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요즘 수소가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이슈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그린뉴딜의 수단으로 수소를 생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 충전소, 연료전지 생산기지 등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2003년 부시행정부에서 ‘수소연료이니셔티브’로 시작된 수소경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잠시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수소차를 필두로 생산, 운송, 이용에 이르는 과정이 논의되었지만 여건이 성숙치 않아 사그라들고 말았다. 당시 국가에너지계획에서 원전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자 원자력을 수소생산에 이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연료전지를 기술개발 중점과제로 추진했으며, 발전차액지원제도에도 신에너지란 명목으로 연료전지발전이 포함됐다. 2006년 연료전기 구입단가를 kWh당 230∼280원으로 정하고, 이후 매년 3%씩 낮춰 2025년에는 157.8∼190.1원이 되도록 했다. 2012년 도입된 RPS에서는 연료전지에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높은 가중치 2.0의 인증서(REC)를 발급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연료전지발전은 2008년부터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후 빠르게 증가해 금년 상반기에는 누적용량이 490MW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이미 사업허가를 받은 용량이 4400MW라 하니 우리나라는 연료전지발전에 있어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할 것 같다. 초기에 주로 MCFC 기술보급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PAFC, SOFC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상용화가 가능한 모든 연료전지기술의 각축장이자 대용량화(Utility Scale)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2013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58.8MW 발전소가 준공됐으며, 얼마 있으면 100MW급이 준공된다고 한다. 

수소를 발전에 이용하는 문제는 저장에서 비롯됐다.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 저장했다가 전기가 부족한 시간에 발전을 하면 과도한 발전설비도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도 줄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수소를 생산할 만큼 충분한 재생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웠으나, 이제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이 도달 가능한 영역이 되고 있다. 수소를 이용하는 용도는 다양하지만, 아마도 전력으로의 활용이 일반적이다. 이를 전력망을 통해 공급하면 발전소가 되고 빌딩이나 아파트단지, 공장에서 사용하면 분산전원이며 자동차에 사용하면 수소전기차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까지 수소생산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소위 그레이수소다. 일부에서는 부생가스 이용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제한적인 용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수단과 방향이 수소경제의 미래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소로드맵에 보면 HPS, 즉 ‘수소의무할당제’라는 생소한 용어가 제시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재 시행 중인 RPS에서 연료전지발전을 떼내어 아예 간판을 따로 걸고 연료전지발전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수소경제라는 담대한 슬로건이 자칫 ‘연료전지발전소 활성화방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먼저 연료전지발전을 전력자원으로써의 역할과 경제성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연료전지발전은 설비가격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방식이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설비비와 연료비가 모두 낮아져야 하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2006년 연료전지 가격산정 시 설비가격은 MCFC 250kW를 기준으로 kW당 915만원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2015년 설비가격을 1800~3000달러로 전망했다. 2012년 산정 시에는 MCFC, PAFC 설비단가가 kW당 각각 550만원, 650만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설치되고 있는 연료전지의 설비단가는 600만원 수준으로 여전이 높다.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가스복합이 kW당 100만원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는 스택교체로 인해 매년 설치비의 5∼8%의 운전유지비가 소요된다고 한다. 

최근 가스가격이 낮아졌다고 하나 연료전지 발전단가는 당분간 kWh당 200원 이하로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kWh당 50~60원 선에서 머물고 있는 발전단가와의 차액을 REC로 보전해 주어야한다. 설치량이 늘면 늘수록 막대한 보조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전력수급에도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대형 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지금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연료전지 사업은 지속가능한가? 수년 내에 보조금 없이 비즈니스모델로 자립할 수 있는가를 물어봐야 한다. 포스코는 10여년 전부터 기술과 설비를 도입했지만 여러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도 PAFC와 SOFC를 도입 보급하고 있으나 아직 판매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 기술이전 등 다양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어 핵심기술의 개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효율수준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한 대형 연료전지발전은 가스복합발전에 비해 우위를 주장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에너지산업은 분산화, 친환경화로가고 있다. 거대한 송전망은 앞으로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다. 연료전지가 갖고 있는 장점은 무소음, 콤팩트화, 전기와 열을 같이 생산하는데 있다. 에너지는 대부분 건물 안에서 사용된다, 사용자가 설치하면 분산에너지 보급의 큰 장애물인 설치장소, 환경문제, 전력망 문제가 해결된다.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발생하는 분산편익과 환경편익은 대형발전소에 비해 훨씬 커서 경제성 또한 좋아질 것이다. 아파트 단지, 빌딩, 캠퍼스, 쇼핑몰, 공공시설물, 공장 등 분산형 연료전지가 들어갈 자리는 차고도 넘친다. 이제라도 연료전지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큰 것 하나로 해결하려는 발상에서 벗어나 적지만 무수히 많은 분산자원의 시장을 만들어 가는 데서 연료전지의 역할과 미래를 찾아야 한다. 앞으로 연료전지 정책도 대형발전에서 분산전원으로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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