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부터 이어온 '익산石 명가' 황등산업을 가다
백제부터 이어온 '익산石 명가' 황등산업을 가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1.01.0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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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찬혁 황등산업 대표
일부의 법규위반이 업계에 악영향 미쳐, 나쁜 인식 불식 필요
인건비·복구비·예치금 상승으로 업계 붕괴 중…정부지원 절실
▲황등석산을 운영하는 황등산업 본사.
▲황등석산을 운영하는 황등산업 본사.

[이투뉴스] 전북 익산에서 나는 익산석은 표면이 굳고 조직이 치밀해 삼국시대 백제가 석재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백제의 지역 중 하나였던 황등을 중심으로 발전한 석재문화는 이웃나라인 신라까지 명성이 퍼져, 백제의 석공명인 아사달을 초청해 불국사 석가탑 및 다보탑의 건립외주를 줄 정도였다. 익산석은 이외에도 왕궁리 5층석탑, 고도리 석불입상 등 국내 석재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에 와서도 청와대 영빈관에 쓰이며 그 위상을 자랑하는 익산석. 그 중에서도 단일석산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원석매장량을 보유한 황등석산의 황등산업을 찾아가 김찬혁 황등산업 대표의 얘기를 들었다.

◆아름답고 녹슬지 않는 고급건축자재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익산석의 장점부터 늘어놓았다. 익산석은 ▶하중지지력 및 충격저항성 ▶온도저항성 및 변형저항성 ▶낮은 철분함량으로 인한 내부식성 ▶마모저항성 및 충격저항성 등 여러 장점으로 인해 건축재, 기념비, 조각재, 내·외장재, 내·외바닥재에 쓰인다.

전북 익산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것은 황등면에서 채굴돼 동북아 국가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 황등석이다. 황등석은 1858년 개발을 시작해 현재까지 160년간 한국·중국·일본 3국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아왔다. 이처럼 익산의 석재문화와 산업은 근현대에 들어서 석질의 우수성과 건설산업의 폭발적 수요와 맞물려 성장했다.

황등산업은 익산시 황등면 황등석산에서 황등석만을 전문 채굴하는 기업이다. 석산규모 14만㎡, 생산량 월 7000㎥, 매장량 500만㎥ 이상인 황등석산에서 석산개발을 위해 장비, 설비, 신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고 익산 석재가공업체에 안정적인 석재공급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황등석은 원석 간의 성분차이가 거의 없고 빛깔이 아름다우며 녹이 발생하지 않아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건축자재로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며 “황등산업은 지난 20년간 친환경적인 석산개발을 목표로 해왔다”고 말했다.

황등석산의 재밌는 점은 심부화 문제다. 특히 광업계에서 갱도심부화에 따른 안전성이나 채산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과 달리, 황등석산은 심부화가 진행될수록 더 높은 등급의 황등석을 채석할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깨지지 않은 석재는 심부에 더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깊이 100미터에 달하는 황등석산 채석장.
▲깊이 100미터에 달하는 황등석산 채석장.

◆토석채취업계 최대화두는 ‘석산 복구’
업계 현안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지방 토석채취업계에서 화두를 꼽으라면 석산 복구문제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석채취업계는 석재를 얻기 위해 석산을 깎아내는 게 일이다. 산림훼손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는 채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공사의 필수 원자재로서 수입이나 대체재의 개발이 어렵다. 또 석재나 골재의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설자재의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및 도로의 건설비용이 상승한다. 대규모 석산의 경우 수십차례의 허가를 받아 채석을 실시하고, 완전 개발 후에는 흙 등 대규모 채움재로 덮어 완전 평지화해 산업용지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채석단지를 주거지로 개발하거나 공장용지, 상업용지, 업무시설지의 휴식공간, 골프코스, 공원, 레크레이션 지역, 폭풍방재시설, 농장, 납골당, 쓰레기 매립지 등으로 재이용한다.

다만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익산시는 토석채취장 복구에 필요한 토석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용도로의 복구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토석채취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황등석산을 위시한 대부분의 토석채취회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일부 토석채취업자의 고의적 법규위반이나 주민 기만행위가 전체 토석채취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흙으로 덮어 완전히 복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닌데 토석채취업계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쁘다”며 “그러다보니 업계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사람들은 토석채취업계에 원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분명히 맞서야 할 상대가 분명히 있고 그 중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도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석재를 수출보다는 한국이 석재를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나쁜 인식을 불식시키고 시나 군에서 토석채취업계에 대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돈이 아니라 시선의 변화,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우리가 살 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산 석재수입이 증가하면서 수입석과의 가격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더욱 좁아지고 가격은 동결되거나 하락했지만 토석채취업계는 인건비, 복구비, 예치금 상승으로 3각파도를 맞으면서 토석채취업 자체가 붕괴하는 중이다.

▲석산에서 황등석을 채석 중인 중장비와 직원들.
▲석산에서 황등석을 채석 중인 중장비와 직원들.

◆“서울 인근 석산이라면 용지변경 쉬울 것”
김 대표는 석산복구에 대한 수도권과 지방의 형평성 문제도 따지고 들었다. 그는 “만약 서울 인근 석산에서 복구을 실시한다고 치자”며 “이 경우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끼고 있는 석산은 신재생에너지 시설이나 매립지 등으로의 용지변경이 쉬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가 석산의 복구가 싫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채석은 소음발생이나 분진, 수질 관련 피해에 대한 감독 및 뒷수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복구의 대안이 없이 그 부담감으로 기업이 채석을 포기해버리고 미래에 대한 어떤 청사진도 그리지 못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복구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한다”며 “하지만 복구는 꼭 평탄지로 돌려놓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변경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익산이 한창 잘 나갈 때는 500개 공장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200개가 남아있을 뿐”이라며 “그리고 우리 황등산업이 폐업한다면 이 중 100개는 싼 석재를 공급받지 못하고 사라지고 나머지 100개 업체도 수입석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복구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광업계 공통의 인력난도 황등석산을 괴롭히고 있다. 현재 토석채취업계는 광업계로 분류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도 없어 인력이 달리는 실정이다. 김 대표는 “과거 석재는 임산물로 분류돼 임산물촉진법에 따른 지원논의가 나온 바 있으나 분류에서 포함됐다 제외되기를 반복하면서 지원도 흐지부지해졌다”며 “저희 업계는 안 되는 게 너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찬혁 대표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환경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복구비는 계속 오르는데 당장 10년 뒤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정된 석재산업진흥법은 석재의 채취와 복구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석진법이 우리 토석채취업계에 환경변화의 바람을 몰고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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