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전력거래소 위상 높이고 시스템 선제적 정비
"그린뉴딜은 제도개선 수반돼야…시장제도서 혁신에너지"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투뉴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전력시장이 좀 더 유연해지고 다변화 돼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그게 에너지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30일 서울 동교동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력산업 전반의 재구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현 체제로는 어렵다.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력시장 선진화가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 혁신의 선결조건이란 뜻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에너지전환을 포함한 패러다임전환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전환은 산업과 시장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일로, 그렇게 해야 에너지전환도 더 빨라지고 롱런(장기흥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로 임기 3년을 채우는 조 이사장이 1년여 만에 인터뷰로 다시 본지와 마주 앉았다. 결승선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짚어 볼 때가 됐다는 제안을 통해서다. 소문난 워커홀릭인 그는 “책 한권, 논문 한편 들여다볼 새 없이” 조직을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

부임 첫해부터 기관을 ‘에너지전환 최고 실무지원기관’으로 쇄신하겠다며 조직을 대폭 정비했고, “우리나라 전력체제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정부라면 저평가우량주에 투자하듯 전력거래소에 투자해야 한다”며 대규모 인력증원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2018년 취임 당시 365명이던 기관 정원은 2년 만에 136명이 증가해 501명이 됐다. 전력거래소는 2001년 전력시장 개설 때 한전 등에서 선발된 240여명의 단출한 조직으로 출발했다. 이후 16년간 증가한 정원은 120여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닫혀있던 조직의 성장판을 다시 열어 제친 셈이다.

외적 성장은 위상강화로 이어졌다. 정원 500명 이상 정부기관의 기관장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 감사도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는 임기초부터 전문인력 확충과 역량강화, 조직 위상제고 등을 조직혁신 선행과제로 꼽았었다.

조 이사장은 “대규모 인력증원을 통해 조직위상을 높이면서 항아리(중간 간부층만 다수인) 조직구조를 피라미드 구조로 정상화 했고, 무엇보다 젊은 직원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직장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해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대로 뒀다면 15년이 걸렸을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차례의 조직개편을 통해 에너지전환형(形)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성과다. 조 이사장은 에너지전환시대엔 계통이 핵심이 될 것이란 지론으로 계통개발실을 신설해 전력수급계획과의 연계를 유도했다. 또 기존 시장본부와 계통본부 체제를 개발본부와 운영본부로 전환해 시장과 계통의 물리적 통합과 인적 융합을 꾀했다. 종적 칸막이 문화를 횡적 소통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가격결정계획과 운영결정계획 통합 기반은 이때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차세대 전력시장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담팀(차세대설계팀)을 신설하고, 소리 내지 않고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인수한 것도 그의 학자적 통찰과 안목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조 이사장은 “시장하는 사람도 계통을 알아야 하고, 계통하는 사람도 시장을 알아야 한다. 바깥에서 보면 둘이 싸운다고 볼 수 있지만, 거꾸로 많이 싸웠으면 한다. 서로 논쟁하다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시장원리의 한계는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탁 이사장이 전력시장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사기능과 체제를 전면 조정한 것도 임기 중 각별히 힘을 쏟은 부분이다. 실사구시를 중요 시 한 그는 정부 유관기관 기관장으로 무게를 잡기보다 현장을 자주 찾고 껄끄러운 이해관계자와 자리를 만들어 소통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섯 번이나 감사원을 찾아가 기존 중부지사를 행정도시 인근 육지계통 후비 전력관제센터로 전환하는 안을 관철시켰고, 제주지사를 본부로 승격시켜 차기전력관제센터를 보유한 연면적 4290㎡규모 에너지전환 전초기지 기반을 닦았다. 애초 제주지사는 기존부지 건물을 증축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조 이사장은 “제주는 육지에서 곧 우리가 당면할 문제가 미리 드러나는 곳으로, 시스템 고도화와 탄소중립섬 지원을 위한 전력거래소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이 아니라 훗날 잘한 일로 평가받을 것으로 믿는다. 후비관제센터 건립 추진 역시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목표가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계획이 경제성 중심의 최적화였다면 이제부터는 형평성, 환경성 등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전환계획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8차 전력계획 때부터 시작해 아직 충분히 구현은 안됐지만 입지를 고려한 계통계획 수립과 유연성 개념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유연성은 시장의 유연성과 백업전원과 유연성 전원설비를 포함한 계통 유연성을 통칭한다. 통합UC 추진, 보조서비스시장 개설, 소규모전력중개시장 도입 등이 미약하나마 그간의 시장 성과”라고 회고했다.

현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은 시장제도 개선여부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정책 현안에 대한 질의에 무던히 말을 아꼈다. 조 이사장은 "그린뉴딜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혁신을 유도하는 일"이라며 "투자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제도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시장제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기본적인 혁신의 에너지는 거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내년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전력거래소가 지향해야 할 조직문화를 제안해 달라는 주문에 대해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면 안된다"며 답변에 한참 뜸을 들였다. 문화란 것이 오랜학습과 전수에 의해 형성되는 건데, 임기 3년의 CEO가 단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다만 전사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일부 본부나 처(處)가 손해를 보다라도 전체 조직을 위해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할 일이 있다"며 "부서장들도 관리자로서의 리더십을 배양하고 부서간 횡적소통에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조영탁 이사장
▲조영탁 이사장

[조영탁 이사장은…]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생태경제학과 에너지‧자원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8차 수급계획까지 위원과 워킹그룹장으로 활동했다.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TF위원, 정부 산하기관 경영평가 위원,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 위원장, 한국생태경제연구회 회장,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2월 전력거래소 제8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성장과 분배, 환경간의 조화 문제를 생태경제학 관점에서 다룬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2013. 한울아카데미)>을 비롯해 <21세기 한국의 천연가스산업(공저)>, <실사구시 한국경제(공저)> 등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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