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

▲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
▲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

[이투뉴스] 최근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등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자연친화적 용어들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가 경제개발과 성장이론에 치우쳐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외적으로는 풍요로움을 줬지만 결국 우리 삶에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오류와 심각한 미래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삶의 왜곡된 기저에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어떤 에너지를 어디에서 획득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곧 자연생태계를 바라보는 우리 인간의 의식과 가치 그리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자연생태계에서 에너지 소비를 결정하는 최상위 계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크게 ‘생명에너지’와 ‘생활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다. 생명에너지는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 성장시키거나 번식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공급이 끊어지면 생명현상도 단절된다.

생활에너지는 직접적으로 생명현상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을 좀 더 편하고 다양한 문화적인 활동을 영위하게 해주며 산업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에너지로 석유에너지가 대표적인 것이다.

과거에는 생명에너지인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최근에는 생활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중동지역의 전쟁도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생활에너지 전쟁인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실가스 배출에 큰 기여를 해 온 석유에너지도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직면할 과제는 어쩌면 에너지로부터 출발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는 생명에너지인 곡물 자급률이 21~22%로 OECD국가 최하위 그룹에 속하며, 생활에너지 또한 원전을 제외한 에너지 자급률은 3~4%로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최상위그룹에 속하면서 공급능력은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에너지 안보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유산으로 물려줘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수많은 부채만 남기고 가는 무책임한 우리 세대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에너지와 생활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인 정책개발과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전 국민이 에너지자급률 개선 행동요령을 만들어 실천해나가야 한다.

에너지자급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에너지 공급량을 늘리거나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줄여나가야 한다. 이 두 가지 노력이 병행될 때 그 효과는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다.

필자는 국내산 에너지 공급방안의 일환으로 각종 동식물성 폐자원으로부터 유지를 회수해 생명이나 생활에너지로 생전환(bio-conversion)하는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미래식량’으로 각광받는 곤충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곤충은 오랫동안 인간과 직접적인 에너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능면에서 오염되지 않아 인류에게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짧은 생애주기와 높은 지방, 포화지방산을 가져 바이오디젤 원료에 적합한 동애등에.
▲짧은 생애주기와 높은 지방, 포화지방산을 가져 바이오디젤 원료에 적합한 동애등에.

그 중에서도 동애등에(Blac Soldier Fly)라는 다소 생소한 파리목 곤충은 환경정화에 크게 기여하면서 우리 삶에 유용한 여러가지 산물들을 공급해 주고 있다. 동애등에는 약 40일 간의 짧은 생애주기(life cycle)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15~20일간의 유충기간 동안 1마리가 1일 약 2g의 유기성사료를 섭취하며 20mm 내외로 성장한다. 이 유충을 수거, 건조가공하면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얻게 된다.

이러한 건조산물의 화학적 성분을 살펴보면 단백질함량은 55% 내외로 다른 가축 단백질보다 품질면에서 우수하고, 지방함량은 25~30%로 매우 높을 뿐만아니라 포화지방산이 65% 내외로 불포화지방산보다 훨씬 높아 바이오디젤 원료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건조한 동애등에를 가공·채유한 지방을 이용해 저탄소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해 경유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앞으로 또 하나의 생활에너지 자급률 개선과 지구온실가스 저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인간이 배출한 유기성폐자원을 동에등에의 먹이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기성폐자원은 생활쓰레기 중 유기성분, 인분 및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농공산업 폐기물, 농임산 폐기물 등으로 유기물 부하가 높아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에 환경부는 유기성 폐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개발에 나서는 등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에는 유기성 폐자원을 그대로 매립했으나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육상매립과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효율적인 처리를 위한 기술개발과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수송부분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수송용 연료공급자가 화석연료에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원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해 공급하도록 연료혼합합의무제도인 RFS(Renewable Fuel Standards)가 시행되고 있다.

RFS는 우리나라에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근거로 2015년 7월 31일부터 전면 도입돼 경유에 5.0%까지 바이오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3.0%만을 사용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디젤 확대를 위한 원료공급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식물성 폐유지가 대부분이며 나머지는 경제성 때문에 또는 기술력 부족으로 공급되지 않아 대부분 해외에서 팜유 등 식물성 유지를 수입해 보충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채유기를 이용해 동애등에 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채유기를 이용해 동애등에 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그 탓에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는 수입 팜유 및 팜 부산물과 국내 폐식용유가 대부분이다. 이들 바이오디젤 원료의 국산화율은 지난해 기준 30% 수준에 불과해 새로운 국산원료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등에 등을 이용한 차세대 바이오디젤 원료산업의 성장은 지지부진하다.

정부에서는 단순히 경제적인 시장논리에 의해 RFS가 운용되지 않도록 신재생에너지 공급원으로 국내의 동식물성 폐유지 사용비율을 의무화하고, 유기성폐자원을 곤충먹이원으로 재활용해 생산한 동애등에 오일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조세정책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애등에 오일에 조세특례 혜택을 주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니다. 바이오디젤 원료에 면세혜택을 주는 것은 과거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에 걸쳐 한차례 이뤄진 바 있다.

동에등에 오일산업 성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탄소중립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기후문제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탄소중립이야말로 우리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절박한 과제라고 본 것이다. 또 각국 정부와 기업이 친환경시장에서의 자국 경쟁력 확보 및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도 능동적,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동애등에 오일은 신재생에너지로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를 이루기 위한 훌륭한 출구전략 중 하나이다.

이미 한국석유관리원은 동애등에를 이용한 바이오디젤의 검증에 들어갔으며 본격적인 상용보급을 앞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및 산업통상자원부가 동애등에 오일산업을 범부처 협업사업으로 지정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서 곤충산업이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 kkcs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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