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는 버리고 연료전지는 살린다
ESS는 버리고 연료전지는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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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0.11.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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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갈짓자 정책에 新산업 천당·지옥 희비
"골든타임에 숨통 끊나…컨트롤타워없이 홀대"
▲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ESS(에너지저장시스템)와 연료전지(Fuel Cell) 산업이 산업통상자원부 갈짓자 신산업 정책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잇단 화재사고를 딛고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ESS는 각종 정책지원 종료로 인공호흡기를 빼앗길 상황인 반면, 시종 정부지원을 독차지해 온 연료전지는 묻지마식 지원정책 재개로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ESS와 연료전지는 각각 에너지전환정책과 수소경제 선언에 힘입어 고성장 산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ESS의 경우 충전료 할인과 계통연계형 REC(신재생공급인증서) 부여 등으로 최근 수년간 매년 GWh단위 새 시장이 만들어졌고, 연료전지는 기존 REC가중치 지원에 최근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까지 추가되면서 새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말을 기점으로 두 산업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우선 ESS는 올해말 기본요금 특례할인과 REC가중치 우대가 만료되어 당장 '자가호흡'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피크부하용 ESS는 물론 태양광·풍력 연계 운영 ESS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어 내년부터는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 이미 상당수 기업은 관련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ESS 연쇄화재로 불 타 죽을 위기를 넘겼더니 이젠 굶어죽게 생겼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ESS는 배터리를 비롯해 PCS(전력변환장치)와 PMS(전력관리시스템), 수배전반 등의 관련 산업은 물론 건축, 전기, 소방 등의 설계 및 시공사업과 유지보수 및 소프트웨어 운영사업을 총망라하는 시스템 산업이다.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이 두루 참여하는 보기드문 광역산업으로도 꼽힌다.

특히 사업설계와 운영관리 부문은 실물은 없지만 전체 ESS 효용성을 좌우하는데다 축적된 노하우를 요구해 '스마트폰의 OS(운영체계)'로 비유된다. 이대로 ESS지원정책이 만료되면 배터리업체는 전기차로 대안을 찾으면 그만일지 몰라도 나머지 산업은 그대로 사장될 위기를 맞게 된다.

현재 배터리를 제외한 ESS 연관산업 종사자는 최소 250개사 5000~7000여명에 육박하며, 배터리까지 포함한 전체 연관산업 종사자수는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그린뉴딜을 디지털뉴딜과 연계하는 핵심산업이자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전력망 변동성을 빠르게 보완해주고 분산전원을 촉진하는 중요 기술"이라며 "여기서 멈추면 골든타임에 숨통을 끊는 것과 같다. 어렵게 성장시킨 산업을 해외기업에 그대로 내줘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제시한 일부 보전정책도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ESS 특례할인 대상 중 한전 AMI를 단 사업장에 한해 계통피크가 높은 3시간을 지정해 그 시간대 방전량에 1.08~1.18의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서 정부가 옥내사업장은 80%, 옥외는 90%로 충전율(SOC)을 제한하면서 이미 10%대의 손실이 예고된 상황이다.

ESS업계 한 임원은 "세배 가까이 뛴 보험료에 늘어난 안전관리비용을 감안하면 이 정도 보전으론 기존사업에 대한 PF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국가 계통편익이 분명한 피크부하용 ESS라도 일몰제가 아닌 개별기간제로 제도를 보완해 최소한의 산업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SS 운영관리기업 관계자는 "ESS산업은 그 중요성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어 누구도 챙기는 사람이 없는 홀대산업"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배터리업체 중심으로 ESS를 육성했다면 이젠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관리자 입장에서 정책을 재설계하고 종합적인 육성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ESS업계가 초상집이라면 연료전지업계는 잔칫집이다. 산업부는 앞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연료전지 사업에 대해 준비기간 4년을 부여해 기간내 준공을 독려하고, 사업자가 연료전지 주기기공급사로부터 공급의향용량과 기간을 명시한 공급의향서를 제출하도록 최근 관련고시를 개정했다. 

앞서 정부와 전기위원회는 대규모 연료전지 사업허가가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수개월간 허가심의를 중단했다가 고시 개정 이후 이를 재개했다. 27일 열린 전기위원회에서도 공급의향서를 첨부한 사업 대부분이 일괄 사업허가를 받았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연료전지 프로젝트 가운데 준공을 완료한 물량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사업허가를 유지하려면 기존 및 신규 사업자가 모두 연료전지 제조사 앞에서 줄을 서야 할 판이다.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에 근거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 설비용량을 8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료전지 주기기 공급사들이 국산·외산 가리지 않고 서둘러 공장증설이나 수입물량 확대에 나서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산화를 완료한 연료전지 메이커는 고용창출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외함(Case)이나 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부품 몇 가지를 조립해 국산화 한다고 주장하는 업체까지 정책으로 지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신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재조정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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