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재생에너지 비중 높이고, 전력화 강화 필요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이투뉴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발전부문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수송, 건물, 산업 등 전 부문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기본적 산업 및 사회 구조는 화석연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가야 할 길이란 것은 분명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발전부문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다른 부문은 전력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번 외고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부문별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도전과제, 방안 등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2019년 기준 국내 발전부문의 전력생산량은 563TWh이다. 원별 비중을 보면 화석연료(석탄, 가스, 석유) 비중이 약 67%에 달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발전부문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시스템 전환이 요구된다. 현재 에너지시스템은 석탄,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원별로 다양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고, 이에 수요를 초과할 시에는 전력이 남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재생에너지 위협요인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우선 최적 유연성 기술을 적용해 출력제한 없이 잉여전력을 다른 부문에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른바 섹터커플링이다. 대규모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공급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 전력을 열로 바꿔 난방용으로 사용하거나 열에너지 형태로 저장해 필요한 시점에 공급도 한다. 수전해 기술을 사용해 그린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전력망을 위협하는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시스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유연성 백업설비 활용에 이용되는 화석연료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적용하거나 친환경 연료로 대체한다.

◆수송부문, 재생에너지·수소충전소 확대 통한 탈탄소화 기대
2018년 기준 국내 수송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4만2958ktoe(석유환산톤)다. 에너지원별 비중을 보면 화석연료(석유, 가스) 비중이 97.8%에 달하고, 전력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EU 에너지 시스템 통합 전략에 따르면 2050년까지 수송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90%까지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화 비중을 증가시키고, 전력화가 어려운 분야는 그린수소를 활용할 전망이다. 수송부문에서 에너지 소비가 가장 큰 부분은 도로교통이다. 주요국도 도로교통에서 탈탄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탈내연기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에서도 2035∼2040년 내연기관 판매 중단을 제안했다. 탈내연기관 정책은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로교통은 전력화 비중을 늘려가면서 버스, 택시와 같이 운행패턴이 일정한 분야는 수소가 활용될 수도 있다. 특수차, 화물트럭과 같이 대형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도 전력화와 함께 추진될 것이다. 해상부문은 전력화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고밀도 합성연료, 암모니아 등 그린수소를 더욱 활용할 것이다.

수송부문에서 탈탄소가 가장 어려운 분야는 항공이다. 제트엔진에 의존하는 대형 항공기는 기존연료 대신 지속가능한 연료 비중을 높이면서 하이브리드 전기엔진의 가능성을 기대해야 하고, 중소형 항공기는 전기엔진 도입을 계획해야 한다. 그밖에 철도는 이미 전력화 비중이 높지만, 전력화가 어렵거나 비용 효율적이지 않은 분야에서는 전기-디젤 하이브리드 열차 및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대안으로 개발될 수 있다.

이처럼 수송부문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도로교통에서 탈내연기관 추세가 가시화된 지금 발전부문에서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및 수소 충전소의 확대를 통해 수송부문의 탈탄소화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 최종에너지 원별 비율.
▲부문별 최종에너지 원별 비율.

◆건물부문, 단열향상 통한 탈탄소화 및 지역난방 확대 등 필요
건물부문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4만6911ktoe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건물부문의 화석연료(도시가스+석유+석탄) 비중은 46.7%로 다른 부문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건물부문은 가정에서 냉난방, 조명, 취사, 기타 등 화석연료와 전력 사용이 비교적 고르고, 상업공공은 전력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특히 가정은 난방과 취사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난방은 일반주택의 경우 태양열, 지열 등 재생에너지 열이나 전기난방(전기보일러, EHP)을 확대하고, 공동주택도 전기난방이나 친환경에너지 기반 지역난방을 확대해야 한다.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열과 전력을 변환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취사는 LPG, 도시가스 대신 전기취사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 최근 신도시 지역 공동주택에서 전기취사+지역난방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상업공공의 경우 기존 건물은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키고, 신축 건물은 더 높은 신재생설치 비중과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건물부문 탈탄소화는 건물 단열향상이 필수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건물 재건축과 리노베이션 등 문제는 건물재산권 문제 등 에너지 외적인 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다른 국가에 비해 도심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우 지역난방 확대에 대한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

◆산업부문, 화석연료는 줄이고, 업종별 특성 고려한 원료 전환해야
산업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4만2870ktoe으로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의 약 60%를 차지한다. 에너지원별 비중을 보면 화석연료(석유, 석탄, 가스)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화석연료 사용량으로만 수송과 건물부문 최종에너지 소비보다 많다. 

산업부문은 가장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제조업 비중과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탄소 다배출) 업종 비중이 높아서 탄소중립에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발전, 수송, 건물은 연료로 화석연료를 소비하지만, 산업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료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원료 사용을 줄이는 것은 직접적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두 가지 측면으로 연료사용은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면서, 전력과 열, 친환경 연료 비중을 높여야 한다. 원료사용은 업종별로 특성을 고려해 원료 전환을 해야 한다. 특히 철강과 석유 부문을 살펴보면 철강은 전기로의 확대와 함께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공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은 환원제를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후 중립적인 유럽을 위한 수소 전략에서도 수소공급을 확대해 제철 공정의 화석연료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석유산업은 정유산업, 석유화학산업, 가공산업 등으로 파생되는 산업의 범위가 넓다. 석유산업은 나프타를 바이오와 수소 사용을 늘려가며, 나프타를 대체해야 한다.

◆발전부문, 전력망 변동성 균형문제 해결 필요
발전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통해 건물부문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도시가스는 전기난방으로 대체되고,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나 디젤이 전기 또는 수소로 전환된다. 산업부문에서 사용되던 화석연료는 그린수소가 상당 부분 대체한다. 발전부문에서는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다.

발전부문의 재생에너지로 다른 부문의 에너지 수요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전력부문과 접점에서 사용될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유연성 기술과 더불어 자동화, 지능화 기기로 전력망을 제어해 변동성이 심한 전력망 균형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신기술을 포용할 수 있는 전력시장의 변화도 요구된다. 

탄소중립은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이던 중국과 일본마저도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인구, GDP,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한 한·중·일이 탄소중립 경로 이행 시 경제적·환경적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혹은 국제 무역질서 대응을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실현은 불가피하다. 탄소중립 대응 여하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선제적 대응 시 글로벌 경제 질서가 개편될 가능성도 있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에 발자국을 내디뎌야 할 시간이 왔다.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seonggwon.yun@ges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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