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충남대학교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김승완]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면서, 정책 정합성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 온실가스 정책들의 목표수준이 차례로 강화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도 기존 추세 이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해외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국내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50년 최소 60%는 넘어가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정책적 목표에 부합하도록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송배전망을 대규모로 확충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앙에서는 단순히 계통해석을 통해 송배전망 확충을 얼마 하면 되겠다고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지역에서는 집 옆, 학교 옆, 일터 옆을 송배전망이 가로지른다. 특히, 시흥이나 당진 등 발전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나 송전망이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지자체들은 송배전망 문제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주민수용성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송배전망 확충 정책이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배전망 확충에는 주민수용성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평균 이용률은 높지 않지만 짧은 시간 최대출력을 내는 재생에너지 발전패턴의 특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수용을 위해 송배전망을 확충한다고 해도 실제 조류가 흐르는 시간은 길지 않게 된다. 송배전망에 대한 이용요금은 선로에 흐르는 조류의 양에 비례해서 책정된다는 원리를 고려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수준의 망 이용요금으로는 송배전망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맞닥트리게 될 것이다. 망에 대한 과투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송배전망 확충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나 구호뿐인 외침 보다는 보다 비용-효율적인 투자계획 수립을 위한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성이라는 고정관념에 생각을 가두지 말고 창의적인 대안들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 경제성이라는 것은 상황과 규제, 여러 파라미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요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생에너지 보급 방향 자체를 실현가능한 송배전망 확충 계획과 연계하여 재설정하는 것이다. 기설 송전망이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을 고려하고 빠른 시일 내 실현가능한 송전망 확충 계획을 고려해 대규모 송전급 재생에너지를 계획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수립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모자라는 양은 비교적 계통 확충이 쉬운 배전급 분산형전원, 혹은 수용가 내부의 Behind-the-Meter 전원을 통해 대부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사업자가 아닌 주민, 시민들에 의한 재생에너지 투자를 활성화하는 일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보급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너무 그 방향으로만 몰두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훨씬 고된 길일 것 같지만 송배전망 확충의 실현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더 빠른 길일 수도 있다. 

또한 전남, 전북 지역에 편중해서 계획되어 있는 재생에너지 도입 물량을 계통 수용여건이 비교적 좋은 지역으로 이전하는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경우 지역에 따른 이용률 차이는 적절한 정책적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연간 발전량을 약 3% 정도 출력제어하는 것도 비용-효율적 송배전망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자체분석 결과 이와 같이 3% 이내의 제한된 양의 출력제어만으로 연간 40% 정도의 선로용량을 추가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력제어량은 저장수단을 통해 다른 시간대에 활용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송배전설비 투자를 회피할 수 있는 비증설대안(Non-wire Alternative)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선로투자를 하지 않고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들이다. 자체 분석결과 ESS의 가격하락 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 이전에 ESS로 선로투자를 일부 구간 대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개소들이 다수 등장한다. ESS의 열화나 전통적 설비 대비 짧은 수명까지 모두 고려한 결과이다. 

국가 전체의 부하 분포를 재분배하는 전략도 동시에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많이 존재한 곳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도시개발 계획을 짤 때도 지역별 에너지 자립률을 적정 수준 맞출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계통으로 진화해나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보수적인 송배전망 계획의 영역에도 다양한 기술적 대안들이 고려되고 빠르게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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