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순풍에 돛 단 LPG추진선박

환경성, 운항 경제성, 벙커링 편의성, 연료수급 안정성 우수
국내는 제도적 기반 미흡…실증특례 통한 법규 재정비 절실

▲초대형 LPG추진선박에 탑재될 독일 만사가 개발한 LPG-디젤 이중연료 엔진.
▲초대형 LPG추진선박에 탑재될 독일 만사가 개발한 LPG-디젤 이중연료 엔진.

[이투뉴스] 글로벌 선박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 연료시장이 LNG를 기본사양으로 LPG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선박 배출가스 규제 차원에서 선박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한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2050년까지 70% 저감시키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2050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친환경 연료 선박시장에서 LPG추진선박이 주목 받는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LPG추진선박은 기존 선박유인 벙커C유에 비해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 등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80% 가량 적어 스크러버 장착 없이도 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선박 배출가스 저감에 효과적인 셈이다.

여기에 CO2도 20~25% 절감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며, 이미 60년 이상 육상에서 차량용으로 안전하게 사용된 연료인 만큼 안전성도 검증됐다. 세계적으로 LPG터미널이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어 안정적인 연료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연료의 보관과 이동이 용이하다. 타 친환경 연료 선박에 비해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이 편리하며, TTS(Truck to Ship), TTS(Tank to Ship), STS(Ship to Ship) 등 다양한 형태의 벙커링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다.

이 같은 특성으로 LPG추진선박에 대한 전 세계 선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세계 최대 초대형가스선 전문선사인 노르웨이 ‘BW LPG’가 전체 33척의 초대형 선박 VLGC 보유 선대 중 12척을 올해 LPG추진선박으로 개조할 계획인 상황에서 최근 LPG추진 사양의 VLGC 개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관심도가 한층 커졌다. 중·대형 신조선박은 물론 개조선박의 환경성, 경제성 효과가 검증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신조선박으로는 세계 최초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LPG추진선박이 오는 6월과 7월 인도되는 것도 향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각각 중형과 대형 규모인 이들 LPG추진선박이 세계에서는 최초로 인도됨으로써 새로운 선박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선주들의 관심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LPG추진선박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 LPG추진선박 엔진 개발 및 보급 현황을 살펴보면 독일 글로벌 엔진제조사 만(Man)은 LPG-디젤 이중연료 엔진인 'ME-LGIP'(50~80㎿급)를 개발해 올해까지 초대형 가스선에 엔진 30여대를 탑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LPG·LNG 등 가스연료 추진선박 운항 100만 시간을 달성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사 에퀴노르는 독일 만사의 LPG-디젤 이중연료 엔진을 채택한 8만6000㎥급 VLGC 2척을 2021년부터 LPG운송에 투입하고, 2022년에는 싱가포르 선주사 이스턴퍼시픽쉬핑이 한국 미포조선에 발주한 3만8553㎥급 LPG추진 VLGC 3척을 인도받아 운용할 예정이다.

미국의 LPG전문 운송선사 ‘도리안 LPG’는 2018년 5월 현대글로벌서비스와 MOU를 체결하고 선박 10척을 LPG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세계 2위 규모 VLGC선사인 싱가포르 페트레덱은 중국 장난조선소와 2023년 인도받는 예정으로 9만3000CBM급 LPG추진 VLGC선 6척 건조 계약을 완료했다. 아부다비 석유공사와 중국 완화케미컬 그룹 합작사인 ‘AW 쉽핑’도 중국 장난조선소에 8만6000CBM급 LPG추진 VLGC선 3척을 발주했다.

일본선급(ClassNK)은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 쉽빌딩’이 개발한 세계 최초 LPG추진 벌크선에 선박 기본설계의 적합성을 검증하는 기본승인 인증을 부여했다. 이마바리 쉽빌딩이 인증 받은 LPG추진선박은 벌크선 중 가장 큰 18만톤 규모의 케이프 사이즈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해 2월 미국선급(ABS)과 일본선급으로부터 LPG 선박 연료공급 시스템의 기본승인을 취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LPG추진선박 중대형 엔진이 전무한 실정이며, 현대중공업이 기존 ‘LNG 힘쎈엔진’을 기반으로 올해 1~1.5㎿급 ‘LPG 힘쎈DF엔진’ 개발 계획을 수립한 단계이다.

현대중공업은 LPG 이중연료 엔진 설비 구축 및 양산에 나서 지난해 9월부터 현대미포조선에 9700마력급 LPG엔진을 공급했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싱가포르 소재 선사 및 라이베리아 소재 선사와 각각 4만㎥급 중형 LPG운반선 2척을 계약했다. 이들 선박은 LP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돼 2022년 하반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버뮤다 소재 아반스가스로부터 LP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된 9만1000㎥급 VLGC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이이노해운과 LPG추진 초대형 LPG운반선 건조 의향서를 체결했다.

◆ 국내 가스연료추진 선박 건조기준은 '천연가스'에 한정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난해 1월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친환경 선박 개발 및 보급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가스연료추진 선박 건조기준은 사용 연료가 천연가스에 한정돼 LPG적용을 위한 고시 개정이 필요하다. 2016년부터 LPG추진선박 개발에 나섰으나 선박 건조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PG업계의 현주소이다.

2016년 ‘LPG추진선박 개발 컨소시엄’을 발족시켜 선박 건조기준 마련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한 LPG업계는 지자체와 연계하여 연안 선박이나 관공선 등 중소형 LPG선박 개발을 위한 R&D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국제기준 제정 후 국내 제정을 위해 2019년 9월 IMO총회에 ‘LPG추진선박 건조기준’을 IMO 코드(가스 및 저인화점연료 선박 기준)로 제안하여 현재 통신작업반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황에서도 LPG업계와 지자체의 행보에는 조금씩 힘이 붙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부산시 ‘해양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의 일환으로 ‘중소형 선박 LPG추진시스템 상용화’ 사업이 채택돼 2022년까지 LPG하이브리드선박 건조, 소형 선박용 LPG선외기 개조, 선박에 대한 LPG벙커링 실증 사업이 추진된다. 해양모빌리티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한 부산시 ‘해양모빌리티 규제자유 특구에 LPG선박 실증사업이 채택된 것이다.

LPG 하이브리드 선박 건조 실증의 경우 해수부에서 IMO로 제안한 LPG추진선박 안전가이드 등을 준용하여 LPG엔진발전기를 탑재한 중형선박을 건조하고,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중형 선박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소형 선박용 LPG선외기 전환 실증을 통해서는 12m 이하 소형선박에 주로 이용되고 있는 선외기 엔진을 LPG로 전환·개조하고 운항을 통해 안전기준을 마련한다.

특히 육상에서 해상 선박으로 LPG공급에 대한 실증 특례 등 안전성 검증이 이뤄진다. 실증을 위해 선박에 LPG충전이 필요하지만 현행법 상 선박으로의 LPG충전은 허가 대상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충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LPG벙커링 실증기술 지원과 함께 LPG벙커링 방식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벙커링 방식별 안전성 확보방안을 도출하게 된다. LNG벙커링이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지난해 2월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도시가스사업법이 개정됐는데, LPG벙커링도 특례고시 기반 실증을 통해 선박에 고정된 탱크 충전사업을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른 LPG충전사업에 포함토록 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LPG벙커링 시설·기술·검사기준도 도출한다. LPG벙커링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역할이 중대한 셈이다.   

국내 LPG추진선박이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건조부터 운항, 벙커링까지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법적 기준을 마련해 LPG산업의 지속성장을 꾀하는 또 하나의 아이템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세계 LPG선박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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