다 돌아오는 대부분의 근로자를 생각해서라도 정부는 강경 대처해 달라"는 주문이 나왔을 정도였다.

 

정부가 중앙노동위원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불법파업이 일어나자 체포영장 발부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한 것도 노조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파업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의 낮은 찬성률과 저조한 파업 참가율도 노조 지도부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업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59%였고 파업 철회를 선언한 이날 오후 1시 현재 파업 참가율은 50%에 훨씬 못미치는 39.3%에 그쳤다.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도 파업철회를 선언한 뒤 "우리의 의도가 '전력을 볼모로 파업을 벌인다'는 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번 파업으로 발전소 가동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불법파업 강행에 대한 부담스런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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