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 외부용역 의뢰 대책 강구
내년까지 EMS모니터링시스템 구축

▲관성전원의 하나인 가스터빈
▲관성전원의 하나인 가스터빈

[이투뉴스] 전력당국이 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전력계통 관성저하에 대비해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가 운영하는 계통운영시스템(EMS)에 별도 관성 감시시스템을 구축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연료전지 등의 신‧재생 발전기는 온실가스나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지만, 전력전자기반 기술이어서 계통에 관성(Inertia)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성은 발전기 불시정지와 같은 계통 외란(外亂) 시 정상값을 벗어난 주파수가 빠른 시간 안에 정상값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는 양수, 석탄, 가스, 원전, 바이오매스 등의 회전체 동기발전기가 공급한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이병준 고려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비롯한 산·학협력단은 작년 7월부터 최근까지 전력거래소 의뢰로 ‘신재생 전원 확대에 따른 실시간 계통 관성저하 평가 및 운영대책’ 용역을 수행했다. 재생에너지가 점차 늘어나 관성이 저하되는 미래 상황에 대비해 향후 이를 어떻게 평가‧감시하고 계통운영 시 언제 발전기를 선제적으로 투입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계통 전문가들에 의하면 관성이 낮은 계통, 즉 재생에너지와 같은 비동기발전기 비중은 높은 계통은 외란 시 정상 계통보다 주파수(60Hz)가 급격한 기울기로 떨어진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보다 외부 충격에 더 쉽게 쓰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파수가 일정값 이상을 과도하게 벗어나면 발전기들도 설비보호를 위해 계통에서 스스로 이탈하고, 각 지역 변전소들은 전체 전력망 붕괴를 막기 위해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전력공급을 차단한다. 전체 계통으로의 파급을 막기 위해 의도적인 순환정전을 하는 것이다.

이번 용역에서 연구팀은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해외에서 어떻게 관성을 관리‧운영하는지 사례를 조사하고 국내 계통상황에 적합한 평가 방법 등을 도출했다. 북미와 호주 계통기관인 ERCOT와 AEMO의 최소관성 평가방법을 비롯해 모의환경에서의 국내 미래계통 영향 검토와 부하별 필요예비력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관성은 떨어지고 필요예비력은 증가했으며, 계통사고 직후 초기에 동기발전기가 얼마나 충격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느냐가 피해 최소화의 관건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전원을 구성한다해도 최소의 관성전원은 확보해야 하며, 그에 따른 비동기발전기 수용한계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2800MW 발전기 탈락(신고리3,4) 상황을 가정한 계통관성 및 예비력 분석 모의
▲2800MW 발전기 탈락(신고리3,4) 상황을 가정한 계통관성 및 예비력 분석 모의

물론 적정 관성값을 도출해 미리 대비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매일, 매순간 전력수요가 달라지는데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동기-비동기발전기 조합도 수시로 달라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어느 순간에 계통내 사고나 외란이 터질지 알 수 없어서다.

이에 따라 당국은 우선 내년까지 발전기별 특성과 관성계수 등을 토대로 실시간 급전상황에서 관성위험 수준 등을 파악하는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새 시스템을 EMS와 연계해 관제원들의 실시간 계통운영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당국은 향후 급전계획이나 예방정비계획 수립 때 관성전원 비중을 적절히 안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계통내 관성저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국내외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앞으로 재생에너지 연계기준에 관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신뢰도 고시에 명시해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계통 관성저하는 비단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실시간 주파수 추이에서 이상조짐을 파악하거나 인위적 가상관성을 계통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가 한창이다. 다만 전력전자에 의한 가상관성은 비용을 낮추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

송승호 광운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아직 완성된 기술은 아니지만 해외의 경우 워낙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다보니 최근 들어 가성관성에 관한 연구와 발표가 2~3배 가량 늘어난 상황"이라며 "향후 역할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잠재력이 매우 높고 꼭 필요한 기술이다. 조금씩 가상관성을 실현해 가는 해외 동향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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