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최근 들어 나타나는 기후위기는 홍수, 가뭄, 지하수위 하강 등과 같은 물문제와 폭염과 산불로 나타나는 불문제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물순환의 고리 중 일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물순환이 일어나는 공간적, 시간적 스케일(규모)을 바탕으로 크게 대순환과 소순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표면에 내린 빗물이 모여 강과 바다로 흘러가고, 바닷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어 다시 비가 내리는 과정을 대순환이라고 한다면, 도시나 소유역 내에서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되거나 증발하고, 일정량의 빗물은 다시 하천으로 흘러나오는 과정은 소순환이다. 

인간은 이러한 대순환과 소순환의 과정 속에서 물을 이용하고 관리하면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생존과 번영을 이뤄왔다. 

최근 들어 물의 소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 고궁의 우물이나 시골지역의 관정을 보면 그 수위가 옛날보다 10m 이상 낮아져 있다. 그 이유는 땅속에 들어가는 빗물의 양보다 지하수를 많이 빼냈기 때문이다. 지하수위가 떨어진 마른 땅은 폭염과 산불에 취약하다. 증발하는 물이 적으니 구름도 적게 생기고 비도 줄어든다. 도시나 농촌, 산림 등 전 국토에서 불투수층이 늘어나면 유출계수가 커져서 홍수가 발생한다. 빗물을 다 버리고나니, 지하수위는 낮아지고 가뭄과 하천의 건천화가 진행된다. 하천에서 물을 처리해서 상수를 끌어오는 방법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물의 소순환 고리를 잇는 원칙과 사례는 우리 선조들이 전통에 남아있다. 마을을 나타내는 동(洞)자 (물 水 + 같을 同)에는 마을을 개발하기 전과 후의 물 상태를 똑같이 유지하라는 무(無)영향 개발이 원칙이 들어있다. 시골이나 산골의 계단식 논이나 둠벙은 이 원칙에 따른 홍수, 가뭄, 지하수 충전, 증발 등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의 좋은 사례다. 

물의 소순환의 개념을 현대식으로 접목한 사례가 있다. 서울대학교 35동의 옥상텃밭에서는 옥상에 떨어지는 빗물을 하수도로 버리는 대신 저류판에 모아서 홍수를 방지하고, 열섬현상을 해소하며, 모인 물은 하늘로 증발시킨다. 물과 에너지와 식량에 대한 해결을 해줌과 동시에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잃어버린 공동체의 문화를 회복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광진구 스타시티는 단지를 설계할 당시부터 지하에 3000t 용량의 빗물관리시설을 만들었다. 이것을 각 1000톤의 저류조로 나누어 홍수방지, 물 절약, 비상 급수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준공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홍수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조경을 하면서 폭염을 방지하고, 개별 가구가 부담하는 공공수도요금은 월 300원 정도다. 화재나 단수 등 비상시를 대비한 물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이 성공적인 사례는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100여개의 시군에서 빗물조례를 만든 계기가 됐다.

산지에도 빗물을 모은 사례가 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18개월 만에 2억톤의 물을 저장하는 물모이 시설을 만든 다음 상습적인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벗어난 사례가 있다.

우리 국토의 물순환의 끊어진 고리를 잇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자연에 맞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외국에서 만든 저영향개발 (Low Impact Development, LID) 보다는 무영향개발(No Impact Development: NID)이 우리나라의 전통에 맞는 목표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산지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 떨어지는 모든 빗물의 순환을 생각하여야 한다. 도시물순환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일부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으로는 끊어진 물순환을 회복할 수 없다.

다행히도 물관리 기본법에는 위와 같은 기본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국민 모두가 자기 지역의 땅에 떨어지는 모든 빗물을 잘 관리하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도 줄여 모두를 위한 물관리가 되며 (모모모 물관리), 기후위기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물순환의 모범사례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끊어진 물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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