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세대 2025년 20만호 전망…명실상부한 4위권 집단에너지업체로
완전자본잠식에서 마케팅-저가열원-리파이낸싱으로 도약 기반 마련

▲강구인 청라에너지 사장
▲강구인 청라에너지 사장

[이투뉴스] 설립된 지 15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속적인 결손 누적으로 지난해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주주사들은 증자를 반대했고, 자금을 융자해 준 대주단에선 신규사업 참여도 말렸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및 검단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업체인 청라에너지 얘기다.

한전 발전자회사 투자사업 중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거론됐던 청라에너지가 확 달라졌다. 공급세대수를 꾸준히 늘려 4위권 집단에너지업체로 확고히 자리 잡은데다 리파이낸싱을 통해 금융비용도 확 줄였다. 또 증자 없이 검단투자비도 유리한 조건으로 마련했다. 올해는 50억원 수준의 흑자달성까지 바라보고 있다.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고 있는 청라에너지의 변신은 널찍한 공급권역을 바탕으로 공급세대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 것이 큰 힘이 됐다. 2008년 김포 장기지구에 최초 열공급을 시작한 이래 인천 청라·신현·가정지구, 김포 한강신도시·양곡·걸포지구 등으로 공급권역을 계속 확대해 나갔다. 처음부터 넓은 공급권역을 확보한 것이 주효하긴 했다. 하지만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적극적인 마케팅과 함께 다양한 저가열원 확보 등 자생력 확보에 나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확보한 외부열원만 업계 최대수준인 모두 19개소(발전배열 3개소, 공정폐열 2개소, 연료전지 9개소, 소각장 5개소)에 달할 정도다.

청라에너지 임직원의 노력은 곧 결과를 만들어 냈다. 2019년 10만 세대를 돌파한 이후 올 연말이면 12만 세대, 내년에는 14만 세대에 도달할 정도로 매년 두 자리 수가 넘는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검단신도시 사업권 확보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까지 잡았다. 검단지구 공급이 마무리되는 2025년에는 공급가구수가 20만 세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제 집단에너지 빅3로 불리는 한국지역난방공사, GS파워, 서울에너지공사에 이어 부동의 4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청라에너지 공급권역 현황.
▲청라에너지 공급권역 현황.

청라에너지 상황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청라와 한강신도시 간 거리가 멀어 대형 열배관을 설치하느라 투자비가 많이 투입된데다 모회사인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복합에서 공급하는 열단가까지 높아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포화수요 역시 시기가 계속 늦어지면서 설립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여기에 높은 금융비용까지 겹치면서 2019년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였다.

서부발전과 롯데건설, 인천도시가스라는 이질적인 주주구성도 여러모로 발목을 잡았다. 의사결정이 늦어져 투자 시기가 자꾸 뒤로 밀렸고,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했던 증자 등도 주주사 간 입장이 달라 이뤄지지 못했다. 2016년 이후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150억원을 넘나드는 이자비용으로 인해 매년 적자를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도시가스 및 롯데건설이 빠지고 올해 7월 서부발전과 GS에너지가 비슷한 수준의 지분으로 재편되면서 청라에너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라는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리파이낸싱에 나서 기존 3% 중반대의 대출금리를 2% 중후반대로 낮췄다. 이를 통해 연간 3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절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은 물론 검단신도시 투자비용까지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또 하나의 전환점도 준비된 상태다. 직접 사업 참여를 못한 것은 아쉽지만 서부발전이 청라에너지 최대열원이 될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천과 검단, 김포권역의 안정적인 열공급은 물론 양질의 열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흑자달성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구인 사장은 “2018년 11월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청라에너지 재무상황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 성장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만큼 전 직원이 일치단결해 출자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불확실성을 하나, 둘씩 제거해 흑자달성을 목전에 뒀다”고 공을 직원에게 돌렸다.

그는 “만년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를 이제야 떼어낸 만큼 안주하기보다 중장기 경영전략체계 개편을 통해 차질 없는 신규사업 추진 및 저원가 수열구조를 확립하겠다”며 “지속적인 성과창출로 고객과 지역사회, 출자사 행복에 끊임없이 공헌하는 청라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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