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천연가스사업제도 시행…LNG벙커링 시장 활성화
도시가스 원료비연동제 개선,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화

[이투뉴스] 올 한해 가스산업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가스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그만큼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패러다임이 바뀌는데 따른 진통이 큰 셈이다.

천연가스산업의 경우 올해부터 선박용 천연가스사업 제도가 시행되면서 LNG벙커링 시장이 활성화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선박용 천연가스사업 및 수출입업 등록, 선박용 천연가스 처분제한, 가스공급시설 공동이용 등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도시가스사업법이 지난 2월 4일 공포된데 이어 시행령 개정안이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민간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 사업자간 LNG거래 허용, LNG물량 및 가격 규제 완화 등 기존 가스시장과 차별화된 선박용 천연가스사업 제도로 LNG 신규수요 창출뿐 아니라 조선 및 기자재산업 등 연관 산업 활성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기대치가 크다.

이런 저런 뒷말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가스공사의 발전용LNG 개별요금제가 처음으로 수요처와 공급계약을 맺으며 서막을 열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10월 30일 양산·대구·청주 등 신규 열병합발전소 3곳에 15년간 연 40만톤을 공급하는 ‘발전용 개별요금제 공급·인수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 30여년간 이어져온 평균요금제와 달리 수요처 각각의 가격 및 조건을 바탕으로 요금을 산정·부과하는 제도다.

바이어 마켓의 글로벌 LNG시장 여건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LNG직수입에 가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어질 가스공사의 개별요금제가 천연가스산업 시장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그동안 정체국면을 맞았던 가스냉난방 보급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29일 가스냉방설비 설치지원 단가를 종전보다 20% 올리고, 지원한도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시키는 ‘가스냉방 보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전력피크 수요 대체와 에너지원 간 균형발전, 온실가스 저감 등 국가에너지효율 측면에서 효과가 분명한 만큼 정부가 관련제도를 확충해 가스냉방 보급에 힘을 더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에서다.

하지만 빨간불도 동시에 켜졌다. 200평대의 학교 및 상업용 중소형 건물이 주대상인 GHP(가스엔진히트펌프)가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사실상 같은 제품임에도 대기배출시설로 분류되지 않고 배출허용기준도 없어 무방비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GHP를 가동할 때 질소산화물이나 메탄 등 대기오염물질이 나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에 설치된 GHP는 학교 2200여곳에 2만5000여대, 공공기관 1600여곳에 3만6000여대가 보급되어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이어지면서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GHP의 대기오염물질 실태조사와 함께 별도의 인증기준을 도입하겠다며 일단 설치중단 의지를 밝혀 불가피하게 보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지난 40여년 동안 고속성장을 이어온 도시가스 부문은 변화가 크다. 천연가스 공급규정이 바뀌어 그동안 모든 용도에 일괄 적용되던 단일 원료비 체계가 용도별 특성을 고려한 민수용, 상업용, 도시가스발전용 등 3가지 방식으로 적용된다. 민수용은 주택용과 일반용(소매요금 기준 영업용), 상업용은 업무난방용, 냉난방공조용, 산업용, 수송용을 포함한다. 도시가스발전용은 열병합용, 열전용설비용, 연료전지용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일반가정 또는 상점 등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및 영업용은 민수용으로 분류해 기존과 동일하게 매 홀수 월마다 변동요인이 3%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요금을 조정한다. 다만 여기에도 ‘급등락 요인이 발생할 경우’라는 또 하나의 조건이 붙어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요금조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민수용과 달리 상업용 및 도시가스발전용은 매월 도시가스 요금을 조정한다.

수십년 동안 난제로 논쟁이 뜨겁던 서울시 권역 도시가스회사별 수익편차는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다. 권역 내 5개 도시가스사의 총괄원가방식으로 공급비용을 산정해 요금을 책정해오던 시스템을 개편해 ‘별도재원’을 마련하는 형태로 수익편차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다.

관건은 제도개선의 전제조건인 도시가스 5사의 실무적 합의다. 회사대표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리고 주주이익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행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조례제정 등을 통한 법적 근거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정책 형평성 '도시가스 vs LPG' 갈등 여전 

도시가스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는 또 하나의 과제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국면이다. 최근 전라북도, 전라남도, 광주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개선 권고에 따른 조치로 도시가스 사용자의 부담 완화와 불편 해소는 물론 신청부터 가스공급까지 제반 과정의 객관성,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도록 도시가스공급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다른 지자체의 행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 정책적 지원에 대한 LPG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업종 간 갈등은 한층 더 거세졌다. LPG충전·판매사업자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시가스 정책적 지원에 대한 LPG업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업종 간 갈등은 한층 더 거세졌다. LPG충전·판매사업자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책 형평성을 둘러싼 도시가스와 LPG업계와의 갈등은 올해도 여전했다. 특히 제주도 도시가스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을 둘러싸고 빚어진 LPG업계의 집단시위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제주도청의 편향적 도시가스 지원에 대한 항거에서 시작된 LPG업계의 투쟁은 전국단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7월 28일 도청 앞에서 전윤남 위원장 삭발 등 단체행동, 8월 4일 도청과 의회 앞에서 집단시위, 8월 12일 업무차량 50대로 도로를 일주하며 도민들에게 편향적인 도시가스 지원정책의 부당성을 알린데 이어 11월 12일에는 전국 LPG충전·판매사업자들이 제주도 도청 앞에서 생존권사수 궐기대회를 가졌다. 또 9월 23일 부터는 도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LPG충전소에서도 주유소처럼 셀프충전을 허용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시범사업을 통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국회 차원에서도 지난 7월 셀프충전 허용 개정법률안을 입법발의한데다 이미 정책과제로 수행된 연구용역에서 안전대책 실효성과 국민 수용성 등의 검증을 위해 실증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셀프충전 금지는 2001년 수송용 부탄의 세금이 크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은 가정용 프로판을 자동차용으로 전용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이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뤄졌다. LPG자동차 셀프충전 허용 개정법률안과 더불어 시범사업을 통한 안전성 검증으로 20년만의 정책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LPG사고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법제화돼 올해 말이 시한인 LPG사용시설의 금속배관 설치는 2030년까지로 연장됐다. 의무화 시한이 또 다시 10년 늦춰진 것이다. 법으로 명시된 LPG사용시설의 금속배관 의무화 시한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렇다보니 20년 가깝도록 의무화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된 것은 물론 그 시한이 또 다시 10년 늦춰지면서 과연 정책 의지가 있기는 하느냐는 지적이 거세다.

지난 4월 3일부터 ‘대기관리권역의 대기 환경개선에 대한 특별법’ 시행으로 친환경보일러 판매·설치·사용이 의무화됐다. 수도권 외 중부권, 남부권, 동남권 등 4개 권역 8개 특별·광역시와 69개 시?군이 대기관리권역으로 추가 지정돼 전체 가구의 88%가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 소비자 인식 향상에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이 더해지면서 보일러제조사의 판매물량 70~80%를 콘덴싱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장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시행된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CO) 경보기 법제화도 새로운 변화다. 가스보일러를 제조·수입·판매할 때 CO경보기를 의무화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이 2월 4일 공포된데 이어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8월 5일 공표되면서 법제화의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가스보일러 CO경보기 법제화는 2018년 12월 18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도 강릉 펜션 CO중독, 지난 1월 25일 일가족 6명의 사망자를 낸 강원도 동해시 펜션 가스폭발 등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뤄졌다. 법제화를 통해 가스보일러 및 경보기 시장 활성화를 비롯해 소비자 안전성 향상을 꾀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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