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형 그린뉴딜로 수소·열·전기 망라한 '그린에너지 플랫폼' 변신
"친환경·분산화·그리드화 가능한 사업구조 및 공급설비로 재정렬"

▲황창화 한난 사장
▲황창화 한난 사장

[이투뉴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병합발전소가 미래에는 좌초자산이 될 수도 있다. 위기감을 가져야 하고, 변화해야만 살아남는다. 물론 미래 에너지시장에서 공사는 가장 최적화된 기업 중 하나다. 장점은 살리되 사업구조를 재배치, 그린에너지 종합플랫폼이 우리가 가야 할 목표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집단에너지 분야 세계 최대규모 기업으로 나름 잘 나가는 공사에 연일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열병합발전플랜트가 언젠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드라이브를 건다. 끝은 수소,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을 망라한 그린에너지다. 어떤 에너지를 통해서든 고객이 원하면 공급할 수 있는 그린에너지 플랫폼이 한난의 미래라고 설득한다.

취임 2주년을 맞은 황창화 사장은 1년 전 인터뷰 때에 비해 더 정교해진 경영스킬을 선보였다. 취임 초기부터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쳐왔지만, 이제는 집단에너지와의 접목 및 미래 비전까지 챙긴다. 취임 이후 에너지전환에 따라 새로운 미래전략을 준비하라고 임직원을 닦달한 것도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린뉴딜이 뜨자마자 두 개의 아이템이 정부 정책과제로 선정되는 행운을 누렸다.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강원도와는 찰떡궁합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여러 협력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공사에 와서 다양한 사업참여를 제시할 정도다. 이를 통해 한난은 소양강댐 수열에너지를 비롯해 남이섬 넷-제로 프로젝트, 강원 수소충전소 확충 사업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정유·수입사, 현대차 등과 함께 하는 상용차 수소충전사업의 최대주주가 된 것도 모두 여기서 출발했다.

“영국을 비롯한 EU에선 고효율 집단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재생이 만능이 아닐뿐더러 기후위기 시대에 소중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시대에서도 집단에너지는 향후 20∼30년 동안 ‘브릿지 및 백업 에너지’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연료전지 등을 활용해 빌딩 냉난방시스템 등 쌍방향 에너지 생산·공급 방식을 기획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황 사장은 한난의 변화를 주문하면서도 근본이 되는 집단에너지에 대해선 여전히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에너지효율 향상, 비이용에너지 활용 측면 등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교에너지로서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집단에너지 인프라를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과 접목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더욱 빛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소 등 그린에너지 전도사로 변신했다는 평이 많다.
“처음 부임할 때부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에너지전환정책의 전도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자마자 백석역 폭발사고가 나 사고수습 및 후속관리를 우선하다보니 좀 늦어졌다. 핵심은 RE100 도입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과 변화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플랜트 자산 역시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당장은 화석연료 중 가장 청정한 연료를 쓰고 있지만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래비전을 세우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템을 점검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을 들고 나왔다. 그린뉴딜은 우리가 가장 최적화된 기업이다. 지역난방시스템 자체가 에너지효율화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을 그린뉴딜 정책패러다임에 재배치해 부처마다 사업별 아이디어를 모았더니 그 중에 두 가지 프로젝트가 정책과제로 선정됐다.”

▶강원권에서도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강서차고지 수소생산시설을 추진하다 민원 문제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춘전에 수소충전소가 없어 하남까지 충전하러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문순 지사가 직접 공사에 찾아와 수소 특화 등 여러 가지 협력방안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해 주셨다. 이를 바탕으로 남이섬을 넷-제로로 만드는 방안을 비롯해 춘천에 수소충전소 세우는 것 등을 논의 중이다. 소양강댐 수열에너지 역시 주도하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냉난방에너지 공급경험이 없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큰 연관 없는 상용차 수소충전사업권도 따냈다.
“내부에서 수소사업 진출을 위한 토론 및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수소 생산 및 공급 등을 가스공사가 하고 있는데 다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사업자 공모에 참여해보라는 제의가 와서 시작했다. 정유사들과도 이야기가 잘 됐고, 현대자동차 등의 호응도 좋았다. 향후 SPC인 코하이젠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최대주주로 참여한다. 다만 상용차 수소충전은 양이 많고 장거리 운행이라 아직은 쉽지 않다. 기체수소파와 액체수소파로 갈리는 듯 한 양상도 있지만 최적의 공급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다”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수익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은 직원들도 의아해 했다. 지금 열과 전기 팔아서 잘하고 있는데 갑자기 왜 수소지, 이런 분위기였다. 코로나 상황 아니었으면 직원들 인식 변화가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 전문가도 아닌데 떠들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전문가와 대담하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해 직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기후위기, 제로에너지건축물 등 미래를 위해 냉정하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어필했다.”

“폐기물수소화(W2H)와 빌딩 집단에너지 그리드화(연료전지 설치 및 지역난방 연계) 등도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난의 미래상은 단순 냉난방 공급자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하는 ‘그린에너지 종합플랫폼’으로 전환이 궁극적 목표다. 열·전기·수소 등 소규모 분산자원을 통합하고, 친환경·분산화·그리드화 가능한 사업구조와 공급설비로 재정렬할 것이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아직 정책지원 없이는 가기 어렵다. 공기업이 먼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나주 SRF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차 거버넌스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환경성평가 확인은 물론 모든 과정에 주민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단기와 중장기 등 투트랙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열공급방식을 한난 재량에 맡기기로 컨센서스를 모은 만큼 지켜져야 한다. 우리 역시 환경설비 보완은 물론 연료전지 신설, 차단숲 조성 등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생각이 있다. 또 폐기물의 경우 찌는 것(저온 열분해)만으로 가스화가 가능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2차 거버넌스를 운영해 폐기물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나주에 이를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역난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집단에너지의 첫 번째 고민은 난방품질이다. 집단에너지업체들은 아파트 담벼락까지만 관리, 넘어가면 단지가 책임진다. 경계선까지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는데 담벼락을 넘어가면 사각지대가 되는 것이 난방품질 저하를 불러왔다. 이제 상당수 지역난방 사용세대가 30년을 넘겼다. 배관 내부에 이물질이 낄 수밖에 없다. 수도관 개체도 정부가 지원해주는데 난방배관은 지원제도가 없다. 2차측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개념을 도입, 열효율을 높여야 한다. 열효율이 높아지면 보조난방기구 사용이 줄어 열사용량이 오히려 늘어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배관 교체 시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난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고, 개별요금제까지 도입했다. 향후 계획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말도 있는데 대부분의 업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기업 핍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원칙적으로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지역난방을 개방했어야 하느냐의 문제인식은 있지만, 이제 와선 사회적인 상생과 동반성장도 고려해야 한다. 연계망이 있고 기존 공급범위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여러 조건을 비교해 직도입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동탄열병합을 비롯해 가스공사에 묶여 있는 발전소가 훨씬 많아 유리한 지 고민이 많다. 우리나라 가스요금체계는 기형적인 구조다. 가스공사 독점사업도 문제지만 100MW 미만을 도시가스사업자가 공급하는 등 바꿔야 할 점이 산적해 있다.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단에너지 미래는 어떻게 된다고 보나?
“영국을 비롯해 EU에서는 집단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소중한 시스템이다. 또 모든 것이 신재생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넘어갈 때까지 브릿지 및 백업 에너지로서 향후 20~30년 집단에너지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네트워크 에너지로서 어떠한 에너지도 접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단순 냉난방 공급에서 벗어나 분산에너지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정부 역시 집단에너지의 사회적 가치가 충분히 보상될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에 관련 지원정책을 담아야 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