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한전, 원가연계형 전기공급 약관 확정 내년 시행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 제한 반영…환경비는 분리고지
전문가들 "전기료 결정·절차 개선하고 독립기관화 필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적용 시 청구서 변경 예시 (주택용 350kWh, 내년 상반기 연료비 인하분 반영)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 적용 시 청구서 변경 예시 (주택용 350kWh, 내년 상반기 연료비 인하분 반영)

[이투뉴스] 내년부터 전기요금 원가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원가연동제)가 전격 시행된다.

전기료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가스(LNG)·유류 가격 등락분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하되 조정폭 상·하한을 제한하고 필요 시 정부가 조정을 유보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저유가 때 요금인하는 쉽지만, 유가지속 상승 땐 이를 제때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이런 내용이 담긴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이 17일 전기위원회 심의와 같은날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약관 변경에 따라 당장 내년 상반기에만 약 1조원의 올 하반기 연료비 하락분이 요금에 반영될 전망이다.

전기료 조정은 2013년 11월(평균 5.4% 인상)을 마지막으로 만 7년만이며, 전기료에 연료비연동제를 적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에 시행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는 매분기마다 직전 3개월 평균연료비(실적연료비)와 직전 최근 1년간 평균연료비(기준연료비) 격차를 산정해 그값(조정요금)을 전기료에 후행 반영하는 체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석탄·LNG·유류 무역통관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요금산정 방식과 연료비는 한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급격한 요금인상이나 빈번한 요금조정을 막기 위해 분기별 조정 한도와 미조정 기준, 유보조항 등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기준연료비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조정요금을 kWh당 최대 ±5원 이내로 제한하고, 직전 요금과 비교해 변동폭도 3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분기별 변동요인이 1원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요금을 동결하고, 단기간 유가가 급등할 땐 정부가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준으로 추산한 1가구(월 350kWh 기준) 분기별 최대 요금변동폭은 3150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변동분이 주기적으로 전기료에 반영됨에 따라 가격신호 기능이 강화되고, 전기료 조정에 대한 소비자 예측가능성 제고를 통해 합리적 전기소비 유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력량 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 비용을 별도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는 2022년 하반기 폐지한다.

이렇게 하면 월 350kWh를 사용하는 주택의 경우 지금까지는 RPS(신재생공급의무화)비용과 온실가스배출권 거래비용을 포함해 월 4만6845원의 전력량요금을 부과받았으나 내년부터는 미세먼지계절관리제비용(석탄감축비용)을 추가한 기후·환경비용 1855원과 전력량요금 4만5095원을 각각 분리해 고지받게 된다.

총액만 알려주는 기존 전기료 고지서는 소비자가 기후·환경비용 비중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해 왔다. 정부는 향후 전기료 총괄원가 조정요인을 산출하는 과정에 기후·환경비용 변동분도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독일은 재생에너지 부과금(EEG), 일본은 재생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 미국 뉴욕시는 에너지효율향상과 신재생비용을 각각 전기요금에서 분리고지하고 있다. 내년 1월 적용 예정인 기후·환경요금은 kWh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에 달한다.

산업부는 "해외처럼 전기료에서 기후환경비용을 분리고지함으로써 관련비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제고하고, 친환경에너지 확대에 대한 자발적 동참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료비 조정요금 개요

▲연료비 조정요금 개요

미뤄온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제 정비는 내년 7월부터 할인액을 월 4000원에서 2000원으로 50% 축소한 뒤 2022년 7월부터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다. 필수사용공제 할인제는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중상위 소득자나 1~2이 가구 위주로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밖에 정부는 AMI가 보급된 제주도에 한해 주택용도 산업용처럼  계시별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피크저감용 ESS는 지정시간에 방전 시 피크감축량을 1.34배까지 인정해 최소한의 사업성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연 1회 실시하는 전기료 총괄원가 검증을 상시화하고, 내년 1월까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단을 구성해 내년 6월 제출예정인 '21년 전기요금 산정보고서'부터 검증작업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기료 개편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요금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는 한참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강승진 전기위원장(산업기술대 교수)은 "전기는 원가가 오르면 요금을 인상하는 게 자연스러운 상품인데 어쩌다보니 과도하게 정치화 돼 올리기는 어렵고 내릴 땐 생색을 내는 존재가 됐다"면서 "장기적으론 소매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요금이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를 줘 수요도 조절하는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위원장은 "앞으로는 전기료 결정과정이나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꼭 쥐고 전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전문가 등이 협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결정해야 요금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줄고 소비자 수용성이 높아진다"고 부연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환경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그걸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라면서 "법도 아닌 한전 약관 개정을 통한 요금개편으로 향후 코로나19가 해결돼 유가가 상승하면 그에 상응해 실제 전기료를 인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금은 (총괄원가)검증단이 아니라 요금규제에 대한 독립기관이 필요하다. (정부가) 요금규제를 놓기 싫어 어정쩡한 연동제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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