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투자자 압박에 '180도 전환계획' 수립
BP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량 40% 감축

[이투뉴스] 글로벌 석유메이저들이 달라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탄소저감을 약속하는 등 기후변화 책임을 이행하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석유회사인 엑손 모빌은 그간 탄소저감에 무관심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하라는 압박을 받자 최근 배출 대응 전략을 세웠다. 석유와 가스 생산 시 발생하는 메탄 배출 집약도를 40~5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엑손 모빌은 이런 내용이 담긴 ‘180도 턴어라운드(전환) 계획’에서 최초로 자사 에너지사용 및 오염배출 정보를 공개하고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비롯한 미래 성장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회사는 석유와 가스 생산 시 발생되는 업스트림 배출 집약도를 향후 5년간 20% 가량 감축하고 추후 저감량을 확대한다고 공언했다. 특히 메탄가스 배출저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만 절대적 배출량이 아닌 ‘생산 유닛당 배출량’에 중심을 둔 목표를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엑손 모빌의 피트 트레렌버그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디렉터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이라며 “책임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 계획을 계속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엑손 모빌의 발표는 새 정부 기후 정책 강화 분위기에 발맞추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 기후 협약 재가입을 약속했으며, 청정에너지에 2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50년까지 미국을 탄소 배출 제로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엑손 모빌은 유가 하락 여파로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한 때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었지만 지난 10년간 60% 하락했다. 지난 여름에는 다우 지수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회사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니레버 등 경쟁사들의 기후 활동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니레버는 메이저 기업으로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주주들에게 탄소 배출 저감 노력 안건에 대한 투표권을 부여했다.

회사는 기후 변화의 위험을 낮추고 탄소 배출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매 3년 마다 투자자들로부터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회사들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사업 다각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투자사 '엔진 넘버원'은 엑손 모빌을 향해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배출 저감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청정에너지 투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엔진 넘버원은 “배출 집약도를 줄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엑손모빌의 계획에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장기적 성공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휘발유 등 소비자 제품 사용과 관련된 저감 목표치를 설정한 유럽 석유 회사들에 비해 목표치가 너무 빈약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울러 엑손 모빌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기후 목표를 제시하고 이윤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10년 전 넥스트에라와 이베르드롤라, 에넬은 초기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면서 빠르게 회사를 키웠다. 넥스트에라는 지난 10월 에너지 부분 1위였던 엑손 모빌의 시총을 뛰어 넘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넬과 이베르드롤라는 향후 10년간 1700억 달러를 투자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크게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넥스트에라 또한 재생에너지 사업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6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와 가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BP 캐피탈 펀드는 투자 다각화를 위해 넥스트에라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BP,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탄소 배출 제로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영국 석유 회사 BP의 행보도 눈에 띄고 있다.

최근 BP는 북미에서 가장 큰 삼림 탄소 오프셋 디벨로퍼인 ‘파이나이트 카본’의 최대 지분을 구매했다.  2050년까지 배출 제로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사내 벤처투자사인 BP벤처는 파이나이트 리소스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파이나이트 리소스의 자회사 파이나이트 카본이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출시하는데 자본을 투입했다.

2009년 설립된 파이나이트 카본은 북미에서 삼림 탄소 상쇄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300만 에이커 토지에서 5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토지 소유자의 삼림 보호와 재건, 지속가능한 관리를 통한 이윤 발생을 돕고 있다.

앞서 BP는 2030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40%까지 줄일 것을 약속했다. 배출 제로 전략의 일환으로 BP벤처스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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