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E100 이행 위한 5가지 지원 방안 준비
RE100 활성화 위해 에너지전환 규제 풀어야

[이투뉴스] 해외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참여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도 RE100 참여를 희망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RE100은 전력 다소비기업(100GWh/년)을 대상으로 205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애플, 구글, BMW 등 242개 세계적 기업이 탄소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공식 등록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그룹이 12월 최초로 RE100 가입을 확정 지었다. SK그룹의 가입 이후 국내 다른 기업들도 RE100 참여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RE100에 대한 관심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

◆RE100 어떻게 인정받나
CDP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인정기준은 자제 발전 전력과 구매한 전력으로 나뉜다. 우선 자체 발전 전력은 기업 소유 발전설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고 사용해야 한다. RE100 참여 기업은 재생에너지전력 발전량과 소비량 발행된 인증서를 공개해야 한다. 인증서 제도가 없는 시장은 기업이 해당시설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다른 기업에 공급하거나 이 전력 사용을 주장하는 기업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기업이 구매한 전력은 공급업체가 소유한 소내 발전설비에서 구매해야 한다. 이는 공급업체가 소유 운영하는 발전설비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기업에서 소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송전선로가 없는 소외발전기까지 직접 선로를 연결할 경우에도 재생에너지 구매 전력으로 인정된다. 계통을 통한 송전 없이 직접 선로를 통해 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이다.

소외 계통연계 발전기에서 직접 조달하는 전력사용구매(PPA) 방식도 재생에너지 전력구매로 인정된다. 에너지를 구매하는 기업과 전력 생산자 간에 직접계약이 체결된 경우다. 전력공급업체가 판매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성된 상품을 구매해 전력을 공급받을 경우에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선언 기준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공급업체는 인증을 요구하는 기업을 대신해 인증서를 구매 및 폐기 또는 보유해야 한다.

이외에도 독립형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법도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로 인정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동일한 시장권에 있는 재생에너지발전소에서 발급한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얻고, 이를 보유 또는 폐기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주장해야 한다.

◆정부·국회 RE100 이행 위한 지원방안 준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RE100 이행을 위해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제3자 PPA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 RE100 이행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설명회 등을 통해 세부사항을 정한 후 11월 RE100 이행수단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담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녹색프리미엄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소비하고 이를 인증받기를 희망하는 전기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납부급액을 약정해 기존 전기요금에 별도 프리미엄을 추가해 구매하는 순수 기부 프리미엄이다. 해외에서는 전력사용량 기준으로 일정 비율이나 일정액을 구매하거나 기부금을 내는 등 다양한 형태로 녹색프리미엄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재생에너지 보급 및 투자 활성화를 노릴 수 있으며 RPS, FIT 등 공급측면 제도와 병행 가능한 수요측면 제도로 활용할 수 있다.

▲녹색요금제 절차.
▲녹색요금제 절차.

한전이 운영하는 녹색요금제는 기본요금에 전력량 요금을 더해 녹색 프리미엄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산업용 또는 일반용 전기사용자가 기존에 선택한 전기요금 납부방식과 동일한 방법으로 전기요금 납기일까지 요금을 납부하면 된다. 참여 기업은 한전을 통해 입찰, 낙찰된 물량과 가격으로 계약한다.

REC 구매는 전기소비자가 REC를 직접구매하는 것으로 에너지공단이 개설하는 REC 거래 플랫폼을 통해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자유롭게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 구매한 REC를 RE100시스템에 제출하면 에너지공단은 전력량 단위로 재생에너지 구매확인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거래방식은 장외거래 플랫폼거래와 당사자 간 수의계약 거래로 구분한다.

장외거래는 매도 매수자가 매물을 RE100시스템에 등록해 당사자 간 협의 후 거래하는 방식으로 현물 또는 계약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 주기는 월 1회 개설한다. 수의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플랫폼 이용 없이 당사자 간 계약을 체결하고, RE100 플랫폼에 등록해 REC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에너지공단은 이 과정에서 계약사항 및 대금 납부내역을 확인한 후 REC 소유권을 이전한다. 거래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협의로 결정된다. 단 장외거래 플랫폼 이용 시 판매자가 제시한 REC 가격은 전력량 가격으로 환산해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에너지공단은 RE100 이행을 위해 올해 공급인증서 거래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제3자 PPA 거래 절차도.
▲제3자 PPA 거래 절차도.

제3자 PPA는 도매거래와 소매거래 방식으로 구분된다. 도매거래는 재생에너지사업자와 한전이 거래하는 방식으로 1MW를 초과하는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계약대상이다. 소매거래는 한전과 참여기업 간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1MW 이상 일반, 산업용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한다. 재생에너지사업자와 참여기업은 직접 접촉이 원칙이며 한전은 플랫폼을 만들어 지원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제3자 PPA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전기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유리한 시간대에 선별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방지할 계획이다. 계약가격은 참여자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되며 한전과 무관하게 재생에너지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간 협의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원가 수준으로 계약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분참여를 통해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 전기 또는 REC를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전기 또는 REC를 RE100 시스템에 제출하면 에너지공단에서 재생에너지 구매확인서를 발급한다. 자가발전은 전기소비자가 자신이 소유한 자가용 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하고 생산된 전력을 직접사용하는 경우다. 자가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실적을 RE100시스템에 제출하면 에너지공단에서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한다.

이외에도 국회에서는 기업의 PPA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을 겸업 가능한 전기신사업으로 추가했다. 기업이 한전이나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전력구매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해 기업의 재생에너지전기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RE100 안정적인 활성화 넘어야 할 산 많아
국내에서 RE100 참여를 위한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국내에 RE100 참여가 활성화 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RE100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일본, 호주, 대만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 100% 달성이 어려운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사용가능한 재생에너지 양이 부족한 점과 함께 재생에너지 전환을 막는 각종 규제가 많다는 점이 RE100 달성에 장벽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NEF는 2025년까지 국내 발전량 42.7GW를 태양광 및 풍력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확률을 75%로 추정하고 있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기업이 에너지회사나 한전 등에게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를 할 수 없는 구조도 RE100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 일부 회사는 소량의 재생에너지를 현장에서 공급하는 방식을 쓰고 있으며, 최근 몇 가지 시범운영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따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가 최근 그린뉴딜을 도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제3자 PPA와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서(REGO) 등을 도입할 계획은 앞으로 방향을 낙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국내에 RE100 대책을 마련해도 장기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한 CDP한국위원회 책임연구원은 “국회에서 추진하는 RE100 이행방안 중 하나인 기업 PPA는 외국과는 다르게 당장 기업이 요구하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금융조달이 가능한 프로젝트도 얼마 없어 해당 방식으로 RE100을 이행하기 쉽지 않다"며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녹색프리미엄과 REC를 구매하여 REGO로 전환하는 REC 구매방식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LCOE(균등화발전비용)의 하락 추세를 고려해 제3자 PPA 또는 직접 PPA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RE100 이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SK그룹이 최근 RE100에 가입한 이후 다른 국내 기업들이 RE100 가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며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LCOE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지면 재생에너지전력에 경제성이 있다고 볼 것이며, 해외기업들의 RE100 참여 선언이 늘어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 전력을 요구함에 따라 국내도 계속 RE100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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